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0-06-09 17:00:15 IP ADRESS: *.241.4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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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24기(2010년 1월-6월) 수강후기 발췌록

 

"마약 같은 선생님"

 

제가 시나리오 수업을 듣게 된 계기는 만화를 더 잘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첫 연재의 쓰라림을 겪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만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공부하고 만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수업을 듣고 난 후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심산 선생님의 시나리오 수업을 통해 시나리오 쓰는 법 말고도 삶을 사는 법에 대해 배운 것 같습니다.

 

지난 20주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집니다. 저의 모든 삶은 화요일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일주일 중에 화요일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선생님은 마약같은 분이십니다(마약은 안 먹어봤지만). 알면 알수록 새롭고 계속 알고 싶은 분입니다. 어찌보면 까칠하고 무섭기도 하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의 인자함과 애정이 묻어있는 욕질과 매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 욕도 달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저는 우리반의 지진아, 정박아, 허당이었지만 그 말이 저에겐 새로움과 편안함을 주었습니다. 후후.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저는 책임감 강하고 자기 할 일 완벽하게 잘 해내는 아이로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진아가 되는 순간, 잘 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들을 차근차근 배우며 그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몰아치고 죽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즐겁게 놀이하듯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몰입도 되고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 뿐만 아니라 삶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요.

 

수업이 끝난 후에도 만화와 시나리오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히 없습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온 마음을 다해 98씬 97페이지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성취감은 저에게 다른 종류의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가장 힘든 일을 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른 일은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소인국에 사는 저에게 걸리버같은 분이셨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를 듣는게 얼마나 행복하고 재밌었는지요. 제가 돈과 시간이 많다면 와인반도 들어서 계속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수업을 듣는다면 시나리오를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무엇을 해야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제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와 영화를 보는 시선이 확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고 그 길을 가는 모든 분들께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저에게 글쓰기와 삶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그 두려움이 약간은 설레임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해주신 말씀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이전에 일단 글을 쓰는 writer가 되라는 것, 그리고 삶을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적절한 시기에 훌륭한 조언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제가 세운 벽을 부숴보려 합니다. 이제 혼자놀기는 그만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 뛰어놀려고 합니다. 선생님, 그동안 혼내주시고 놀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선생님께 저만의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문지)

 

"독하게 하지 않을 거면 그만둬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영화를 전공하였기에 그것이 내 결정에 근거가 된다고 충분히 나는 결심을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심산스쿨에 대해 듣게 되어 수강신청을 했더랬지요. 아아, 얼마나 안일했던 것일까요. 수강을 하는 내내 얼마나 각오도 없고 열정도 미지근하고 아는 것조차 없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하고 내 몸과 영혼을 짜내야 하는 건지를 전 몰랐던 겁니다. 저는 많이 소심하고 겁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되면서 포기해야할 것들과 독하게 맘을 먹어야 될 일들에 대해 겁을 먹고 주춤거렸습니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도망치고 싶단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수업을 안 나간다면 정말 다신 취미로도 글을 쓸 자격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업을 들으며 제 나름대로 스며든 교훈은 ‘독하게 하지 않을 거면 그만 둬라’ 였습니다. 그렇게 ‘독하게’ 할 정도로 글쓰는 것이 즐겁지 않으면 그만 두란 것. 그리고 ‘즐거운’ 일을 찾아보라는 것. 그 어떤 일이 안 그럴까요. 수강을 하면서 저는 글 뿐 아니라 인생의 한 챕터를 익힌 기분입니다. 어디가서 무슨 일을 하던지 열심히, 독하게! 그리고 즐겁게 해보렵니다. 제가 만족하면 되는 인생인 거겠지요. 사실 제가 계속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수강하기 전처럼 아직도 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마음으로 펜을 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한발 아니, 몇 발은 내딛은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제겐 초고의 초고가 있으니까요!

