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11-14 16:53:24 IP ADRESS: *.237.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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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리뷰

명로진(인디라이터)

얼마 전 한 투자회사 대표가 인터뷰를 했다. 투자하는 펀드마다 성공을 거두는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이었다. ‘실패한 투자도 있습니까?’기자가 이렇게 질문하자 그는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 했다고 한다. ‘저걸 10억에 샀는데......지금도 그 가격입니다. 역시 모르는 분야에는 투자하는 게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그의 말은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과 미술을 투자로 보는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BMK)의 저자 박정수에 의하면 그 투자회사 대표는 ‘문맹 文盲’이 아닌 ‘화맹 畵盲’이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사무실에 걸었을 때, 이미 그는 수 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면 된다. 그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곁눈질로라도 그 그림을 감상했을 것이고, 마음 속으로 사무실의 주인에 대해 ‘돈만 아는 줄 알았더니 역시 문화적인 수준도 있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그림을 되팔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나는.....>의 저자 박정수는 화랑 대표, 화상, 큐레이터 등을 역임하며 한국 미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그림을 사라. 30만원 짜리도 있다’ ‘그림을 사는 것은 예술가에 대한 후원이다’ ‘그림은 주식과 다르다. 주식은 사 놓아도 감상할 수 없다. 그림은 투자가치 이상의 소장가치와 감상가치가 있다’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그림을 사지 않는다.’

저자는 미술품도 투자 가치가 분명히 된다고 강조한다. 무명 작가의 그림을 30만원에 샀는데 몇 년 후 300만원에 팔았다는 경험도 소개한다.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단다. 발품을 팔아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미술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한 두 점씩 그림을 모으다 보면 그게 어느 새 큰 재산이 된다는 말이다. 무명 화가의 그림을 사는 것은 물론 위험하다. 그러나 무명화가가 유명화가가 되면 그림은 어느 펀드 못지않은 대박을 가져다 준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화가가 겪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꾸준히 자신을 알리는’화가가 될 것을 주문한다. 그림은 예술품이면서 상품이기 때문에 자기 홍보 역시 예술가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림에 투자하는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준다. 훌륭한 인테리어도 되지만, 작가의 인생과 감정을 시시때때로 우리에게 전해주는 ‘살아있는 벽’이 된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우리의 과거를 회상하고 현실을 빛내고 미래를 꿈꾼다.

저자는 그림을 사는 것이 매우 가치 있는 문화 행위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예술가의 창작물을 공짜로 즐기려는 사람들의 미개함에 대해 한탄한다. 화가치고 ‘이사하는데 버리는 그림 하나 달라’는 말 듣지 않아본 사람이 없다는 거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내가 연극을 할 때면 늘 ‘공짜 표 하나 달라’는 사람이 있었고, 책을 내면 ‘책 한 권 보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늘 내게서 쉽게 잊혀져 갔다.  박정수는 ‘화가에게 그림은 먹고 살 식량이며 입고 지낼 의복이요 들어가 잘 지붕이다. 그걸 공짜로 달라고 하는 건 개념 없는 소리’라고 말한다. 우리의 문화 향유 수준이 아직 이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므로 돈이 있는 사람은 기꺼이 가난한 화가의 그림을 사고, 무명 저자의 책을 사고, 어려운 연극인들의 공연을 ‘돈 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문화 강국 코리아의 미래에 투자하는 펀드다. 그 펀드의 향유자는 바로 우리의 아들 딸 들이고.      

[교보문고] 2007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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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11.14 16:57
*.237.83.65
나는 돈 없는 사람이지만 기꺼이 미술품을 사...
투자로서가 아니라 그냥 곁에 두고 즐기려고...^^

김영희

2007.11.14 18:45
*.109.62.189
저는 사지는 못하고 이렇게 달고 다닙니다.^^

최석운 화가 작품 '돼지와 함께 춤을'

이유정

2007.11.14 23:58
*.109.112.22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그림쇼핑]이라는 책도 이책과 비슷해요. 재밌죠.

최상식

2007.11.15 00:32
*.129.25.6
미술관에 가본지가 언젠지....생각만 있고~~좋은 책을 고르기에 명로진 선생님 글이 좀 도움이 되겠네요 ㅎㅎ
profile

명로진

2007.11.15 09:46
*.86.217.161
심샘이야 말로 문화 투자가 이십니다.
영희씨! 아하 그게 최석운 화가님의 작품이었군요. 유머가 넘칩니다.
<그림 쇼핑>이라? 한 번 읽어 봐야겠네요.
상식님....저도 미술관 간지 오래 됐습니다. 조만간 가야 겠죠? 감사.

김희자

2007.11.15 14:12
*.134.45.100
이를 어째요.. 명샘님 서평으로 책을 다읽은거 같으니..^^ 책이 아니라 진짜 그림을 사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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