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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7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개중엔 시나리오책 수집광이 있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서 보는 그런 친구들은 실질적인 시나리오 쓰기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점점 내 현실이 저쪽의 이론과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왕초보라면 입문서 정도는 읽어야 하겠지만, 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책은 한두권이면 족하다. 차라리 그 시간에 그 책을 한번 더 보고, 다른 이들의 시나리오를 봐라. 차라리 좋아하는 영화를 한번 더 봐라.
초급자용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시드 필드 지음/ 유지나 옮김/ 민음사 펴냄 시나리오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딱 한권의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할리우드 시나리오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구조인 ‘3장구조’에 관해 가장 명쾌하게 써놓은 책이다. ‘시작 또는 이야기의 설정’, ‘중간 또는 대립’, ‘결말 또는 해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3장구조는 수학으로 치면 덧셈과 뺄셈에 해당한다. 덧셈과 뺄셈을 알아야 곱셈, 나눗셈을 하고 미적분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시나리오 워크북/ 시드 필드 지음/ 박지홍 옮김/ 경당 펴냄 시드 필드가 <시나리오란 무엇인가>의 연장선상에서 3장구조를 좀더 구체화한 책이다.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를 안 읽었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초보자용 시나리오 작법서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3장구조에 기존 구성점 외에 중간점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2장의 중간에 해당하는 중간점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동안 당신을 안내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정류장이고 목적지이고 등대이다”.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심산 지음/ 해냄 펴냄 내가 쓴 책이라서 민망하고, 또 출판사가 붙인 제목이 다소 민망하지만, 쉽고 재밌게 시나리오에 대해 풀려고 한 책이다. 한국영화를 예시로 드니 좀 가깝게 느껴질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일종의 한국적 관심이라고 할 만한 게 들어 있는데, 캐릭터 중심으로 쓸 것이냐, 플롯 중심으로 갈 것이냐는 구분이 그것이다.
시나리오 선집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내는 연도별 시나리오 선집을 보는 건 정말 중요하다. 현재 2003년도분까지만 나와 아쉬운데, 여기에는 영화 버전과는 다른 시나리오가 실려 있다. 이를 실제 영화와 비교해보면 글자의 세계에서 영상의 세계로 전환된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빨라질 것이다. 그냥 편하게 소설 읽듯이 봐도 분명히 남는 게 있을 거다. |
중급자용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들의 101가지 습관/ 칼 이글레시아스 지음/ 이정복 옮김/ 경당 펴냄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게 있는 책이다. 사실, 시나리오를 여러 편 써본 사람이 읽는다면 초보자보다는 좀더 많이 웃을 것이고 좀더 많은 공감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동종업계 선배들의 삶을 엿보는 맛은 쏠쏠하다.
시나리오 가이드/ 데이비드 하워드, 에드워드 마블리 지음/ 심산 옮김/ 한겨레신문사 펴냄 내가 오랫동안 시나리오 강의 교재로 썼던 책이다. 시나리오의 요소를 풍부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론에 관한 부분은 짧고 예시가 많다. 책의 절반을 개별 시나리오 분석에 할애해, ‘수학의 정석’처럼 책의 앞뒤를 오가며 기본기를 다질 수 있게 한다. 올 겨울에 나올 <시나리오 가이드 마스터 클래스>는 이 책의 논지를 좀더 발전시킨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가지 플롯/ 로널드 B. 토비아스 지음/ 김석만 옮김/ 풀빛 펴냄 이 책의 제1부인 ‘좋은 플롯이란 어떤 것인가’는 내가 아는 한 플롯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플롯의 여덟 가지 원칙은 숙지할 필요가 있다. 2부에서는 모험, 추적, 구출, 복수 등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20개의 플롯 안에서 설명하는데 나 자신도 아직까지 볼 정도로 좋은 참고거리가 된다. |
상급자용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 쓰기/ 앤드루 호튼 지음/ 주영상 옮김/ 한나래 펴냄 일단, 초급자에겐 이 책을 읽지 않기를 권한다.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기초 안 갖춰진 사람이 보면 오히려 헷갈리기 쉽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고전 할리우드의 내러티브 구조를, 3장구조를 깨고 캐릭터를 중심에 내세워 역동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라는 것이다. 시나리오를 오래 쓴 사람이라면 사고전환용으로 아주 좋을 것이다. 이 책 저자가 쓴 <코미디 중심의 시나리오 쓰기>(한나래 펴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코미디에 관해 서술하는 책이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기 지음/ 고영범, 이승민 옮김/ 황금가지 펴냄 이 책도 초급자가 건드리지 않기를. 실용서라기보다 에세이라 할 만큼 그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 이 두꺼운 책 안에 빽빽하게 들어가 있다. 인문학은 맥기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 작가가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종과 횡으로 가로지르며 아리스토텔레스와 셰익스피어, 로버트 프로스트와 엘리엇을 끌어들인다. 방대한 도표까지 곳곳에 들어 있어 시나리오 교재로는 가히 대학원생급이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