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희 심산스쿨에서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의 1월 정기모임이 있었습니다. 저희 조합 모임에서는 매달 빼놓치 않고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경매'입니다. 자신의 소중한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조합원들에게 경매를 붙여 파는 거지요. 그렇게 해서 모인 돈을 어디에 쓰냐고요? 연말까지 모은 다음 '영화를 하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에게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매번 경매때마다 가장 재미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 바로 김희재 작가입니다. 김희재 작가는 김대우 작가 및 저와 더불어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제가 김희재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오래 전 어느 카드판(!)에서였습니다. 그녀는...카드판에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플레이어(!)였습니다. 그래서 제게 아주 깊은 인상을 심어줬었죠...^^
조합 일을 하게 되면서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제야 비로소 만났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을 하면서...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당하고, 분명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유머러스한 사람입니다. 김희재 작가가 이번에 내놓은 여러가지 경매물품 중에 자신의 사진을 표지모델로 쓴 한 잡지를 내놓았습니다. 제가 물었죠. "저거 사면 싸인도 해줄거에요?" 김희재 작가가 답했습니다. "당근이죠!"
결국 제가 그 잡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김희재 작가가 사랑이 듬뿍 담긴 싸인을 해줬습니다. 책 본문에 나오는 기사의 제목이 "천만관객이 사랑한 영화작가"였습니다. 저는 그 천만명 중의 한 명으로서, 동업자로서, 그리고 같은 단체를 이끌고 있는 동료로서, 그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희재씨, 멋진 싸인을 남겨줘서 고마워...그리고 내가 그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지...?(이거 혹시 희재씨 남편이나 내 아내가 보고 오해하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
일러스트 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