 

아직 젊으니까 아주 긴- 장기전을 예상하고 일단 돈을 벌며 인생경험 좀 톡톡히 해봐야겠습니다. (일단 돈이 있어야 수강도 하고 시나리오 쓰며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흑.) 혹여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글은 평생 쓰고 싶고 안고 가고 싶은 존재니까 일단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아직 젊으니까 나중에 ‘독하게’ 할 각오가 되면 다 던지고 그때 물고 늘어지렵니다(장리).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새끼 거북이들"

 

살벌한 충무로에서 여기 동기중 몇명이나 먼훗날까지 남아있을지.. 거북이가 알을 낳으면 부화한 새끼들이 본능적으로 바다로 향하다가 새나 들짐승에게 잡아먹혀 아주 극소수만 바다에 도착하게되는 현실이랄까?(거북이 새끼가 바다로 가는 영상.. 정말 감동적입니다) 심산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가감없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업이었습니다. 독한놈만 살아남는다 !! 아니 살아남는 놈이 독한것이다!!!

 

영화라는게 볼때는 꿈결같지만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수학공식 버금갈만큼의 정교한 플롯이 필요한건지. 새삼 절실하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머리(?)나쁘면 시나리오도 못쓰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리뷰받은 시나리오의 처참함.. 생각도 하기싫네요. 그런데 오기라고 할까.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더 돈을 열심히 벌자, 라는 생각도 합니다(홍철).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처음 등록했을 땐 포부가 대단했죠. '적어도 두 편 이상의 장편 시나리오를 써서 선생님께 리뷰도 받고, 사람들 반응도 보고,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도 봐야지.' 하지만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버렸습니다. 그야말로 휙! 이더군요. 처음 계획하지도 않았던 일신상의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처음 계획했던 장편 시나리오의 꿈은 멀리 날아가버렸습니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죽이되든 밥이되든 초고를 막 써대는 건데 그랬습니다. 선생님 강의를 듣고 개념 좀 잡은 다음에 써야지 하면 이미 늦는 걸 몰랐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수업을 들으며 장편 스토리텔링에 대한 개념을 잡아서 참 좋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교과서의 개념을 중심으로 해서 몸에 와닿는 최신 개봉작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고, 뒷풀이에서는 수업시간에 질문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풀어주시곤 했죠.  플러스 알파로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알려주시고요.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같이 공부했던 동료들과의 연인이죠. 앞으로 같이 스터디도 하고, 놀기도 하고, 좋은 인연으로 질기게(?) 남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수업을 듣게 된다면

 

1. 등록하고 나서부터 무조건 쓰기 시작한다. 결국엔 하는 만큼 얻어가는 거니까.
2. 뒷풀이는 무조건 참석한다.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값진 이야기를 놓칠 수 없고,  동료들과 정이 쌓이니까.  
3. 기장 기본적인 것, 결석하지 않는다. 결석하면 나중에 선생님께 엄한 질문 하게 된다. (수업시간에 다 얘기했잖아?<=요런 말씀 듣는다) (이리)

 

"심산 방식으로 점수 매겨본 심산 수업"

 

우선 6개월동안  깨짐당하는 위치에만 놓여있던 우리에게 한번쯤은 깰 수 있는 기회를 주신것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자, 그럼 소심한 복수를 시작해볼까요?ㅋㅋ

 

*일단 재미있다 없다?
-> (음.. 괜히 이걸로 시작했군.) 재밌다.  ㅋ

 

*별 몇 개?
-> 네 개.

 

*재미있었다면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가?

