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어느새 알록달록 아기 손바닥 같은 단풍잎에 붉은 물이 들었습니다.
가을이 하도 찌질하게 오길래 올 가을엔 붉은빛없이 그냥 하양으로 가나보다 했는데
그 찌질한 가을속에서도 나무는 제 할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9시 30분 구파발 역 1번 출구 쪽에 있는 구파발 역 만남의 광장에는
한두사람 아는 사람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얼굴은 몰라도 알만한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눈인사와 간단한 안부를 묻고 북한산으로 향하는 704번 버스를 탔습니다.
우리가 내린 곳은 효자리 어디쯤인데 배낭을 멘 일행중 그곳에서 내린 사람은 우리가 전부였습니다.
주택지로 난 작은 길을 찾아 우리의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효자리 초입의 산길은 낭만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잡을 손이 있었음 밤송이를 주워들고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백운대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우린 3km코스로 길을 잡았고
조금 늦게 도착한 한숙언니께선 1km코스로 길을 잡으셨던 모양입니다.
인란언니가 끝까지 한숙언니를 기다렸지만 서로 웅성거리는 소리만 확인했을 뿐 얼굴을 점심때에 비로소 볼 수 있었습니다.
한숙언니를 기다리는 막간에 인란언니는 나홀로 ㅅ ㅌ ㄹ 쇼를 했다는 후문도 퍼졌습니다.
가파른 효자동 계곡길을 오르는 중엔
낯익은 얼굴인 배우 문성근씨를 만났습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등산을 한다는 모임이었습니다.
우리와 반갑게 인사하고 와인과 맥주를 나눠 마시며 동지애를 발휘했죠.
그 와중에 팬임을 자처하고 문성근씨와 사진을 찍으신 SM멤버들도 계셨습니다.
산행은 그야말로 우리 눈을 하늘에서 내리지 못하게했습니다.
지난밤새 내린 비와 바람에 북한산이 반짝 반짝 빛났고
흐린 도심도 제 빛을 찾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산의 그 잘생긴 바위들은 어떠했을까요?
그 바위란 놈들은 가는 곳마다 우리의 목을 조르더군요.
아..숨은벽의 그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하며
백운대의 어설픈 유방같은 두리뭉실함이며
여전히 감동의 탄성을 만들어 내는 잘생긴 인수봉이며
우리에게 길을 허락한 노적봉까지.
이번 산행은 선생님 표현대로하면
SM산행 최초로 계획한 노정대로 진행된 산행이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앞에서 끄는 산샘과 현옥양
뒤에서 살피고 밀어진 진구씨과 희대씨, 인랑언니 등이 있었기에 모든 일정이 가능했겠지요.
이번 산행 백미는 위험하다고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노적봉에 오른 것이었습니다.
노적봉, 그곳에 서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단체사진 속 얼굴의 표정만으로도 우리의 행복이 묻어나지 않던가요?
하산을 위해 노적봉에서 인수봉과 백운대에 아쉬운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용암문을 통과해 도선사 광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오후 5시가 되었더군요.
도선사입구 원석이네에 모여 곱창전골과 낙지볶음 다 병의 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종로로 나와 김원익샘과 조병준샘과 조우했고
작은 디오니소스 축제를 벌였습니다.
이번 산행에 새롭게 인사한
희대씨, 권록씨, 진구씨, 선주씨, 시현씨, 한숙언니, 반가웠구요.
불편한 신발로 산행에 임한 성경씨 고생했구요
맛난 무쌈 준비한 현옥 고맙고
조금 더 체력이 좋아진 민호씨 다음을 기대할께요.
종원씨의 샌드위치는 얼마나 맛있는 줄 아세요?
물론 고어텍스도 필요한 싸늘한 추위에 북어국을 준비해준 월명 경오 부부, 미역국을 준비해준 인란언니....완전 감동입니다.
시현씨 다음에 만나면 이름 더 많이 불러드릴께요.
선주씨의 따뜻한 미소와 미영의 간지나는 체형은 산행내내 즐거움이었고
기호씨 이번에도 많은 짐을 손수 지어줘서 완전 베리 땡큐이고
성은씨 인사도 제대로 못드린것 같아 미안해요^^
별맛없는 모과주를 맛있게 드셔주셔서 산샘님 고맙습니다.
ㅎㅎ
그날 산행이 조금 빡셌던지...전 무릎이 조금 아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