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배가 고픕니다.
산에는 먹거리가 넘쳐나는데. 우리집 냉장고에는 물 밖에 안 보이네요. ㅎㅎ
요리 할 줄 몰라서 이리저리 배달 전화번호를 눌러도. 다들 연휴라고 전화를 받지 않네요.
휴. 오늘도 산에 갔으면 배 부를텐데... 식탐으로 산행을 기다리는 기호입니다.
어제 아침에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혹시나 산행이 취소될까? 걱정도 되었지만
심산선생님 성향 상. 그럴리 없을 것 같아 가방 들고 나와서 우이동 행 버스를 탔습니다.
지난 산행 덕분에. 익숙한 얼굴도 있고. 낯설은 얼굴도 있었지만 괜히 친밀감이 생기더군요.
심산 선생님 말씀처럼. 다들 장애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
저번 산행보다 짫았지만, 운무에 뒤덮힌 인수봉은 가슴을 설레게 하였습니다.
언젠가 저 암벽을 오르고 싶다. 후. 가슴이 뛴다.
음. 일단 현옥씨처럼 5-10 릿지화를 사야 하겠군.
귓가에 '신발이 바위에 착착 달라 붙어요' 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다.
그래. 술도 줄이고 긴축재정해서 돈을 모아야지.
뭐. 이런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원석이네에 도착하더군요.
집에 가는 길에 산을 오르는 것과 영화 만드는 일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더군요.
24시간 이상 촬영을 하다보면 ' 내가 미쳤지. 왜 이 짓 하고 있을까?' 등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아직 촬영회차가 절반이상 남은 스케줄표를 보면 절망합니다. 언제 촬영이 끝날까?
긴긴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하다보면 몸은 편하지만. 괜히 허전합니다.
첫 영화 시사회 때는 조그맣게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면서 눈물도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상 생활하다 보면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미친듯 촬영하는 게. 이상하게도..
다시 현장을 가죠. 이건 마약이야. ㅎㅎ그러니 어쩔 수 없지 아니한가?
산에 가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산행 초기. 숨이 차기 시작하고 육체적 한계가 다가오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집에서 영화나 볼걸' 잡다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죠.
중간 지점에서 정상을 바라보면. 저길 언제가지? 암담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다리가 움직이고. 문득 고개를 들면. 절경이 펼쳐지고. 바람은 땀 범벅이 된 몸을 시원
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내려와서 술 한잔 하다보면. 저길 언제 갔다왔는지. 꿈만 같죠.
어느새 다시 오르고 싶어집니다. 짐을 꾸리고 밤잠 설치고. 다시 배낭들고 올라갑니다.
산도 마약인 것 같습니다. ㅎㅎ
아직 산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냥 좋아집니다.
어쩌면 산 = 맛있는 음식으로 제 머리속에 입력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다음 산행까지 행복하시고. 추석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