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 일도 없으면서 산에도 잘 못 갑니다. 덕분에 언제나 '운동부족'이지요. 몸이 찌뿌드드한 게 영 개운치가 않습니다. 그러면 헬스라도 하지 그러냐? 물론 해야겠다(!)고 결심한 지가 수 년 전이지요. 마침 서강대 바로 옆에 근사한 헬스장도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왠지 헬스장에는 가기가 싫네요.
한 보름 전부터 여의도에 있는 집에서 집필실이 있는 신촌까지 걸어다닙니다. 대략 75분 정도가 걸리더군요. 집에서 여의도공원을 통과하여 서강대교 입구까지 25분, 서강대교를 건너는데 25분, 서강대교를 내려서서 집필실까지 25분. 그런데 서강대교의 길이가 1,320m라고 하니 그것의 3배 정도 되는 거리라고 보면 약 4Km 정도 되네요.
요즘 일주일에 한 사나흘은 이 길을 걷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 길을 자전거로 다니며 출퇴근을 했지요. 그런데 음주 자전거...이거 꽤 위헙합디다. 한번은 비틀대다가 차로에 넘어져 거의 치어죽을 뻔 했지요. 게다가 자전거를 놓고 가네 마네도 귀찮고...걸어다니니까 딱 좋아요. 일주일에 하루쯤은 걸어서 이 길을 오가니 8Km를 걷는 셈이네요?
서강대교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서울 강북의 모습, 특히 북한산...아주 멋집니다. 서강대교에서 바라보면 와우산, 인왕산, 그리고 북한산의 비봉이 아주 잘 보이지요. 늦은 밤에 이 길을 걸어 여의도로 들어설 때도 풍광이 멋집니다. 여의도의 야경은 뉴욕의 마천루를 축소해놓은듯 하지요.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세수도 안하고 집에서 나와 [빠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를, [커피빈]에서 갓 볶은 커피를 한잔 사서 여의도공원 내의 야외식탁으로 갑니다. 느긋하게 [한겨레]를 뒤적이면서 공원에서 먹는 아점식사...꽤 괜찮습니다. 뭐 남들이 보면 노숙자인줄 알겠지만...^^
서강대교를 홀로 걸어 건너는 이상한 남자를 보게 되거든 행색을 잘 살펴보세요. 만약 그 남자가 반바지에 샌달 차림이고, 등산용 고글을 끼고 있고, 등에는 배낭도 짊어지고 있고, 귀에는 MP3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뜽금없이 커다란 디카로 뭔가를 촬영하고 있다면...아하, 저 친구가 심산이로군, 하시면 대략 맞습니다...^^...오늘도 오후까지 집에 있다가 천천히 홀로 신촌까지 걸어와 [구타유발자들]을 보고 이제 집필실로 들어와 이 글을 씁니다...^^
제가 .. 창피하세요? ㅜ.ㅜ ^^
약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초저녁의 여의도 공원 산책은 정말 일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