-> ① 가장 흥미로왔던 점은 점수기준이다. 100점만점이라는 절대적 범위안에서 이미 제작되어 인정받은 영화들의 점수와 동등한 기준으로 나의 작품의 점수를 받아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나로하여금 객관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것 같다. (비록 그 의미가 처절한 슬픔을 내포한다 할지라도..ㅡㅜ)

② 두 번째로 재미있었던 점은 영화의 장면을 이미지로 그려내는 방식에 대한 접근이다. 심산선생님이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장면 위주이다. 시나리오에 관한 작법 설명을 하기에 앞서 그 설명에 필요한 영화의 스토리전개를 주요장면 위주로 요약하여 들려주는 수업방식은 처음엔 그저 재미있을 뿐이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그것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영상을 학습하는 훈련이 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선생님이 영화를 우리에게 소개해줄때는 어찌되었건 대사와 약간의 지문형식의 설명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데, 종종 보지 않았거나 봤어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어떤 장면들을 정확하게 이미지로 그리며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면 거의 언제나 그 영화를 다시 찾아서 보게 되었는데, 그러면 영화를 보는동안 중요한 장면에 앞서서 들었던 얘기가 떠오르고 나도 모르는사이 비교 학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의도한 학습결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러니한 것은 개 중 많은 것들은 실제 영화가 머릿속에서 기대했던 장면보다는 극적이지 못하다 여겨지고  다소 실망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바탕으로 떠올린 스토리조차도 각자의 머릿속에선 부풀려져 간극이 생기게 마련인데, 처음부터 대책없이 마구잡이로 떠올린 상상이래서야 실제 영상과의 차이가 어디 간극정도 뿐이랴.. 에휴 ㅠㅠ

③ 세 번째로 좋았던 점은 (사실 여기에서 순서는 우선순위라기보다는 우선 떠오르는 순서이다) 그 영화가 그렇게 된 데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해 준 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재미는 얘기거리나 업계 현실의 정보때문이라서가 아니라,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를 둘러싼 앞뒤 좌우의 상황전체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왜 별이 다섯 개는 아니고 네 개인가?

->사실 이 수업은 위에서 얘기한 세가지 말고도 여러면에서 재미있고 유익하고 피가 되고 살이되는 수업이었다.  거기에 심산 선생님 자체도 기본적으로 세상의 흥미로운 일에 흥미가 많고, 흥미롭게 느낀사실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재능을 보유하신 작가로, 아마도 그런 분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접하는 것만도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도 든다.

 

그런데 왜 네 개인가?를 묻는다면 그것은 약간의 아이러니 때문인데, 간단히 말하면 선생님은 영화인으로서는 팔리는 영화를 강조하시지만, 교육자로서는 팔리는 수업을 지향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이 표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영화교육계의 홍상수나 김기덕? 같음.^^;;) 수업자체의 품질은 우수하고 스타일도 좋고 명확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매니아층도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건 친절하지 않은데 이를테면,  많은부분  중간중간 (이라기보다는 거의  쭈욱-수시로, 계속)  들어있는 귀 있는자는 들으라, 할놈은 하고 접을놈은 접을것이다, 라는 뉘앙스 같은것이 읽혀진다는 점에서 말이다(이점이 실질적으로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준 영화인인 사람들이 시나리오 스쿨을 찾는다는 점과, 나아가 진짜 정말 영화할 놈들만 했으면 좋겠어  주체측의 바램 등의 관점에 대해선 내가 그들이 아니므로 고려해주고 싶지 않다.)

 

*결론

->본 수업은 시나리오쓰기를 얼만큼 좋아하든에 상관없이 시나리오와 관련한 배움을 얻어보고자 하는 많은이들에겐  실보단 득이 훨씬 더 많은 수업임에는 분명한데 여기에서 말하는 이득에는  돈안되는 방황을 하루빨리 멈추고 자신이 하던 일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지게 된다거나, 새로이 돈 되는 계획을 세워본다거나 하는 따위의 바람직한 삶의 변화들도 포함된다. ^^;; 다만 다음 수강자에게 애정어린 마음으로 조언을 한조각 던져본다면 절대 가슴에 새겨야 할  유일한 한마디는,  "좌절금지!!!!!!!!!!!!!!!!!!!!!" (이정)

 

"그대 별을 따려 하는가?"

