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산 앞에서 외로운 사람을 보다
[책과 인생] 차윤정, 산림생태학자
수문출판사 이수용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어느 해 신년 산행에서였다.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눈 덮인 1월의 산 정상에서 산제를 꾸리는 선생의 차근차근한 모습이 참으로 ‘사람 좋아’ 보였다. 그 후 몇 번의 마주침이 있었지만 일종의 낯가림이라 둘러대는 나의 무심함은 선생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를 저자로부터 선물 받았다. 책은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세계적인 산악문학의 정수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단숨에 날리려는 욕심에서 작정을 하고 책을 펼쳤지만, 이내 책은 보물 같은 이야기들로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가 되었다. 그 흔한 나무 이야기 하나 나오지 않고 오로지 거대한 산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도전기들로 채워진 작품들, 역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자연의 언어보다 사람의 정신, 사람의 언어가 아름답다는 실토를 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어가던 도중 나는 소개된 책들 가운데는 수문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만났다. 놀라웠다. 내가 알고 있는 이수용 선생이 척박한 산악문학계의 묵묵한 출판인이라니. 사회적 쏠림현상이 어느 곳보다 심한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대중적 관심 밖의 책을 출판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길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된 점이 몇 권의 책 쓰기를 통해 얻게 된 인생의 덤이라면 덤일까.
일간지에 책 소개 기사가 나고, 초판을 소화해내고 2쇄, 3쇄 넘어가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그나마 겸허하게 깨닫게 되었음이 또한 내가 거둔 성공이라면 성공이다. 험준한 산악과 같이 또한 험한 산악문학계에서,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역작이든 한국 작가가 쓴 것이든 출판에 따랐을 부담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주제넘은 참견일까. 그 또한 산을 넘고 있는 위대한 도전가였다. 그 후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그의 두 손을 꼭 잡고 진심어린 존경과 감격의 인사를 건넸다.
[한국일보] 2007년 6월 22일
아이거 빙벽, 히말라야, 설원 등등의 단어들에서 떠오르는 그림들이 참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