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각자 식구들과 추석을 보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리집 식구들은 산에 가기로 했습니다. 전날 12시 정도까지 과외 4개를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11시에 집 근처 관악산에 오르기로 양해를 구하곤 딱 제 준비만 마치고 다같이 출발했습니다.
원래 우리집 식구들이 ‘오래걷고, 오래뛰기’ 에 능숙합니다. 뭐, 딱히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그렇습니다. 체질도 그렇고, 애들을 강하게 키우면 그렇게 됩니다. 오직 엄마 한 분이 좀 걱정되긴 했습니다. 외가집 식구들이 체형은 8등'신인데, 운동능력은 4등'신 갓난애보다도 못 합니다. 때문에, “못 오르면 버리고 간다.”고 못을 박았고, 엄마도 밑에서 산책하고 있겠노라며 책까지 들고 나서셨습니다. 같이 좀 걱정되던 운동부족 막둥이는 친구네 놀러갔다 돌아오질 않았기에 잘됐다고 버리고 갔습니다. (우리집 식구들이 약간 빡쎕니다. 기다려주고, 도와주고 이런 거 없습니다.^^;)
차안에서 준비물을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를 아무도 안 챙겼습니다. 대체, 우리집 식구들 사진찍는 거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다들 생각조차도 안했더랍니다. ㅡㅡ; 그래서 관악산 만남의 광장 수퍼에서 부랴부랴 일회용 카메라를 산 후 산에 오르기 시작하니, 곧 대열은 3개로 나뉩니다.
장남녀석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미친듯이 오르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고, 부모님께서는 한적한적 저 뒤에서 올라오시다 또 시야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수색중대 출신인 네째 남동생 녀석만 저와 같이 보조를 맞추며 올랐습니다. 이 녀석은 운동을 좋아하는 것과, 똥배를 혐오하는 것과 먹는 거 좋아하는 것이 저랑 똑같고, 좀 둔하긴 하지만 생각하는 방향도 비슷해서 이야기가 잘 통해 즐겁게 올랐습니다. 다만, 이 녀석이 신나게 오르다가는 자꾸 길 아닌곳으로 쑥쑥 들어가기에 잡아다 원상복귀 시키느라고 애를 좀 먹었습니다.^^;
약간 숨이 차 오른다 싶으니, ‘깔딱고개’ 라는 바위투성이 고개가 나타났습니다. 사방이 돌 천지에 경사가 급합니다. 뭐... 가뿐하게 잘 올랐습니다. 오히려 새로 산 등산화가 바위에 착착 붙는 맛에 ‘바위 더 없나?’ 두리번 거리기에 바쁩니다. 곧, ‘국기봉’ 이 나타났습니다. 더 가파르고, 더 위험합니다. 뭐... 또 가뿐하게 올랐습니다. ^^ 다 오르고 나서 보니, 제 동생이 바닥이 평평해서 미끄러지기에 딱 알맞은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운동화중 그나마 산행에 알맞은 거였답니다.
녀석이 떡 먹고 싶다고 자꾸 징징대고, 저도 슬슬 배가 고파져서 둘이 약간 밑의 바위에 앉아 한창 제 얼굴만한 사과를 베어물고 있는데, 갑자기 ‘튕~ 튕~’ 소리가 납니다. 보니까 어느 여자분이 큰 보온병을 꼭대기 바위에서 떨어뜨렸나 봅니다. “조현성! 숙여!” 다행히, 때맞춰 고개를 숙여 보온병은 동생 가방을 맞고 정지했습니다. 정말 제 동생 머리를 정확히 겨냥한 한 방이었습니다. 암벽에선 똥자루를 맞고도 죽는다던 산쌤의 말씀을 전해주며, 그 여자분에게 화난 눈빛을 쏘아댔습니다.
