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심산와인반]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처음 심산스쿨에 [심산와인반]을 개설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시나리오학교에 와인반이 웬 말이냐? 잘 나가는 강남의 논현동도 아니고 강북의 한 귀퉁이 신촌로터리 구석에서 과연 와인반이라는 것이 존재 가능할 것이냐? 뭐 그런 입장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제 입장은 달랐습니다. 저는 심산스쿨에 와인반이 있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저의 기준에 따르면 그것이야말로 ‘심산스쿨을 심산스쿨스럽게 만드는’ 일이었거든요. 저는 심산스쿨이 단순한 시나리오학교가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일단 시나리오를 배우러 왔지만 온 김에 사진도 배우고 와인도 배우고...뭐 그런 ‘자유로운 크로스오버’의 장이 되기를 원했던 겁니다.
와인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의 우려와는 달리 [심산와인반]은 잘 유지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총10기에 걸쳐 워크숍을 진행했고, 그 결과 100명이 넘는 동호인들이 배출되었습니다. 심산와인반동문회인 ‘샤또몽벨’은 심산스쿨의 그 어떤 커뮤니티보다도 훨씬 더 활성화되어있고 유쾌한 모임입니다. 저는 보다 많은 동문들이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사실, 심산와인반의 수업을 들어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심산와인반은 어떤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워크숍이 아닙니다. 이것 역시 ‘심산의 기준’에 따른 것이지만, 심산와인반은 ‘동문들에 대한 서비스’의 개념이 강합니다. 시나리오 쓰기에 지쳐있는 동문들에게 어떤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 다른 직업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 서로를 알게되는 그런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었던 거지요.
하지만 그런 [심산와인반]이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10기까지의 워크숍을 끝낸 기념으로 번외특별반인 ‘세계와인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여기까지를 [심산와인반 시즌 1] 정도로 여겼던 거지요. [세계와인순례 Part 1]까지는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개강할 예정이었던 [세계와인순례 Part 2]가 삐그덕거렸습니다. 최소수강인원(7명)에 미달되어 개강을 할 수 없었던 거지요. 결과적으로 [심산와인반 시즌 1]이 미진하게 마무리된 셈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어찌되었건 이제 [심산와인반 시즌 1]은 끝났습니다. [심산와인반 시즌 2]는 [심산와인반 11기]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과연 [심산와인반 11기]가 최소수강인원을 넘겨 제대로 개강할 수 있을까? 그것이 저의 의문이고 이 글의 주제입니다.
[심산와인반 11기]는 이 여름의 불볕 더위와 휴가철을 넘긴 다음 2011년 8월 17일(수) 밤에 개강합니다. 제가 정한 룰은 심플합니다. 최소수강인원인 7명 이상이 등록을 하면 개강하고, 그 미만이면 미련없이 폐강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영원한 폐강’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Never Say Never!"). 하지만 만약 이날 개강하지 못하면 당분간(적어도 1~2년 동안)은 심산스쿨에서 와인반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심산스쿨의 개성’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은 아니니까 와인반 따위는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와인반을 없애는 대신 다른 시나리오 워크숍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까요?
이스라엘의 속담에 그런 것이 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신은 웃는다.” 어쩌면 이런 모든 질문들이 부질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를 우리 인간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어찌되었건 게임의 룰과 시한은 정해졌습니다. 2011년 8월 17일까지 7명 이상이 등록을 하면 [심산와인반 11기]가 시작되고 그렇지 않으면 폐강됩니다. 주변에서 간혹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심산와인반을 듣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동문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 ‘언젠가’가 ‘Now Or Never'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노력과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과연 [심산와인반]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무척 궁금합니다. 제 성격을 아시는 분들은 능히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일희일비하지는 않을 자신(!ㅋ)이 있습니다. 다만 궁금할 따름입니다. 2011년 8월 17일 밤에 다 같이 뚜껑을 열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