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명 작가의 전통술 특강후기
비나미코 주최, 서울와인스쿨, 2006년 8월 24일
얼마 전 ‘비나미코’(서울와인스쿨동문회)가 주최하는 [허시명의 전통술 특강]을 들으러 갔습니다. 비나미코에서는 매달 한번씩 술과 관련된 특강을 개최하는데, 그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해당 분야 최고 권위의 강사가 나오고 수강생들의 수준 역시 대단합니다. 그날은 3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태반이 대학교수님들이시더군요. 7월달에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뉴질랜드 와인시음회를 열었고, 6월달에는 한복진 교수의 사케(일본술) 특강이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참석한 특강이었는데 앞으로는 매달 빠지지 않고 가야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시명님에 대해서 아십니까? 저는 오래전부터 그의 팬이었습니다. 한국 전통주에 관련된 두 권의 저서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과 [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저입니다. 지난 7년 동안 전국을 샅샅히 뒤져서 ‘발로 쓴 글’이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납니다. 여행과 관련된 다른 저서들, 이를테면 [사랑의 기억만 가지고 가라]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체험여행] 같은 책들도 아주 훌륭하지요. 현재 그의 명함에는 두 개의 직함이 쓰여져 있습니다. 하나는 ‘전통술 품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여행작가협회’라는 것이지요.
그날 처음 마주쳤는데 제가 팬이라고 고백을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제 책을 읽어봤노라고 말하더군요. 덕분에 아주 급속히 친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날 것 같은 작가입니다. 저는 허시명님 같은 분이야말로 ‘진정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작가(writer)란 이런 사람입니다. 흔히들 작가라고 하면 시인이나 소설가 등을 떠올리는데, 이미 오래 전의 개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작가는 ‘여행작가(travel writer)'입니다. 제가 전공하고 있는 ’산악작가(mountain writer)'라는 것 역시 여행작가의 하위 개념이지요. 제 개인적인 소망은...앞으로 심산스쿨에서도 이런 개념의 작가 워크숍을 열어보는 겁니다. 아마도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듯 합니다.
전통술 특강의 내용들을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너무도 방대하고 전문적이니까요. 다만, 듣는 내내, 가슴이 몹시 아팠다는 이야기는 밝혀야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에 “쌀로 술을 빚지 말라”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물론 박정희의 작품이지요. 그 결과 한국의 전통술은 전멸(!)했습니다. 30여년이 지난 다음에 이 법안이 폐기처분되기는 했지만 이미 대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요즘 제가 열을 올리고 있는 와인공부에 빗대어 보자면...참으로 처참한 수준입니다. 수천년 이어온 전통술을 끝장내버렸다는 것은 박정희가 저지른 가장 극악한 범죄들 중의 하나입니다.
허작가가 꼽은 ‘국내 3대 술 익는 마을’이야기가 귓전에 남았습니다. 소곡주를 만드는 한산, 홍주를 만드는 진도, 산성막걸리를 빚는 부산의 금정산성이지요. 언제 따로 시간을 내어 이 마을들을 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워낙 바쁜 분이긴 하지만, 허작가가 시간을 내어준다면, 그를 따라서 다녀오고 싶습니다. 허름한 민박집에 퍼질러 앉아 조상 전래의 방식으로 지금도 빚고 있는 잘 익은 술을 홀짝이는 것...죽기 전에 꼭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와인스쿨동문회 비나미코에서 배운 것 하나. 심산스쿨에서도 매달 이런 특강을 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비나미코는 약 한달 전에 공지를 띄우고, 입금 선착순으로 정확히 35명까지만 신청을 받습니다. 이번 전통주 특강의 수강료는 3만원이었습니다. 우리도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요? 가령 “[각설탕]의 원안/각색/프로듀서/제작자 이정학의 특강” 혹은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의 각색/감독 송해성의 특강”을 공지하고, 쏘비 평생회원에 한하여 수강신청을 받되, 수강료 3만원을 미리 입금시킨 사람들을 선착순 50명까지만 받는 겁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