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상까지.. 갔다왔습니다...
12일 제주도 폭설탓인지 원래 눈이 많이 쌓여있는 건지.. 사람 키만한 눈이 쌓여있더군요...
한라산 가서 처음 알았습니다..
신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성판악 입구에서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데, 우체국에서 단체로 우르르 올라가길래..처음 가는 길이라 무조건 따라붙어서 올라갔습니다...
4시간 반 코스라던데 8am부터 시작한 산행이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am 10시 40분...
그 다음부터는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더군요.. 사람도, 나무도, 하늘도, 한 치 앞도....
눈바람이 너무 강해서 얼굴은 따갑고 지하철에서 샀던 장갑은 소용이 없었습니다..
꽁꽁 언 손으로 겨우겨우 꽂혀있던 깃발을 잡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한 마디 건네십니다.. "힘내세요. 정상이예요.."
정상에 가도 아무것도 안보이고 싸구려 보온병의 물은 식어버렸더군요...
정상에 올라가니 pm12시 반경...
여자 혼자 씩씩대고 올라온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구요.. 평일이어서 그런탓도 있고 날씨가 아주
안좋았습니다...
관음사 코스로 내려왔는데, 2시간만에 내려왔습니다..
묵고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비료포대를 2개 주셔서 하나 깔고서 눈이 입에 들어가건 눈에
들어가건 말건... 나이가 3!이건 말건... 비명을 꺅꺅 질러대며 내려오니 pm3시 15분이더군요...
내려갈땐 전우회 아저씨들이랑 같이 내려갔는데 비료포대 하나 드렸더니 내려와서는 서귀포시까지
태워다 주십니다... ㅋㅋㅋ "오늘 아가씨가 제일 신났구만.."하시면서...
잊지못할 산행이었습니다.. 해발 1950m ...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건... 오르는 내내 힘이 들면 나무를 안고서 눈을 감고 있으니 너무 고요하더군요...
들리는 건 바람소리와 쿵쾅거리는 제 심장소리밖에 없더군요...
그게 제일 좋았습니다... 다시 또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겨울산행엔 비료포대가 최고라는 교훈을 준 산행이었습니다...
아싸.. 다음은 어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