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게 리듬에 맞춰 멋지게 달리자!
존 터틀텁 [쿨러닝](1993)
그러나 1988년 캐나다 캘거리 겨울철올림픽에서는 이 기존의 상식이 여지없이 깨진다. 봅슬레드 참가국 접수창구의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묻는다. “어느 나라에서 왔다구요” 국가대표팀 감독 어빙(존 캔디)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반복한다. “우리는 자메이카 봅슬레드팀이요.” 맙소사, 자메이카라니! 그곳은 일년 내내 여름뿐인 자그마한 섬나라가 아닌가 반바지에 샌달을 신고 밥 말리의 레게음악에 맞춰 몸을 흐느적거릴 뿐인 게을러 터진 사람들이 얼음나라에 눈썰매를 타러 왔다고라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게다가 그들은 단지 ‘참가’에 의의를 둔 것이 아니라 놀라운 기록을 달성해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입을 쩍 벌려놓았다. 존 터틀텁 감독의 [쿨러닝](1993)은 이 기상천외한 코미디 겸 감동적인 실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영화다. 이들의 훈련기와 출전기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웃기다 못해 가슴 한 켠이 짠해진다. 이들은 주어진 조건을 탓하지 않는다. 이 낙천적인 자메이카인들에게 있어 가난이란 불편한 장애물이요, 조롱이란 깨부수어야할 편견일 뿐이다.
[쿨러닝]은 일급 스포츠영화일 뿐 아니라 완성도 높은 상업영화이기도 하여 개봉 당시 미국 내에서만 800억원 이상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제목으로 쓰인 ‘쿨러닝’은 자메이카 봅슬레드팀의 구호인데 글자 그대로 “멋지게 달리자!”라는 뜻이다. 영화 전편에 깔려 있는 레게음악 역시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유쾌한 영화 [쿨러닝]이 전하는 세밑 메시지는 이렇다. “꿈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나아져요.” 힘겨웠던 한 해도 오늘로 끝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에는 우리 모두 “쿨러닝!”
[한겨레] 2003년 12월 31일자
지난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어 사람들이 굉장한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