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 선생님과 같이 처음 제주 올레길을 걸은게 2009년 5월이었다. 그 후 시간 나는대로 제주를 내집 안마당처럼 드나들었다. 심산선생님과 책을 내기도 했고 먼 스페인의 카미노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 덕에 걷는 사진작가라는 별명도 생겼다.( 굳이 고백컨데 걷는거 별로 않좋아 하는데 ㅎㅎ)
매년 11월 초에 제주 올레에서는 축제를 연다. 일명 제주 올레 걷기 축제이다. 먹고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걷는 축제라니... 여하튼 하루에 대략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천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제주 올레길을 걷는다.
난 축제의 공식 기록사진을 찍는다.
커다란 몸집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걷는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걸어가기도 바뻐 죽겠는데 사진까지 찍으니 사실 힘이 두배가 든다. 한참 어지러운 마음을 가지고 길을 걷는데 내 앞에 수녀님이 걷고 있다.
묵주 십자가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천천히 걷는다.
바람에, 걷는 속도에 십자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