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 잘 도착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피곤해서 잠깐 선잠을 자고 났더니...밤에는 또 잠이 안와서 영국에 있을 때 주문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봤습니다. 이 영화, 무척 맘에 듭니다.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도 잘 알 것 같고...^^ 결국 새벽에야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오후 3시! 아마도 시차 때문인가 봅니다. 한국의 오후 3시는 영국의 오전 7시(!)이니까요...^^
부랴부랴 배낭 하나 챙겨들고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오늘이 제가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산악문학 특강'을 하는 날이거든요. 교안 준비에 약간의 차질이 빚어져서...제가 몽땅 외워서 했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일 없었습니다. 강의 끝나고 강사들과 함께 오뎅국에 까만 군화술(이게 뭘까요?^^)을 두어 잔쯤 마시고...혼자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헤드랜턴을 안 가지고 갔지만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뭐 북한산 그 길이야 두 눈 감고도 다닐만큼 수 백 번 오른 길이니까요...그런데 하루재를 통과할 즈음에 멋진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년 간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있던 하루재 샛길이 풀렸더군요!
서울의 네온사인들이 발 아래 별바다를 이룬 산 능선을 홀로 걸어서 내려오는데...참 멋졌습니다. 단독야간산행, 이거 꽤 운치 있는 일입니다.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낭만적이고...뭐랄까 '달콤한 외로움' 같은 것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몇 년 동안이나 인적이 끊겼던 산길을 걷는다는 건...아주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냥 도시로 내려오기가 싫어 몇 번이나 발길을 멈추고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커피를 홀짝, 물을 꼴깍...그렇게 아껴가면서 내려왔습니다.
앞으로 도선사 광장 쪽으로 올라갈 일이 있으면, 아스팔트길을 걸어갈 필요도 없고 비싼 돈 주고 택시탈 필요도 없이, 그저 이 길(백운대매표소2에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훠이 훠이 올라가면 되겠다...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에 올랐던 북한산...참 아름다왔습니다. 요즘이 그야말로 '봄의 신록'을 느낄 수 있는 때죠....정말 여리고 맑은 초록빛이 가지 끝에 올라오는 시절! 군데 군데 진달래들도 피었는데 그 빛깔이 정말 고왔습니다...여러분도 이 좋은 계절은 놓치지 말고 꼭 한번 산에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