다같이 점심을 먹기로 한 삼막사에 도착해 보니, 다시 배가 너무 고픕니다. 이미 장남놈은 도착한지 40여분이 됐습니다. 차도로까지 뚫려있고 완전 기념품점화된 삼막사를 대충 훑어본 후, 바로 옆 벤치에서 다들 가방의 음식들을 꺼냈습니다. 어이없게도, 떡은 넷째 놈 가방에 들어있습니다. 지 가방에 있는 떡을 못 먹어 줄창 징징대는 놈의 머릿속은 대체 어떤 회로로 움직일까 궁금해집니다. 부랴부랴 밥과 반찬을 꺼내 입에 쑤셔넣고 있는데, 지나가는 절 방문객들이 다들 힐끗댑니다.
“누나, 나중에 엄마, 아빠 오시면 딴 데서 먹자.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
“시러!”
측은한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밥을 다 먹고도 10분을 더 기다리니, 국기봉은 건너뛰고 직방으로 오셨는데도 부모님이 그제야 나타나십니다. 우리 3형제는 그곳까지 씩씩하게 올라오신 엄마와, 엄마를 도와주시느라 힘드셨던 아빠를 향해 박수를 보내 드렸습니다. ^^
시원한 그늘에서 자리 깔고 나머지 가족은 식사를, 저는 간식먹기를 했습니다. 올라오면서 줄창 헤맸던 넷째는 역시나 수색중대 연대장 시절에도 오죽하면 일병에게 길을 물어 전투훈련을 마쳤다고 해서 다들 신나게 비웃어 줬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한 번은 ‘쥐잡기 훈련(?): 산에서 다른 부대사람들이 수색중대를 포획하는 훈련’ 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도망쳐도 가는 곳마다 잠복이 있어서 정말 의아했답니다. 마치 홍길동이나 가루치처럼 신출귀몰하는 훈련병들을 보며 기가막혀 죽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제 동생 생각과는 달리 일개 중대가 훈련에 참가한 것이 아닌, 대대가 에워싸고 있던 거랍니다. 길도 못 찾고, 사람 구분도 못하는 제동생... 그 예쁜 눈은 완전 장식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4시에 약속 있으신 아빠 때문에, 하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간만큼의 몇 배라도 더 갈 수 있는데, 그만이라니 다들 아쉬워 합니다. 그런데, 조금 걸을라치니 그때까지 잘 오르시던 엄마가 갑자기 기진맥진해 하십니다. 배 터지게 먹고도, 숟가락만 놓으면 즉시 빨딱 일어나는 나머지 식구들에겐 의아한 일입니다. 게다가 큰 엉덩이 때문에 돌들 사이에서 중심잡기 힘들어 하시는 엄마를 부축하며 한들한들 하산을 했더니, 3시입니다.
남들 5시간 걸리는 코스를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리고 먹고도 4시간만에 주파한 것입니다. 국기봉까지 1시간 20분, 삼막사까지 15분, 하산 1시간, 산행에 걸린 시간은 2시간 35분밖에 되질 않습니다. 게다가 장남녀석은 걸은 시간보다 기다린 시간이 더 깁니다. 이건 산행이 아닌, 행군입니다. 무슨 ‘국기봉 등반훈련’ 같습니다. 그나마 몇 번 쉬었던 시간도 한 번에 3분을 넘지 않습니다. 정말 대단한 가족들입니다.^^
집에 와서 한숨자고 과외를 한 후, 다시 집입니다. 몸이 약간 노곤한게 왠지 뿌듯합니다. 방구석에 박혀 줄창 먹어대는 추석보다 훨씬 알차고 값진 하루였습니다! ^0^
저도 오늘 가족들과 함께 계양산에 올랐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아버지만 꾸준히 산에 오르시는데, 오늘 역시 저는 헥헥 거리며 정상을 밟고 내려왔습니다ㅋ
정상까지 가장 짧은 코스로는 한시간여, 능선을 탄다면 세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는 계양산이기에 제가 혼자 SM클럽 등반을 연습 하기엔 딱일꺼 같습니다^^ㅋㅋㅋ
매일 계양산 정살 밟기 실천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