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쌓인 눈을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며 밟고 올라갔더랬지요.
바스락거릴 듯 완전히 말라 버렸으되 채 떨어지지 못한 잎과 앙상히 드러난 가지에도
고운 눈이 사그락사그락 쌓여 히끗히끗 회색의 풍경이었지요.
어떻게 저리 미소짓고 죽을 수 있었을까 싶은, 죽음이 설마 반가웠던 것일까 싶은,
입꼬리 올라가고 눈꼬리 내려간 흐뭇한 웃음 달고 있는 돼지님을 모시고 시산제를 지냈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올해 바람까지 기억하시고 함께 기원해 주신 선생님 축문은 감동이었지요.
하염없이 속수무책으로 내리는 눈 속에 차려진 점심상.
나물들에도 김치에도 내려앉아 입 속으로 들어간 눈들 덕분에 더 맛난 밥이었는지도 모르지요.
풍경은 점점 회색빛에 흰빛을 더해 가고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은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지요.
그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 사람은 너도 나도 꽃이 되었지요.
색채의 거리로 내려와 식당에 자리잡고 앉아 문득 생각했지요.
네모난 틀 속에서만 보아왔던 오롯한 겨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