 

저는 별을 잡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별들을 따다가 제 시나리오 안에 하나둘씩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별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눈부시게 반짝이던 아름다운 별들이었죠. 제 시나리오에 그 별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갈 때마다 말도 못할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도 반짝이던 시나리오가 바로 ‘피저고리’였습니다.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완성한 그 시나리오는 자랑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수업을 들었을 때 바로 리뷰를 받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그 블링블링함에 눈부셔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빛나기는 커녕 어둠에 가깝다며 차가운 얼음조각같은 말들을 남겼습니다. 저는 충격이었습니다. 나의 별들이 하늘에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습니다. 도저히 그 떨어진 별들을 다시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심산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떨어진 별들을 어떻게 다시 내 시나리오에 담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심산 선생님은 별들을 바라보는 방법을 다시 차근차근 알려주셨습니다. 그랬습니다. 별들은 별자리가 있었습니다. 일정한 모습과 이름을 갖춘 별자리들. 그 별자리를 읽을 수 있어야 진정 반짝이는 별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북두칠성, 오리온, 사자, 게 수많은 별들은 그 이름을 지니고 있었고 수많은 선배들은 그 별자리를 읽어가며 별들을 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마음은 버리고 다시 별들을 천천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쟤네가 왜 반짝이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급하게만 뛰어가서 아무거나 빨리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심산 선생님은 그런 저를 혼내 주셨습니다. 나이 30이 넘은 녀석에게는 칭찬보다는 매가 약이었습니다. 혼나고 혼날 때마다 상처는 생겼지만 그 틈으로 뭔가 새로운 것들이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은 알겠습니다. 어떤 별을, 어떻게 따다가 시나리오에 담아야 할지(오우).

 

