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하워드 도이치 [리플레이스먼트](2000)
하워드 도이치 감독의 [리플레이스먼트](2000년)는 파업에 돌입한 정식선수들을 대신하여 구장에 투입된 낙오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통 미식축구영화다.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은 그야말로 백화제방하듯 제각각 살아 숨쉬는 다양한 조연급 캐릭터들의 놀라운 조화에 있다. 그들 모두는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기 전에 하나같이 사회의 낙오자들이었다.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 과격한 성격 때문에 늘 일을 그르치는 경찰, 비대한 몸집의 스모선수, 그라운드 안에서도 담배를 피워대는 꼴초…그들의 팀플레이가 불협화음의 극치가 되고 본의 아닌 코미디가 되어버리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리플레이스먼트]는 얄미울만큼 ‘웰메이드’되어 있는 할리우드 영화다. 잘 짜여진 플롯 속에서 코미디는 어느 새 휴먼드라마로 바뀌고 전문성은 대중성을 쉽게 획득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노동조합의 정식파업에 저런 식으로 엿을 먹여도 되는 거야”하는 따위의 ‘입 바른’ 비판을 하기란 쉽지 않다. [양들의 침묵][[식스센스]의 세계적인 촬영감독 후지모토 타크의 카메라는 빤할 수밖에 없는 스포츠영화의 앵글을 자유자재로 비틀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면 위로 깔리는 ‘정겨운 옛노래’들은 저항 없는 감정이입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비록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이 세상의 모든 낙오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미가 셰인에게 묻는다. “승자와 패자는 뭐가 다르지” “점수가 다르죠.” “아닐세, 진정한 승자란 재기에 도전할 용기를 갖는 자일세.” 정식선수들과 패싸움을 벌인 후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리플레이스먼트’들이 경쾌한 디스코 풍의 노래 [아이 윌 서바이브]를 불러제끼며 신나게 춤추던 장면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다.
[한겨레] 2004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