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라는 방식이 옳으냐..효율적이냐..이런 의문이 많은 것, 알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 통과되려는 이때, 영화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냐, 이런 지적이 있는 것도 압니다...ㅠㅠ...하지만, 영화인들을 대표해서, 혹은, 시나리오작가들을 대표해서, 할 말은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영화인들 혹은 시나리오작가들을 대표할만큼 '훌륭한' 사람이냐...라고 물어오신다면...당근 '아니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하지만...공식적으로 저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의 공동대표입니다. 그리고...다른 공동대표님들께서는...현재 도저히 시위에 참가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 계십니다...그래서, 저도 맘에 들지는 않지만, 제가 내일의 '광화문 1인 시위'를 해치우기로 했습니다
개인 자격이 아니라 시나리오작가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나가는 지라...슬로건에 대하여 조언을 구했습니다. 물론 많은 조언들이 있었지만...딱히 이거다, 싶은 건 없네요...게다가 여지껏 행해졌던 시위자들의 슬로건을 참조해보니...어떤 뜻에서는 이미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고...그래서 마지막 순간, 제가 '영화인대책위'에 제출한 슬로건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Bush와 Hollywood는/한국영화 질투하지 말고/너네 영화나 잘 만들어라!!"
그러나...대책위 왈, "마지막 줄이 뭔가 얄밉거나...얄팍한 느낌이 나네요...너무 미국을 놀리는 거 같고..."...^^ 사실 저, 얄팍한 인간입니다...그리고 양키놈들 정말 놀려먹고 싶고요...더 사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양키놈들 평생 안 보고 싶어요...ㅠㅠ...하지만 대책위의 입장은 대책위의 입장!
결국, 합의된 슬로건은 다음과 같이...'평범한' 혹은 '예의 바른' 혹은 '애원조의' 것입니다.
"한국 시나리오작가들은/한국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스크린쿼터를 지켜주세요"
어찌 보면...정확히 '할 말'만 하는 셈입니다. 저...불만 없습니다. 내일은 이 플래카드를 들고 광화문 네거리를 저 홀로 지키겠습니다. 혹시 시간이 나셔서...따뜻한 커피 혹은 녹차...정도 들고 오신다면...혹은 레드 망고나 투 썸 플레이스에서 만든 요거트(이것 또한 제국주의적 취향이라고 비난하면 어쩌나...?^^)...같은 거 들고 오시면...기쁘게 먹기로 하지요...^^
저라는 인간이 장동건이나 이준기처럼 스타도 아니고...제 얼굴 아는 사람들도 없을 테고...하지만, 할 말은 하고 살아야 되겠죠? 내일 잡혀있던 모든 스케쥴을 미루고...광화문 네 거리에서 피켓 시위를 하겠습니다(제발 내일 날씨가 너무 춥지는 말아야 될텐데...ㅠㅠ....저, 방한복 많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이 미국산인지라...다 집어치우고, 순수 한국 브랜드(!)의 옷만 입고 나갈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말: 저는 진심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진심으로, 한미 FTA협상은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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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1인시위 나선 작가 심산 -질 낮은 미국영화를 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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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무비 2006-03-02 19:07] |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심산 대표가 2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시위를 벌였다.
'한국 시나리오 작가들은 한국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심 대표는 "스크린쿼터 축소는 관객들에게 질 낮은 미국영화를 강제로 보게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제작편수의 감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거대 배급사들이 50억 들여 영화를 제작하기 보다는 흥행력이 검증된 30억짜리 영화를 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급격하게 감소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4일 안성기씨를 필두로 한 영화인들의 릴레이 시위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사진:홍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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