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5-31 01:09:49 IP ADRESS: *.146.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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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백과사전

특히 [노스바스의 추억]의 순진꼴통 경찰관

 

[노스바스의 추억]은 캐릭터들의 백과사전이다. 날라리 노인 설리(폴 뉴먼), 상대방의 약을 올려대지만 의외로 심성이 나약한 칼(브루스 윌리스) 등 주연급은 말할 것도 없고, 바람 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앓이하는 동네 제일의 미인 토비(멜라니 그리피스)등 조연급 캐릭터들까지 하나같이 ‘물건’들이다. 심지어 단역급인 얼간이 조수 러브(프루이트 빈스)나 자아 도취에 빠져 과잉행동을 일삼는 교통경찰 레이머(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마저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져 있으니 경탄이 절로 나온다.

좋은 캐릭터를 발견하면 그것을 어떻게든 발전시켜 자기 영화에 써먹으려 하는 것이 시나리오작가의 직업병이다. 그 결과 얼간이 조수 러브의 캐릭터를 조금 비틀어 만든 것이 [태양은 없다]의 흥신소 직원 창민(김태환)이다. 초고에서는 제법 많은 장면을 할애받았던 이 캐릭터는 촬영 직전까지 수정을 거듭하면서 그 역할이 대폭 줄어버렸다. 단역의 서글픈 운명이다. 반면 ‘바른 생활’의 지나친 수호자인 레이머의 캐릭터는 여지껏 써먹을 데를 찾지 못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캐릭터인데 왜 더 이상의 변형을 도모할 수 없을까? 레이머는 그냥 잠깐 바라보기엔 웃음이 나오지만 깊이 파고들면 불쾌해지기 십상인 캐릭터이다.

레이머는 설리에게 교통위반 딱지를 떼는 재미로 산다. 설리가 교통질서를 자주 위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렇지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처지에 여차직하면 딱지부터 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레이머는 심지어 설리가 경고를 무시하자 총을 쏘기까지 한다. 물론 너무 흥분한 탓에 저도 모르게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지만 설리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미친 놈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설리는 레이머에게 주먹을 날리고 결국 두 사람은 마을법정에 선다. 레이머가 법정에서도 계속 ‘바른 소리’를 하자 재판관마저 빽 소리를 지른다. “넌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 레이머는 너무도 분해 눈물까지 흘리며 징징댄다. “도대체 미국이 어떻게 될려고 이러는지….”

영화를 보다보면 이 대목에서 배가 아프게 웃는 도리 밖에 없다. 그게 웃기는 것은 레이머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설리에게 열심히 교통딱지를 떼야 미국이 잘 되리라고 굳게 믿는다. 정말 웃기는 놈이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가 웃기는 것은 영화 속의 단역일 때 뿐이다. 실제 삶에서 이런 녀석과 부대껴야 한다면 결코 웃지 못할 것이다. 이런 녀석들은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사회가 불안해지고 파시즘이 득세할 때 제일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서는 놈들이 바로 이런 부류다. 민방위훈련을 할 때 노란 완장만 채워주면 마구 상소리를 내지르며 남의 집 대문을 발로 차대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레이머는 그저 작은 마을의 교통경찰로 영화에 나올 때가 좋다. 이런 캐릭터가 장관이 되고 대통령이 되면 현실 자체가 웃기는 악몽으로 변해버린다는 것쯤이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안다.

[동아일보] 2001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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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6.05.31 01:11
*.146.254.6
내가 [카포티]와 [MI3]의 위대한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처음으로 눈여겨 보게 된 영화...^^

서경희

2007.08.31 15:49
*.219.9.46
재밌어요. 여기 소개된 영화들은 모두 다 꼭 찾아봐야겠어요. 우는 장면은 당장이라도 찾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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