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작가들, 제작자를 만나다
2007 한국영화 시나리오 마켓 회원 워크샵 열려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제작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공모사업인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이 10일 오후 4시, 명동 세종호텔에서 2007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 회원 워크샵을 개최했다. '전문가에게 듣는 2007년 영화기획의 방향’이란 부제가 달린 이번 워크샵은 그간 온라인에서만 진행되던 시나리오마켓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영진위는 이를 위해 시나리오 마켓의 추천작가 70명과 영화사 기획 담당자 30명이 세일즈 미팅을 마련했으며 미팅에 앞서 현장전문가 4인을 초청, 시나리오 작가들에게 필요한 실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현장전문가로는 한국영화제작가 협회 차승재 회장을 비롯해 법무법인 한결의 문건영 변호사와 마상준 쇼박스 한국영화팀장, 그리고 <실미도>, <한반도> 등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작가가 참석했다.
워크샵의 첫 강연은 문건영 변호사의 시나리오 계약에 따른 법률적 이해에 대한 이야기였다. 문변호사는 "기존의 표준계약서도 미비한 점이 많다"며 "작가와 제작자가 서로의 책임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계약서라는 것은 아무리 공정하려고 해도 갑과 을 어느 한 쪽에게만 유리하게 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며 "불분명한 용어를 확인하고 실제적인 기한들을 꼼꼼히 명시해야 잘못된 계약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워크샵에서는 현재 한국영화산업의 현실을 살펴보는 기회도 마련됐다.
이어진 강연에서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현재의 한국영화계는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제작비에 비해 시장은 작아졌고, 부가수익시장은 갈수록 악화되는 등의 합병증을 겪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작가들은 더욱 힘 있는 시나리오를 써주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재능만 있다면 다른 일반직업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한국영화의 위기요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천편일률적인 소재를 가진 식상한 내용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한 마상준 전 쇼박스 한국영화팀장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선한 시나리오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투자사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관객이 원하는 시나리오"라며 "하지만 관객들의 취향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관객을 도식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지막 순서인 김희재 작가의 강연은 선배 작가가 후배작가들에게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일러주는 시간이었다. 김희재 작가는 시나리오 작가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설명하며 "관객이전에 감독과 스텝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들도 수백만, 수천만의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내가 쓴 한 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스텝들이 고생하고 있는 지를 실감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글만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한 영화를 위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게 시나리오 작가로서 오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안정숙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시나리오 마켓의 진행상황을 볼 때 향후의 미래가 매우 밝다"며 "앞으로 작가와 제작자들이 이렇게 실무적인 만남을 더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씨네21] 2007년 4월 11일
글·사진/강병진 기자
앞으로 봄 가을마다 이런 형식의 회원 워크숍을, 여름 겨울마다 '시나리오작가 캠프'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날이 첫행사였는데 정말 진지하고 생산적인 분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