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에 잠들어 있는 동료를 찾아나설 산악인 엄홍길(45) 씨. 엄씨의 원정을 글로 담아낼 작가 심산(44) 씨. 두 사람이 곧 히말라야에 오른다. 산악인 엄씨는 자신과 함께 등반했다가 숨진 동료 산악인들의 시신을 찾아내 서울로 운구해올 예정이다.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로 명명된 이 원정대의 대원이기도 한 작가 심씨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함께 넘나들던 동료의 시신을 꼭 거두겠다`는 엄씨의 약속과 그 실천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게 된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의 시나리오로 영화계에서는 알아주는 작가지만 심씨는 "앞으론 앉아서 쓰는 글보다 산을 누비며 산악문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암벽등반을 즐기는 산악인이기도 하지만 `산과 인간이 빚어내는 드라마`처럼 매력적인 분야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씨는 "자신들의 일을 뒤로 한 채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또다시 도전에 나서는 산악인들의 끈끈한 우정에 감동했다"며 "이 이야기를 통해 `등반은 정복이 목적이 아니라 존재를 위한 것`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엄홍길의 약속`(가제)이라는 책의 집필을 위해 심씨는 사고경위와 유족을 취재했고, 원정대가 꾸려지는 과정도 자세히 기록해놓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엄씨의 옆에서 일거수 일투족과 미묘한 감정의 변화까지 잡아낼 예정. 지난 2002년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를 발간했던 심씨는 "세계적으로 동료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원정에서 돌아온 뒤 `심산스쿨`을 만들어 산악문학을 본격 보급하겠다고 다짐했다.
[해롤드경제] 2005-03-10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