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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로 뭉친 시골사람들
정직조치 10년만에 다시 고교농구팀 감독직을 맡은 노먼 데일(진 핵크맨)은 들뜬 마음으로 부임지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그를 맞는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교사와 마을사람들까지도 뜨악한 표정이다. 꿈이 없는 선수들과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마을사람들.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노처녀 여교사 플리너(바바라 허쉬)마저 노골적으로 아픈 데를 찌른다. “여기는 지도에도 안 나오는 오지에요. 당신 정도의 나이에 여기까지 흘러들어 왔으면 인생막장인 거지.” 데이비드 앤스포 감독의 영화 <후지어>(1986)는 1951년 미국 인디애나주 고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벌어졌던 감동적인 실화를 다루고 있다. 해당년도의 우승팀은 그 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히커리고등학교의 후지어스. 이전까지 단 한번도 지역예선조차 통과해본 적이 없었던 이 무명의 농구팀이 어떻게 우승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후지어>가 보여주는 비결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감독과 코치와 선수들 그리고 온마을사람들의 단합. 하지만 진리는 단순하되 그곳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기 마련이다. <후지어>는 농구시합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훈련방법 따위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가 관심을 갖는 것은 각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다. 노먼은 선수를 실력으로 평가하기에 앞서 그의 삶을 껴안으려 애쓴다. 자폐증세를 앓는 농구천재를 홀로 서게 만들고, 아버지를 혐오하는 아들의 마음을 돌리고, 마을사람들의 부당한 요구에 고개를 꼿꼿이 치켜드는 것이 그의 일이다. <후지어>를 보면 스포츠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단결시키는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지역예선을 통과하자 이 버려진 시골마을은 완전한 축제분위기에 휩싸인다. “자네는 이게 우리 마을사람들에게 뭘 뜻하는지 상상도 못할 거야.”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한 농구선수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미치광이’로 통하는 알콜중독자 슈터(데니스 호퍼). 노먼이 뜻밖에도 그를 코치로 임명하자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마을 전체가 술렁거린다. 심지어는 슈터 자신조차 한사코 손을 훼훼 내저으며 그런 ‘책임 있는’ 자리로부터 도망치려고만 한다. 하지만 노먼은 완강하다. “당신은 해낼 수 있어. 다만, 넥타이를 매고 면도를 해. 당신 아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새 삶을 살려 안간힘을 써대는 슈터의 모습이야말로 <후지어>가 전해주고 싶었던 최고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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