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11-10 19:04:19 IP ADRESS: *.237.8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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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쾌감을 선사한 뒤늦은 ‘카메오 데뷔’
기구한 카메오 출연사, <음란서생>의 심산

[img1]

<비트> <태양은 없다>의 심산 작가는 <음란서생>으로 데뷔작을 데뷔작이라 부르지 못하는 한을 씻었다. 그는 <비트>에 차승재 싸이더스 FNH 대표와 함께 야구장에서 술마시고 주정 섞인 응원을 하는 아저씨로 출연했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편집 과정에서 모두 잘려나갔다. 그 다음 영화인 <라이방>에선 목소리와 뒤통수만 나왔고, 대사까지 있었던 차기작 또한 기구했다.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이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여관에 애인을 데리고 와서 들어가느니 마느니 씩씩거리며 싸우는 아저씨를 맡았다. 그런데 감독이 영화를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는 거야. 연습으로 찍은 거라 보여주기 싫다면서(웃음)” 주인공의 옆방에 들어 “무지하게 시끄러운 섹스를 하는” 연기를 목소리만으로 해낸 고난도 촬영이었지만 심산 작가의 진정한 데뷔는 2005년 <음란서생> 세트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미루어져야 했던 것이다.

<음란서생>에서 심산 작가가 맡은 역할은 ‘업자1’도 아닌 ‘업자2’. 업자1은 본디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해곤 감독(<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몫이었지만 그가 촬영에 바빠 다른 배우에게 주어졌다. 그러면서 심산 작가는 한 장면을 더 따냈다. “<음란서생>에서 정빈과 윤서의 후일담을 알려주는, 빅 클로즈업으로 크게 나오는 출판업자는 원래 내가 아니라 업자1이었다. 첫 번째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김대우가 한번 더 나와야겠다고 하더라고.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실력으로 따낸 거 아닌가. (웃음)”

신기하게도 카메라 앞에서 한번 떨어본 적이 없다는 심산 작가는 “전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무지하게 매력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장에서 촬영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동안 몰입하는 체험이 기가 막혔다”면서 새로운 길을 향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음란서생> 개봉하면 시나리오가 마구 들어올 줄 알았는데 연락하는 감독이 없다. 나 연기 잘하니까 이 기사를 본 감독들은 연락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대우 감독의 한마디 “작가라서 그런지, 감독 마음을 잘 알아” “

심산 작가는 좋은 학교 나왔고 직업도 지적인 일인데, 왠지 마음먹으면 양아치처럼 살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능청스러운 얼굴도 있고. 내가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심산 작가에게 주었던 역이 그런 성격이 강했다. 긴장도 안 하고 잘하기에 <음란서생>의 업자 역도 맡겨야겠다 싶었다. 진검승부를 한다면 직업배우에게 못 미치겠지만, 작가여서 그런지 감독이 이면에서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좀더 길게 나오는 배역을 주고 싶다.”

협박으로 시작해, ‘논란을 일으킨(?)’ 문제적 연기
법률 자문에서 카메오로, <바람난 가족> <손님은 왕이다>의 조광희

[img2]

조광희 본부장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법정장면 촬영을 앞두고 <바람난 가족> 조감독으로부터 자문을 해달라는 SOS를 받았다. 주말을 이용해 흔쾌히 전주 촬영장을 찾은 것까진 좋았는데, 정작 현장에서 만난 조감독은 자문 대신 출연을 요구했다. “왜 말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저 원래 그런 X인데요’라고 하더라. (웃음) 어쨌든 다음날 출연은 못하겠다고 하고 돌아섰다. 그날 밤에 임상수 감독과 같이 방을 써야 했는데, 법정장면 대사를 같이 쓰자고 해서 번갈아서 시나리오를 매만졌다. 그런데 촬영 당일 아침에 출연 이야길 꺼내더라. 내 영화 망칠 거냐고 협박하면서.”

