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8-02-09 02:10:33 IP ADRESS: *.131.1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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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19기(2007년 8월-2008년 1월) 수강후기 발췌록

 

"나보다 글 열심히 쓰는 사람들과의 만남"

 

저는 심산 스쿨에 다니면서 정말 좋았던 점은...나 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만난것. 나 보다 글 열심히 쓰는 사람들을 만나 자극을 받았던 점. 그리고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 혼자 자만했었는데...매주 눈빛에 광선을 쏟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심산샘의 소중한 말씀. 그리고 시나리오를 읽는 속도가 무지 빨라졌다는 점. 시나리오 리뷰를 하는 하는 속도가 무지 빨라졌다는 점에서 사실 스스로 깜짝 놀랐습니다(회사 면접 중 5편의 시나리오 리뷰를 하라는 명을 받고.... 7시간만에 해냈다는거...^^나도 모르게 핵심을 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뿌듯했어요). 시나리오의 길은 멀고도 멀다는 점도 뼈져리게 느꼈지만.... ㅠㅠ...2007년 지난 한해는 참 놀라운 진리를 깨우친 한 해이기도 합니다. 장편을 쓰는것이 정말 쉽구나....그런데 장편을 잘 쓰는 것은 정말 어렵구나...그렇지만 이거 하나 알게 된 것이 저에겐 가장 큰 값어치를 하게 된 일과 같습니다(나원).

 

"좋은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PD"

 

현장에서는 늘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내가 왜 영화를 하고 있지?’ 늘 고민했던 거지만, 30대가 되면서 크게 와 닿더군요. 심산스쿨을 등록한 것도, 처음으로 돌아가면 답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질문은 유효하고, 답을 찾지 못했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그건 니가 해결할 문제야. 남에게 묻지마."라는 조언은 들었다고 느낍니다. 왠지 뒷통수 한 대 맞은 것 같은데,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처음 영화판 들어왔을 때처럼 부딪치면 될 텐데, 언제부턴가 앉아서 고민하는 버릇이 생겨서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 같네요. 수업시간에도 제가 집중하고 열중했다면 더 많이 얻어갈 수 있었을 텐데, 게으름과 상황 탓 하느라 열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조언을 들었으니, 스스로 행해야겠죠. 좋은 작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좋은 작가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PD가 되어서 다시 만나 뵙고 싶습니다. 19기 동기들도 모두 꿈을 이룰 수 있길 바랍니다(윤호).

 

"사람을 담금질하는 일에서는 대한민국 일등 선생님"

 

찬물에 담궜다 따뜻한 물에 담궜다, 혼냈다, 달랬다, 울렸다, 웃겼다, 사람을 당금질하는 것엔, 정말 선생님이 대한민국 일등이실 거라 자부한다. 하하^^ 그러는 사이 '이겨 낼거야!' '되나 안되나 두고보자!' 하는 오기가 생겼다. '내가 왜 안되는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더라면, 오기를 부리는 일도 불가능 했을 것이다. 동기들의 리뷰를 통해 내 글이, 혹은 내 생각이, 대중을 만족시키기에 턱없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통해, 앞으론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사고해야 할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게 남은 일은, 그 가르침들을 질질 흘리지 않고, 꾹꾹 내 시나리오에 눌러 담는 일, 지금보다 덜 멍청한 글을 써내는 일, 그것 뿐이다. 심산스쿨에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대중과 소통할 수 없는 나의 망상에 빠져 '나만을 위한 시나리오'를 써대느라 자판을 바쁘게 눌러댔을것이다. 그것이 굉장히 '획기적인' 생각이라 착각하면서...(허혜).

