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1주기 추모 콘서트 안내
2008년 4월 12일 밤7시 대구 수성아트피아
◇…Hey, Mr Blues!
한 블루스 기타리스트가 있었다. 대구 출신이다. 그의 종교는 블루스. 그래서 그의 별명도 'Mr Blues'. 영신고를 졸업, 상경해 1991년 엄인호가 이끄는 신촌블루스의 리드 보컬이 된다. 그는 당시 국내 포크음악의 '착한 리듬'을 경멸한다. '세기말적 유전자' 탓이다. 계속 롤링스톤스와 디퍼플을 사숙한다. 실험적 뮤직라인은 그를 점점 세상의 중심권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그럴수록 주량도 늘고. 엄인호를 통해 블루스를 알았고, 블루스 탓에 사는 맛도 났다. 훤칠한 키, 저항적 눈빛. 주연배우 감이었다. 김현식 추모영화 '내사랑 내곁에'와 외설 파문을 몰고 왔던 '노랑머리'의 주연배우가 됐다. 93년 돌풍처럼 나타난 서태지와 아이들 신드롬. 예감이 좋지 않았다. 90년 김현식도 세상을 떠난 상태. 음악성 있는 노래가 변방으로 밀려간다. 그의 노래는 시장성이 없었다.
서울과 결별한다. 6장의 음반을 낸 미스터 블루스, 2000년 대구로 낙향. 수성못 옆에 라이브 카페 'School'을 열고 대구 언더그라운드 뮤직 전진기지로 키운다. 국내 음반시장은 최악. 전업가수의 앞날도 시계제로. 그의 앞날도 위태롭다. 아내와 외동딸 채린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가장으로 돌아가는 게 무서웠다. 점점 블루스속으로 Drop. '한국적 블루스 라인'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집과 음악 사이를 연결해주는 건 술. 통기타 치는 후배들이 그를 '대구의 김현식'이라 부른다. 그게 사실이 돼버렸다. 지난 해 4월2일 김현식처럼 간암으로 타계한다. 그의 이름은 김형철(1961~2007).
[img2]◇…Blues In Daegu Project
그의 삶은 한편의 블루스. 단명이지만 복은 많았다. 서울과 대구에서 그를 따르던 후배, 그를 인정했던 선배들이 빈소를 많이 찾았다. 비록 지방의 한 뮤지션이었지만 매스컴이 그의 부음 뉴스를 앞다퉈 보도했다. 엄인호, 김동환, 정경화 등 신촌블루스 멤버들도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장지까지 따라가면서 통음해줬다. 빈소에서 김형철 추모 콘서트 얘기가 나왔다.
구체화 된 건 올해초. 신재형, 이상래 등 고인과 친하게 지냈던 30여명의 지역 통기타 가수들과 고인의 친구, 선후배, 방송 관계자 등이 의기투합, 고인을 위한 추모 음악회를 발진한다. '고 김형철 1주기 추모 콘서트, Blues In Daegu'. 몇 차례 실무회의가 열렸고 대구은행과 대구보건대 등도 후원했다. 지인들도 십시일반 후원금을 쾌척했다. 소식을 접한 수성 아트피아(관장 김성렬)도 개관 1주년을 맞아 뜻 깊은 공연을 구상중 추모 콘서트 소식을 듣고 기꺼이 대공연장 용지홀과 음향·조명 일체를 무료로 지원했다. 공연에 힘이 실렸다.
[img3]◇…공연 내용은 이렇다
오는 4월12일 오후 7시 수성 아트피아 용지홀. 암전 속 김형철의 사진 몇 커트가 지나간다. 막이 오르면서 신촌블루스 엄인호가 '골목길''루씰''아쉬움'을 날린다. 사회자 이대희(대구MBC FM 골든디스크 DJ) 오프닝 멘트가 끝나면 MBC 뮤직쇼에 출연한 고인의 모습을 잠시 보여준다. 현재 대구의 대표적 블루스 기타리스트 이대희씨가 직접 작곡한 '블루데이', 이어 고인과 가장 친하게 지냈고 신촌블루스 객원가수인 대구 출신 신재형씨가 이대희 밴드의 반주에 고인의 곡'싸이키 하바나'등을 부른다.
이어 영화 '비처럼 음악처럼'에 출연한 고인의 영상 신. 다음 꼭지는 평소 고인을 따르던 대구의 통기타 가수 박종남·이영기·최재관·김명준이 고인의 노래 '저녁무렵' '니노에서'를 합창한다. 후반부는 한때 고인과 록밴드 활동을 했던 정태국씨가 고인의 '까짓것 괜찮아''신경 쓰이니' 등을 쏘고, 신촌블루스 리드보컬 출신인 김동환과 정경화가 '묻어버린 아픔'과 '나에게로 초대'등을 연주한다. 고인이 노래하는 영상으로 엔딩. 입장료는 2만원. 예매는 1600-0143. 고인과 친해지고 싶다면 다음 카페 검색창에 '김형철 팬카페'를 쳐볼 것.
#콘서트에 앞서 지인들의 한마디…
▷엄인호= "김현식도 보내고 김형철도 보낸 입장이다. 추모공연은 김현식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또 추모공연을 하는 내 맘은 참 무겁지만 이번에 대구에서 추모 공연을 마련한 걸 보고 크게 감동했다. 대구 팬들과 15년만에 뜻깊은 만남인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내 음악도 점프업했으면 좋겠다."
▷박신병 대구삼성병원장= "고인은 나와 고등학교 동기이자 죽마고우다. 그와 나는 고교 스쿨밴드 미지수 시절 나는 리드기타, 그는 베이스 기타를 잡고 우정을 다졌다. 내 맘 한 곳이 지금 아주 황량한데 이번 추모공연으로 인해 그 한 자리가 메워질 것 같다."
▷신재형= "난 그의 음악혼을 사랑한다. 탁월한 음악성과 해박한 음악지식이 빛난 친구였다. 그는 청음 능력이 뛰어나 악보가 없던 시절 AFKN의 팝송을 듣고 악보로 만들어 후배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50여곡 작곡했는데 자기 시대를 못만난 것 같다. 물론 자상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고인도 이번 공연을 고마워할 것이다. 니노에서, 싸이키 하바나, 찢어진 청바지 등은 지금 들어도 명곡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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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세월이 정말 무상하네요.
그래도 형철 님은
이렇게 기억해 주는 이들이 있으니
그곳에서도 행복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