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도 인생도 전쟁이다
올리버 스톤 [애니 기븐 선데이]
풋볼(미식축구)은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하다. 이따금씩 미군방송을 통하여 풋볼경기를 들여다봐도 그들이 왜 저렇게 열광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풋볼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일 것이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대중성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경기의 운영방식이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뜻에서 그렇다. 철저한 분업, 격투기에 가까운 몸싸움, 그리고 서부개척시대를 연상시키는 치열한 땅따먹기.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는 이 지독하게도 미국적인 스포츠의 매혹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이애미 샤크스의 감독 토니(알 파치노)는 구단 내부의 적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나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뿔난 망아지처럼 제멋대로인 신예쿼터백 윌리(제이미 폭스)이고, 다른 하나는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여성구단주 크리스티나(카메론 디아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토니는 탄식한다. "풋볼에는 룰이라도 있어.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아. 엿 같아!"
이 영화를 통하여 들여다보는 프로풋볼의 세계는 그야말로 카오스의 아수라장이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마약과 고급창녀들이 득시글대며 배신과 음해가 일상사처럼 벌어지는 곳이다. 이 영화 속의 풋볼선수들은 저마다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모두 살아남기 위하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살기가 번득이는 눈을 부라리며 경기장으로 뛰쳐나간다. [애니 기븐 선데이]의 현란한 영상과 그악스러운 캐릭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하지만 천박한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하여 그들의 세계를 폄하하려 드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하다. 우리의 인생 역시 그와 다를 바 없으니까.
그러나 전장에도 꽃은 핀다. 같은 팀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윌리에게 토니는 말한다. "돈도 명예도 여자도 다 흘러가버려. 세월이 가면 그리워지는 것은 오직 하나, 함께 눈빛을 교환했던 동료들뿐이야." [애니 기븐 선데이]는 어느 프로풋볼구단의 영욕을 파헤쳐 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되묻는 멋진 작품이다. 올리버 스톤의 작품답게 촬영과 편집 역시 당대 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게임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 엔딩자막이 나온다해서 모니터를 꺼버리지는 말 것. 최후의 유쾌하고도 징글징글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