 

"강호의 칼바람을 헤쳐나갈 수 있는 비법"   

 

나름, 영화판에 청춘을 모두 바쳐 온 인생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세월 동안 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 온 것 같다. 과연 그동안 이룬 것은 무엇인가, 영화라는 허상을 쫓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메이저 영화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도감속에 내 자신이 마치 한국 영화의 중심부에 놓여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잡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하면서, 회의가 들기도 하고, 그래도 결국 내가 믿고 의지하고 도전할 곳은 영화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싸이더스를 퇴사할 결심을 했다. 그런 인생의 전환기에 선택한 것이 바로 심산스쿨 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미숙한 생각을 버리지 못했었던 것 같다. 내 자신은 이미 영화의 모든 프로세스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지식을 배울 것은 없다는 자만심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거듭할수록, 프로덕션 과정 못지않게 피말리는 ‘창작’의 과정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선생님의 여러 훌륭한 조언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자본의 속성에 대해 천박하게만 보고 무시할  아니라, 그 흐름을 파악하고 정해진 룰 안에서 승부해야 한다는 말씀이 가장 깊이 뇌리에 남는다. 상업영화에 인생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 하게도 자본의 논리에 무지했던 내 자신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말씀이었다. 그밖에도 영화의 창작과정에 있어서 꼭 알아야할 다양한 패러다임들을 가르쳐 주셨고, 일관된 방향을 제시해 주셨다. 나의 영화인생에 큰 힘이 되어줄 보석 같은 말씀들이었다.

 

심산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고수로부터 강호의 칼바람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비법을 한 수 배웠다고나 할까? 냉정하게 말한다면, 지금까지 선생님의 수업과정을 거쳤던 많은 학생들이 그랬듯, 우리 19기 동기들 또한,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 영화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는 남을 것이고, 그 남은 사람이 곧 한국영화의 미래일 것이다. 심산 선생님 같은 선배님들이 지금의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룩하셨듯이, 이제 우리 후배들의 차례다(한우).

 

"야자 땡땡이치지 못하게 문 앞에서 몽둥이 들고 서 있는 선생님"

 

언제까지 완성해야 한다는 기간도, 완성을 기다리는 사람도, 완성하면 팔린다는 보장도 전혀 없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보니 딴 생각에 나태해졌던것 같습니다. 그러다 평생 이러고 살지도 모른단 생각에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고 야자 땡땡이치지 못하게 문 앞에서 몽둥이 들고 서있는 선생님처럼 긴 작업에 지쳐 포기하지 않게 해줄 기둥이 필요해 심산스쿨에 들어왔습니다. 시나리오가 이론이 필요할까? 이론을 공부하면 틀에 얽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선 유명한 감독들이 ‘난 시나리오 공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쓴 겁니다!’ 라는 식의 말들이 이런 생각을 더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이곳은 단순한 이론 수업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작가가 하게 될 수많은 고민과 더 나은 방향으로의 탐구를 함께 풀어가는 시간이었고 일찍 듣지 못했던 지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값진 수업이었습니다(조주).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하다"

 

심산스쿨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어리다'는 말이었다. 뭔가 해볼라치면 대학교 3학년은 고학년이라 취급하면서 니가 그 나이에 무슨 짓이냐고 주위에서 만류하는 소리를 줄곧 들어왔기에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아니, 그건 아마도 내 고질병인 '조급증'과 '걱정병'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벌써 3학년인데 난 지금 뭘하고 있지? 도대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거야?...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만심.

 

나보다 몇 년은 더 인생을 살아온 언니 오빠들과 선생님을 보면서 나의 교만함은 수그러들었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은 아직도 방황중이지만..)그리고 조금은 여유를 부려보는 법도 배웠다. 그래, 나는 어리니까 아직 더 넘어져봐도 돼. 좀 더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남아있어. 난 여전히 어리고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세상물정 모르는 스물셋의 풋내기 대학생일뿐이다. 꿈이 있어 행복하다. 허황된 꿈이라도, 비록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꿈을 꾸고 있어 행복하다. 심산스쿨에 있는 사람들 역시 그런 사람들이었기에,  함께 수업을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내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애니메이션 쪽은 영화판보다 더 힘들다고는 하지만 십년, 이십년, 힘이 된다면 매달려보고 싶다.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강정).