"3 Acts & 10 Sequences in Simsan Screenwriting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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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단단한 체구, 야무진 입매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은발의 교관이 신병들 앞에 서있다. '이 행성에 온걸 환영한다' 따위의 인삿말 대신에, "니들 대부분이 '곧' 전사할 것이다"라는 저주(?)로 시작된 그의 멘트는  충무星의 엄혹한 생태와 환경에 대한 가감없는 소개로 이어진다. 패기만만한 표정으로 서있던 신병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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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관은 우리의 눈앞에 각자의 아바타를 보여준다. 우린 무슨 근거로 우리의 아바타가, 우리가 익히 아는 전쟁영웅들의 그것처럼 크고 멋진 자태일 거라고, 그리고 그걸 조종해 전투를 잘 수행만 하면 될 것이라고 믿어온 걸까? 우리 앞의 인큐베이터에서 부유하는 각자의 아바타는 잘해봐야 중딩수준의 체구였는데, 어떤 것은 손발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고 어떤 것은 눈코입이 생성되지 않았다. 우린 전투에 나서기 전에 이 무력한 배아부터 잘 키워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이 훈련소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쪽쪽 빨아내 '뽕빨'을 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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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빨정신의 덕목 하나 : 모든 훈련의 기본자세라면 교관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고 그가 하지 말라는 것이면 뭐든(그것이 당장 내게 이익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훈련에 도움이 될 여러가지 자료를 소개해주었는데 그중 하나는 수업이 끝난 후 풀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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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성 번영의 시초를 이끌어낸 뛰어난 영웅들중 하나였던 교관은 역시 타고난 전투형 인간이었다. 핵심을 집어내는 능력, 내용의 정교함, 간결하고 재치있는 화법. 훈련과정 내내 나의 혈압과 박동수는 증가하고 전투신경이 있는대로 날카로와지는 걸 느낀다. 휴식시간이면 늘 그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쓴다. 순간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 배우는 이것들을 하나라도 잊게 된다면 화가 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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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적으로 봐야 할 영웅들의 전투영상목록이 있다. 그가 말해주지 않지만 교관의 전투영상 관람 역시 당연히 필수다. 원하는 것 하나를 택해 메뉴얼로 바꿔보는 훈련을 한다. 놀랍게도 개인메뉴얼을 작성할 때와 똑같은 고비가 있다. 2장의 중반을 벗어나는 것. 그걸 지나고 나면 힘은 덜 들고 재미있어진다. 자 이 다음을 어떻게 풀어나갈까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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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등반,와인,변혁,종교,사람,여행,육아,연애. 인생 전반에 걸친 그의 관심목록의 폭은 넓다. 그는 술을 즐기고 인간을 즐긴다(인간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 주장에 의하면 아닌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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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훈련과 별도로 팀별 학습이 꾸려진다. 각자가 필요로하는 내용과 수준이 다른데다 시간이 맞지않아 팀별학습은 원활하지 않다. 그렇거든 그런대로 어쨋든 굴려본다. 꾀를 부리면 적게 얻고, 많은 것을 감당할수록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너무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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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작업은 지지부진하다. 하루 온종일 생각하다보면 반짝 영상이나 대사가 떠오른다. 뛰어가서 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론 좀체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진행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반장을 제외하곤 아무도 수업말미의 전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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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내고 말았다. 시뮬레이션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중도에 포기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 위약금 무는 것도 두렵지만 가장 중요한 이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아 애초에 맘먹었던 '뽕빨'을 내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이다. 그렇거든 역시 배수진을 치고 동귀어진할 각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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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을땐 놀고, 일이 생기면 불안해하며 노는 자. 그게 나다. 발등의 불은 무릎까지 번졌는데 머리속은 카오스요. 손발은 요지부동. 그러나 써야한다. 나의 아바타, 나의 엠브리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가늠해 보려면. 결국, 차두라리스크의 전력태클도 물리칠 기세의 후반 벼락치기 끝에 마침내 메뉴얼 하나를 완성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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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무대가 된 시뮬레이션에서 팔, 다리의 관통상쯤은 당연한 것이고 중상도 각오했다. 다만 허망한 오발사고만 없기를...하지만 덜 여문 심장 덕에 참호에서 나오자마자 제풀에 고꾸라지다니. 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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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의 아바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쨋든 나는 무참히 깨진 것이다. 다만 나와 나의 아바타는 분명히 성장했고 그 덕에 내가 왜 깨졌는지는 안다. 원인을 알고 있으니 해결책도 있다. 그러니 희망적이다라고 생각해 보지만 정체모를 절망감이 서서히 손발을 감아온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뱃속에서 뭔가가 부글댄다. 까불지말고 처음부터 다시 차근히 되짚어보자. 그러자면 필기를 더 꼼꼼히 했어야 했나. 가만 생각해보니 처음 수업에서 봉인을 명령받았던 문서가 있다. 훈련일정이 모두 끝나거든 풀어보라던. 비로소 봉인해 두었던 두루마리를 풀어본다.  그러자 거기엔 놀랍게도......

 

 ... to be continued

 

* 프라이버시 문제로 주인공에 대한 소개와 내적갈등이 포함된 부분은 삭제됨.
** 무슨 절정부가 이리 시시하냐고 물으신다면 이건 5부작 시리즈물이라 그렇다고 답하겠어요(2부는 내년이나 후년에~)
*** 한줄요약 : 눈도 깜빡이기 싫을 정도로 좋은 수업이었다. (박형)

 

"심산이 차려 놓은 밥상 사용 매뉴얼"

 

심쌤의 시나리오 강의를 밥먹을 때와 비유해 설명하자면...밥상 앞에서 숟가락만 걸치려 하는 행위... 곤란합니다. 밥상 차려 놨는데 늦게 오는 행위... 응징당합니다. 자, 이제 살아남는 생존방법을 전합니다. 우선 밥때 되면 밥상 앞에 앉으셔야 합니다. 결석 하지 마셔요. 수업 못 들으면 못 들은만큼 본인만 손해입니다. 손해 본 경험자로써 말씀드립니다. 수학은 못하셔도 산수는 잘 하시죠?  거동이 불편하지 않는 이상, 부모님 장례 치르는 이유 아닌 이상 무조건 밥때 되면 밥 상 앞에 앉으셔요.