일반 배우를 쓰면 법정 상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스테레오 타입화된 판사 연기를 할 것이라는 임 감독의 우려를 모른 척할 순 없었다. 마지못해 카메라 앞에 서긴 했는데, 난생처음 경험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오후 12시쯤 분장 들어가서 촬영은 6시쯤 시작했다. 대사가 입에 익으려고 하니까 감독이 주문을 하더라. 야비하게 해달라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야비하게 보여질지 전혀 몰랐다. 자정까지 찍었는데, 감독은 나중에 모니터 보면서 내가 일부러 야비한 연기를 안 보여줬다고 원망까지 했다.” 시사회 때 그는 <바람난 가족>의 법정장면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쑥스러워서. “부자연스럽다”는 지적과 “리얼했다”는 칭찬, 극단으로 나뉜 반응만 들었다고.

“대사없이 가만 앉아 있으면 된다”고 해서 응한 <손님은 왕이다>의 이발소 손님 역시 고역은 마찬가지. “안경 쓰고 하겠다고 했더니 다들 누가 이발할 때 안경 쓰고 하냐고 하더라. 그래서 안경 벗고 찍었는데, 초점도 안 맞는 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부절이었다.” <너는 내 운명> 때도 출연 요청을 받았는데, “다행히 미국에 가 있던 때라 부탁을 물리칠 수 있었다”는 그는 “감독이 어떻게 하라고 정확하게 일러주는 것도 아니고 연기라는 것이 훈련으로 터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면서 앞으로 영화 출연은 안 할 계획이라고. 그런데 과연 뜻대로 될까. 영화인들과 함께 검열 철폐 등에 앞장서다 결국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영화사에 들어가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몇번 캐물었더니 슬쩍 덧붙인다. “꼭 해야 한다면 범법자를 해보고 싶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르는.”

심보경 프로듀서의 한마디 “상식적인 느낌에서 벗어날 줄 아는”

“<바람난 가족>의 법정장면을 보면, 다른 연기자들도 그렇지만 다들 자연스럽다. 법관은 특히 아우라가 센 직업인데, 혹시 다른 직업배우가 했으면 어떻게 나왔을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법관의 톤으로 판결문을 읽었을 텐데. 조 변호사는 으레 상상하는 톤과는 아주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본인은 진땀나는 일이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제대로 들어맞은 캐스팅이었다고 자부한다. 꼬시는 역할은 임상수 감독이 다 했지만.”

[씨네21] 2006년 11월 6일

홍주현

2006.11.11 11:07
*.73.43.160
음란서생에서 심산선생님 나오는 장면은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봤지만 조광희 변호사님 얼굴을 몰랐던 그 때는 바람난 가족을 그냥 무심히 지나쳤네요. 집에 디비디 있으니까 다시 한번 봐야징~ ^^캡쳐라도 해서 동영상을 올리면 저작권 침해일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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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6.11.11 11:24
*.86.217.161
배우의 영역을 침범하지 맙시다!!! ㅎㅎㅎ 산 형 연기 좋았어요. 조 프로는 자연스러웠고.....다음엔 모두들 저에게 연기 지도 원포인트 레슨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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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11.11 13:13
*.237.82.142
쳇, 누군 뭐 날 때부터 배우였나? 난 데뷔가 조금 늦었을 뿐이야...배우들,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니들 다 죽었어...^^

조광희

2006.11.11 18:13
*.230.190.226
홍주현씨...굳이 안 보셔도 되는데...민망해서....
명로진...정말 오랜만이에요. ..만난지 몇 년 된 것 같아요...곧 한 번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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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06.11.11 21:51
*.98.56.40
여기 배우한명 더 있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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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2006.11.12 23:02
*.86.217.161
하이ㅡ 조프로!!! 정말 오랜만이예요.....이거 쫌 너무 예의 차린거 아닌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 친구 먹기로 한거 같은데.....내가 무례한건지....하여튼 반갑수.....(얼렁뚜ㅡㅇ땅 반말) 곧 보세!

조광희

2006.11.13 06:09
*.230.190.226
로진아...11월 가기 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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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2007.01.08 00:55
*.215.28.104
헉~! 조변호사님과 명로진선생님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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