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님의 첫 번째 저서
김선미 님은 마음이 곧고 넓으며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입니다. 저하고는 월간 [MOUNTAIN]의 기자와 필자로 만났습니다. 제가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라는 것을 연재할 때 매번 마감날짜를 어겨서 속 깨나 썩였지요(이 시리즈는 조만간 다시 연재를 시작해야 되는데, 도대체 언제쯤 되어야 그것이 가능할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선미 님은 저를 타박하기는 커녕 오히려 분에 넘치는 글까지 써주었습니다. 바로 [심산스쿨>관련기사]의 7번글 ‘한량이 찾는 의미와 재미의 산’입니다.
산악전문기자이면서도 ‘산’보다는 ‘사람’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가 첫 번째 저서를 세상에 내놓았군요. 바로 위에 보시는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마고북스, 2006)입니다. 김선미 님네 식구가 사는 방식도 참 독특합니다. 남편이 돈을 벌어오는 동안에는 아내가 전업주부를 하고, 아내가 돈을 벌어오는 동안에는 남편이 전업주부를 하고...서울이 싫다고 경기도의 한 산자락 아래로 이사를 가서 소박한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지난 해에는 그나마 다니던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딸 둘과 함께 3번 국도를 따라 전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9일 동안 오토캠핑 스타일로 다녀온 그 아름다웠던 여행의 기록이 바로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입니다.
책이 참 좋습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지는군요. 저도 더 늦기 전에 딸아이와 단 둘이서 이런 여행을 해봐야 되겠다 싶습니다. 꼭 히말라야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우리 나라에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아요. 하긴 아름답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여행이란 ‘어디를’ 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건 ‘가는 것’이니까요. 어디에 도달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가기 위해 가는 것’이 바로 여행 아닐까요? 사진들도 아주 멋진데 흑백으로 실려서 조금 서운합니다. 여행과 관련된, 그리고 숙달된 노하우를 가진 여행자만이 전해줄 수 있는, 유머러스하고도 실용적인 ‘팁’들도 쉬어가는 페이지마다 그득합니다.
김선미 님, 책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참 예쁘네요. 큰 딸 ‘마로’가 제 외동딸 ‘은’과 동갑내기일 것 같은데 언제 우리 한번 시간을 맞추어 함께 여행을 떠나봅시다. 이 책은 앞날개마저도 예쁘네요. 앞날개에 실린 글과 세 모녀의 사진 그리고 인세의 일부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증한다는 표시까지...표지에 실린 허영만 선생님의 장난스러운 그림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저처럼 아이들을 ‘길 위에서’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주저 없이 ‘강추(!)’입니다. 부모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와 ‘놀아주는’ 거지요. 이제 조금 있으면 저 아이들도 부모와 더 이상 놀아주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놀게 되겠지요? 그 전에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놓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