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9-02 20:25:53 IP ADRESS: *.201.1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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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사내의 아메리칸 드림
조 에스터하즈(Joe Eszterhas, 1944-    )

현재에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 트럭노조 팀스터의 창설자 지미 호파의 일대기를 다룬 유명한 영화가 두 편 있다. [호파](1992)가 케네디가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력과의 갈등과 투쟁에 초점을 맞춘 사회물이라면, [투쟁의 날들](1978)은 이상주의를 꿈꾸었던 한 순수한 청년이 돈과 권력에 물들어가면서 타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 캐릭터드라마이다. 후자의 촬영현장에서 벌어졌던 사건이다. 주연을 맡고 있던 실베스터 스탤론이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 든다면서 수정을 요구했다. 당시 그는 [록키]의 세계적인 흥행 덕분에 ‘눈에 뵈는 것이 없었던’ 톱스타. 그러나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무명의 시나리오 작가는 스탤론과 마주치자마자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렸다. 이 대책 없는 사나이가 바로 할리우드의 싸움꾼으로 유명한 조 에스터하즈다.

에스터하즈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작가인 동시에 그 끊임없는 싸움질 덕분에 언제나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의 싸움닭 기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살펴보려면 소년 시절로 거슬러올라 가봐야 한다. 에스터하즈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지독한 가난과 전쟁 탓에 한 농가의 헛간에서 의사의 도움도 없이 무식(!)하게 태어났다니 싸움꾼의 탄생 설화치고는 완벽한 설정이다. 그는 공산정권을 혐오한 부친의 뜻에 따라 12살 때 가족 모두와 함께 헝가리를 탈출하여 미국의 클리블랜드에 정착한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이 가난한 난민소년은 14살 때 일찌감치 자신을 세상에 알린다. 누더기를 입고 있다고 놀려대던 동네 녀석을 야구배트로 거의 죽도록 두들겨 패고는 소년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현재 지독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는 그가 처음으로 책이라는 것과 접하게 된 것도 바로 소년원에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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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구세군에서 보내온 헌 옷만을 입고 지냈다는 클리블랜드의 고교 시절 역시 비참하기는 매한가지. [미국에서 거짓말하기]는 당시의 체험들을 코믹하게 회상한 반(半) 자전적인 영화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롤링스톤스]의 기자로 생활하던 에스터하즈가 할리우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30살 때 발표한 장편소설 [찰리 심슨의 묵시록]이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 그로부터 4년 뒤 영화로 만들어지는 첫 번째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것이 바로 [투쟁의 날들]이다.

할리우드로 진입한 이후에도 그는 늘 으르렁대는 맹수처럼 싸움질이 그치지 않았다. 싸움의 상대? 제작자나 감독 혹은 배우는 아예 상대도 되지 않는다. 할리우드 제1의 파워맨인 마이클 오비츠도 그에게 된통 당했고, 저명한 마피아 보스 존 고티 역시 그와 설전을 치르다가 많은 것을 잃었다. 미국의 보수정객을 대표하는 보브 돌 상원의원이 할리우드영화의 폭력성과 섹스 과잉을 비난했을 때 “할리우드의 R등급 영화보다 더욱 음탕하고 외설적인 것이 바로 닉슨, 레이건, 부시 정부의 정치적 악행이다!”라고 정면으로 맞받아친 사람도 에스터하즈다.

[플래시댄스]와 [톱니바퀴의 칼날] 이후 그의 캐런티는 천정부지로 솟는다. 세계적인 흥행작 [원초적 본능]을 쓸 때 선불로 받은 개런티가 자그마치 300만 달러였다. 이는 당시까지의 최고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가끔씩은 [뮤직박스]처럼 점잖은 사회물을 쓰기도 하지만 에스터하즈의 주특기는 역시 시종일관 관객에게 흥분과 긴장을 선사하는 섹스 스릴러. [톱니바퀴의 칼날]이나 [제이드]가 이 계열에 속한다. 메이저에서 배급한 최초의 NC-17등급 영화 [쇼걸]은 에스터하즈의 선정주의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 2000년에는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해 낸 논픽션 에세이 [아메리칸 랩소디]를 펴내 또다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다. 현재 그는 새로 얻은 젊은 아내와 더불어 말리부의 호사스러운 해변저택에서 노닥거리며 쉬엄쉬엄 시나리오를 쓴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바로 조 에스터하즈의 생애를 두고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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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필모그래피

1978년 노먼 주이슨의 [투쟁의 날들](F.I.S.T.)ⓥ
1983년 애드리언 라인의 [플래시댄스](Flasfdance)ⓥ
1985년 리처드 마건드의 [톱니바퀴의 칼날](Jagged Edge)ⓥ
1987년 리처드 마건드의 [하트 오브 파이어](Hearts of Fire)
1988년 코스타 가브라스의 [배신의 계절](Betrayed)ⓥ
1989년 코스타 가브라스의 [뮤직박스](Music Box)ⓥ
1992년 폴 버호벤의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
1993년 로버트 하먼의 [탈주자](Nowhere to Run)ⓥ
1995년 폴 버호벤의 [쇼걸](Showgirls)ⓥ
1996년 윌리엄 프리드킨의 [제이드](Jade)ⓥ
1997년 기 펜란드의 [미국에서 거짓말 하기](Telling Lies in America)
1997년 마이크 피기스의 [원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

ⓥ는 비디오 출시작 

[씨네21] 2000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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