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엄홍길의 약속' |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지난해 봄. 히말라야 8천m급 14좌 완등자인 산악인 엄홍길씨는 박무택과 백준호, 장민씨가 에베레스트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신도 없이 빈소가 차려진 대구 동산의료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는 세 사람의 영정 앞에서 굳게 약속했다. 에베레스트의 차디찬 설원 속에 외로이 누워있는 그들을 데려오겠노라고. 이렇게 꾸려진 것이 초마랑마 휴먼원정대다. 그리고 지난 5월29일 엄홍길씨와 원정대원들은 8천750m 지점의 암벽에 매달려 있던 박무택씨의 시신을 수습해 에베레스트의 양지 바른 곳에 안장했다. 산 사나이들의 길고 험난했던 이 과정을 담은 책이 나왔다. 휴먼원정대에 참가해 시신수습 과정을 지켜본 산악 문학인이자 유명 시나리오 작가인 심산씨가 지은 '엄홍길의 약속'(도서출판 이레)이다. 박씨 등이 에베레스트에서 사고를 당하게 된 경위, 휴먼원정대가 결성된 과정, 히말라야 임자체봉에서 실시한 고소 적응 훈련 과정, 그리고 두 달 동안 에베레스트에서 진행된 고 박무택씨의 시신 수습 과정과 백준호, 장민씨의 시신 수색 작업 등이 하나하나 담겨있다. 이 책은 원정대의 일반적인 공식 보고서와는 다른 형식으로 쓰였다. 동원된 물량, 등반 테크닉이 아니라 산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산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다. 고인들의 인간적인 면모, 원정지에서의 생활 모습,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산사나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40여장의 사진도 원정대의 출발부터 시신수습까지의 전 과정과 현장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208쪽. 9천원. (끝)
[연합뉴스] 200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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