 

"그 동안 게으름 피우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

 

지난 5개월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최고의 선생님과 멋진 친구들을 얻었고, 함께 술도 원 없이 마셨지요. 지각하는 버릇도 많이 고쳤으며, 미루고 있던 베껴쓰기도 한 편 했습니다. 심지어 20씬 까지 쓰다만 시나리오만 여러편인 저에게 허접하지만 초고도 하나 생겼습니다. 너무나 똑똑하고 지적이고 멋진 동기들 사이에서 행복에 겨워하기도 했지만, 저의 현주소를 깨닫고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게으름 피우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5개월 동안 모두 하게 해주신 심산선생님과 동기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다함께 떠나는 고행의 길에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동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한엽).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들은 심산반 강의"

 

영화 열편이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작가들의 언어목록(조금이나마)을 배우고 듣게 된 것, 비슷한 입장에 서 본 것, 좋은 동료를 만나게 된 것, 이 모든 것들은 보다 나은 갑이 되고 러닝메이트가 되고자 하는 나에게 힘을 준다.취향을 더욱 곤고히, 시각을 더욱 차갑게, 그러나 동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심산의 정리는 그 것이다. "고 싶은 이야기를 상식적이고 상업적인 대중영화의 룰에 입각한 글쓰기". 또 나 치명적인 것. 저적권에 대한 입장.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지만, 곧이어 도래할 문제를 보다 깊게 공부하고 생각하고 입에 올릴 수 있은 좋은 계기였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바로잡는 대열에 정직하고 당당하게 있고 싶다. 재밌었다. 나로선 부족함 없이 즐거웠다. 지속적인 트레이닝이 되게끔 이제 달려 볼까(정태).

 

"두려움의 대상에서 즐김의 대상으로"

 

"코끼리 코” 다들 아시죠? 그때가 스물 여덟이 됐을 무렵이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봤더니 두 손으로 코끼리 코를 하고 바닥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이고는 제자리를 하염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제가 있더라구요. 제가 심산스쿨로 처음 발을 내딛게 된 동기였습니다. 20주가 지나고 다시 한번 거울을 들여다 보았더니, 왠걸요. 여전히 제 모습은 빙글빙글. 손은 여전히 코끼리 코를 한채 말이죠. 심산스쿨에서의 20주는 코끼리 코를 한 손이 아직도 한없이 무거워져야하고, 손을 풀고 싶어도 아직 나란 녀석은 한참이나 모자라다는 걸 알게 된 20주이기도 하거니와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게 당연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20주 였습니다.

 

언젠가는 두 손이 자유로워 지리라.. 언젠가는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고 있는 나에게 길이란게 보여질 날이 있으리라.. 꿈꾸며 살아가는 거겠지요. 전에는 앞이 보이지 않아 징징대기만 했었습니다. 무섭고 외롭고 혼자인 것 같고...가장 커다란 성과라 명명하기에 부끄럽지만,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앞이 두려워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즐겨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도 한번 펴보고, 손이 힘들면 양손을 바꾸어 보기도 하고! 깜깜해서 앞이 안보이면 뭐 어떻습니까? 자신감이란 뒤에 붙는 것이니.. 두려워만 하지말고 즐기면서 우리 모두 진짜가 되자구요(박현).

 

"그곳에 변함 없이 있어주는 고향 같은 곳"

 

심산 선생님의 빡센 수업 진행과 가열찬 언행들은 날 바쁘게 살게 만들기 충분했고 3장 구조를 머리 속에 슬슬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수업이 종강을 향해 치닫고 있을 때는 사발면을 먹고 국물을 마시면 바닥이 보이는 게 너무 아쉬워서 국물을 아껴먹는 것처럼 시간을 조금만 조금만 더 연장하고 싶은 아쉬움이 들 정도로 심산 선생님과 19기 동기들과 함께 했던 20주는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보다 날 많이 성장시켜줬고 날 많이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늘 행복하겠다고, 열심히 쓰고 그 노력의 결과물로 모든 걸 보여드리겠다는 말로 심산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대신할까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 언제나 안기고픈 엄마품과도 같고 그 곳에 변함없이 있어주는 고향 같은 곳이 심산스쿨이다(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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