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
책을 통해 책을 쓴 저자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긴건 처음이었다.
5년전 깜깜한 합정동 골방 밑에서 라면 받침으로 쓰던 두꺼운 책이 있었다. 총 3권의 묶음이었는데 가끔 베게로 삼아 잠을 자던 책이었다. 걷기라면 지독히도 싫어하던 나에게 이 책은 이용도 외에 쓰임이 별로 없었다.
제목도 '나는 걷는다'다. 아 그리고 사진 한장 없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나 책이 욕하는걸까. 꿈에 나온다. 꿈에 나와 나를 손가락 질 한다.
어쩔수 없는 강박에 못이겨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2일만에 3권의 책을 모두 읽어 버렸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올해 나이 75세다. 프랑스 노르망디에 살고 있는 작가는 퇴직 후 61세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만2000㎞를 1099일간 걸었다. 혼자였다. 봄부터 가을까지 걷기를 반복해 총 4년이 걸렸다. 하루하루의 경험을 기록해 책으로 냈다. 바로 그 책이 '나는 걷는다' 이다.
매년 제주 올레 축제과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공식 사진을 담당하고 있다. 작년 11월 긴 영화를 마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 하려고 했는데 컨퍼런스 강연자가 올리비에씨 라는것이다.
두말없이 아니 무조건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제주로 갔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올리비에씨를 만났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 시간. 안되는 언어를 무시하고 내 존경의 눈빛이 통했을까. 마치 할아버지 처럼 나에게 사진 한장 한장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주신다. 사진 한장, 말 한마디를 들으며 생각한다.
'왜 걷는가?', 그리고 '왜 사는가?'
그렇게 꿈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짧은 몇 시간이었만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난것으로 아쉬움보다는 기쁨으로 자리를 떠났다.
나도 걷는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