 

그러면서도 밥 상 차리는데 수저만 턱 걸쳐서는 곤란합니다. 밥 푸는 것도 돕고, 쌤 하신 음식도 좀 날르고, 물도 따르고 상 차리는 거 나름 돕거나 준비하셔야 합니다. 거저 날름 먹으려고 상 앞에 앉기만 해서는... 응징당합니다. 그 말은 즉, 밥 먹는 내내 밥이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모를 정도로 정신 못 챙기게 되고, 가시 방석에 앉아 시종 불편한 마음으로 밥을 먹게 된단 말입니다. 그러니 수업에 필요한 사전 과제나 서로간의 약속인 충실한 작품 리뷰 또는 작품 제출 등 쌤이 시키시는 것들은 열심히 준비 해와서 밥상 앞에 떳떳이 앉아 드시길 바랍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쌤이 밥 푸는 수저 위로 고기 반찬을 올려주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쌤이 차려놓은 밥상은 실하고, 영양가 있습니다. 하지만 떠먹여 주시기까지는 하지 않으십니다. 그걸 바라고 왔다면, 그냥 한 대 맞고 정신차리고 돌아가세요. 밥은요, 그래요. 열심히 일 한 사람이 그 밥을 먹으면 정말 맛있는 밥이 돼죠? 열심히 일하지 않고 탱자탱자 논 사람은 그 밥의 소중함도, 그 밥을 진정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도 결코 알 수 없을 거에요. 쌤이 샐러드만 주셔도 열심히 드셔요. 쌤이 샐러드에 닭가슴살만  주셔도 열심히 드셔요. 그런 자세라면, 곧 알게 되겠죠. 쌤이 주시는 음식들이, 당신의 몸을 변화에 적응케 하기 위한 영양식이라는 것을...앞으로 주실 음식들을 잘 소화시킬 수 있게끔 식단을 조절해주시는 단계인거죠. 성격상 이게 뭐다 저거다 얘기는 않으시겠지만, 그게 다 꼭꼭 씹어 앞으로 나올 그 이상의 음식들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함이셔요.

 

그런 자세와 노력과 진정성으로 수업에 임하시면, 20회의 식단이 끝났을 때...건강하고 탄탄해진 자신의 몸을 보게 될 거에요. 반대로 그러지 않으셨던 분들은 트레이너의 말을 듣지 않은 대다수의 비노력자들처럼 체중도 비만, 몸꽝에 저질체력까지 아무런 기적도 일어나지 않을 거에요. 쌤이 주시는 식단과 훈련법을 잘 따르시고 동기들을 도와가며 화이팅 하시길 응원합니다! 열심히 하셔서 더 좋은 결과들 있으시길 바래요(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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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강좌엿보기/후배들에게 드리는 조언 file 관리자 2005-12-20 3727
16 심산반 30기(2012년 9월~2013년 4월) 수강후기 발췌록 임은아 2013-05-09 3036
15 심산반 29기(2012년 4월~2012년 8월) 수강후기 발췌록 임은아 2012-10-10 3777
14 심산반 28기(2011년 11월~2012년 4월) 수강후기 발췌록 임은아 2012-07-18 3625
13 심산반 26기(2010년 12월~2011년 5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11-06-05 3916
12 심산반 25기(2010년 6월-12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10-12-17 4324
» 심산반 24기(2010년 1월-6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10-06-09 3638
10 심산반 23기(2009년 8월-2010년 1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10-01-13 3896
9 심산반 22기(2009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09-07-22 3789
8 심산반 21기(2008년 9월-2009년 2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09-02-11 4059
7 심산반 20기(2008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08-08-06 4605
6 심산반 19기(2007년 8월-2008년 1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08-02-09 7459
5 심산반 18기(2007년 3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07-08-09 4723
4 심산반 17기(2006년 10월-2007년 2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07-03-03 3912
3 심산반 16기(2006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관리자 2006-07-19 3984
2 심산반 15기(2005년 9월-2006년 1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관리자 2006-02-01 3490
1 심산반 14기(2005년 2월-9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관리자 2006-01-16 3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