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반 26기(2010년 12월~2011년 5월) 수강후기 발췌록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기분"
선생님! 글쓰는 법에 마피아에 밤새 포커까지 가르쳐주신 선생님ㅎ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록 출석과 과제 모두 불량한 학생이었지만ㅎㅎ 즐겁고 유익했어요. 매우 만족합니다.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랄까요. '작법'은... 정말 오래된. 어찌 보면 뻔하고 당연한 것인데도 볼 때마다 새로운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렇겠죠? 아마도 영원히...ㅎㅎ 그리고 아무리 지쳐 있을 때라도 이야기를 듣는 건, 재밌습니다. 수업 중에, 술자리에서, 언제나 그런 체험을 하게 됩니다. 마침 이런저런 고민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법보다도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자극이 됩니다. Writer와 Screen-writer. 왜 글을 쓰려 하는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가? 작가를 해야만 하는가? '장기전'. '취미'. '육체적/outdoor life'. 행복할 것. 아마 앞으로도 고민은 계속되겠지만...정말 중요한 몇몇 단초를 얻었고, 점검하는 기회를 가져서 좋았습니다(공◯배).
"심산스쿨 다니기 이전과 이후"
갑자기 좀 생뚱맞지만 18살의 저는 하와이언 셔츠에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쪼리를 신은 채 동네역전을 어슬렁어슬렁 거리던 한 소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보았던 영화 [태양은 없다]의 영향 탓이었습니다(실지로 1998년 여름, 당시 하와이언 셔츠가 유행, 도철의 트레이닝복 세트는 쿨독이라는 브랜드에서 판매했었음). 영화 하나로 한 풋내나는 청춘이 자신을 영화주인공에 투영시키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빠져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 후 정말 제 청춘에 태양은 없었죠.
각설하고...그렇게 시간은 흘러 제가 시나리오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스승님의 저서들(시나리오 가이드,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을 아주 흥미롭게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그 [태양은 없다]의 저자가 스승님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전 워크숍 강의를 듣기 전부터 사뭇 남다른 기대와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과연 어떤 여학우들과 조우하게 될까? 과연 작가 지망생인 여성들은 어떤 스타일들일까? 하지만 그런 설레 임은 개강 첫 날,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냥 환불을 할까?” 후회하며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 번 스승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전 엄청난 후회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펼쳐지는 명쾌한 스승님의 작법이론!! 그 이론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방대하고 다양한 영화들의 예시!! 흥미진진한 영화판 비화들과 배우 및 감독 이야기!! 흡입력있는 스승님의 화술과 재치로 펼쳐지는 암흑가의 인생과 도박!! 그리고 간간히 작열하는 하드코어멘트!! “왜 진작 이 워크숍 강의를 듣지 않았을까!!”라고 전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 과연 오늘 날을 돌이켜 회고하자면 가히 ‘심산스쿨의 강의를 들었던 이승한’과 ‘심산스쿨의 강의를 듣기 전의 이승한’으로 나 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심산스쿨을 다니면서 어두침침하던 눈이 맑아지고 앓고 있던 편두통이 싹 다 나아버렸습니다. 정말 좋은 기운이 좋은 육체를 만드나 봅니다...아, 또 뭐 저의 가벼운 익살로 치부될 것 같아 우려가 되지만, 이는 저의 진심입니다. 약간의 익살이 첨부되긴 하였지만, 키힝힝...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정말 충만하고도 뜻 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이◯한).
"늦었다 생각 말고 당차게 도전해보자!"
저에게 오랫동안 영화란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했었죠. 하지만 인생 두 번 사나요, 나이 드니 겁이 없어진건가요. 영화 주변부만 맴돌다 울컥한 어느 순간부터 나도 할 수 있다는 난데없는 자신감이 생기더니, 과감하게 도전해보고 그때도 안되면 어쩔수 없지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네요.
심산스쿨은 이러한 제 고민을 실제로 옮길 수 있도록, 혼자 장편 시나리오를 쓸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준 곳이예요. 수업과 별개로 심산 선생님이 영화업계를 체험한 후 해주신 각자의 마음가짐과 능력에 대한 이야기들도 인상깊었습니다. 음, 비록 그 내용이 너흰 능력이 없어서 안돼, 못 버틸거야, 이 모자란 아메바들아~ 가 주내용이었다 해도; 현실을 자각하고 분발할 수 있는 충분한 자극이 되었거든요. (하◯민)
"내가 단 한번도 지각 결석을 하지 않다니!"
돌이켜보면 참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좀 유치하지만 20주 동안 저, 단 한 번도 지각 결석 하지 않았어요!! 제가 의외로! 성실하지 못한데 살짝 이해 불가입니다. 심지어 여성 동지들의 줄 탈퇴에도 불구하고 제가 남아 있었다니욧? 아마 선생님께서 그만큼 동기 부여를 심하게 해주셨기 때문이겠지요. 한없이 부족한 제가 시나리오 써서 리뷰 받고, 좋은 동료들 만나고, 머릿속에 뜬구름처럼 떠다니던 영화에의 꿈을 아주 조금은 구체화시키고...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시나리오도 시나리오지만 선생님의 인생 조언이 저의 마음을 마구 후벼 팠습니다. 다양한 인생 경험에서 빚어진 주옥같은 어록과 유머...그 때마다 감탄의 웃음을 짓곤 했지요. 저도 사실 나름 잘 놀고 있는 청춘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진정한 스승님을 만나게 될 줄이야...앞으로 바짝 분발해서 세상 그 누구보다 더 잘 놀고 더 해피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피◯우).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선생님"
내가 좋아했던 [비트][태양은없다]의 시나오작가, 심산 선생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영광이었습니다. 매시간, 선생님께서는 목소리와 액션까지 연기하며 들려주시던 영화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수업시간이 끝나곤 했습니다. 시나리오 강의였지만, 그 속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또는 작가로서의 자세, 특히 생존할 수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말씀을 주셔서 뼈속까지 파고들어 울림을 주었습니다. 비록 수업참관만하는 불량학생이었지만 선생님을 알게되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추억이자 자랑거리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놓치고 싶지않은 저에게 소중한 선생님이십니다. 수시로 홈피방문하고 공식적인 모임이나 이벤트 있으면 놀러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임◯원).
"개념들을 뒤집어 보는 실존철학 수업"
이 수업은 영화에 대한 실용 수업이자 자신의 작업에 있어, 혹은 삶에 있어서의 개념들을 되집어 보는 실존 철학 수업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선생님께 구박 당하던 수업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가 넘나들던 술자리에서, 수업이 아니라면 지날 일 없었을 학교를 찾아 오가던 길에서, 혹은 쫒기듯 털어내던 숙제 앞에서. 재밌는 것은, 시나리오 쓰기도, 인생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거죠. 캐릭터에 따라, 추구하는 색에 따라, 등장인물들과 함께 우연처럼 그러나 이미 여기 저기 복선을 만들어 놓은. 다가오는 사건들을 해결하며 내가 두는 수 대로 살아 차츰 차츰 움직여 가는 그림(최◯정).
"오지 배낭여행과 건설적인 취미"
편안한 유럽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인도 오지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 종강때는 마치 여행을 마치고 난 후, 얼굴도 까맣게 타고 행색이 엉망이된 사람들이 역에서 둘러 앉아 넌 이제 뭐할거니? 하며... 해산하는 것 같은 뭔가... 허망함+성취감이 들더군요. 아무튼 재미있고 특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린 모두 좋은 취미를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외로우면 사랑을 할 수 도 있구요,, 기분 나쁘면 누굴 죽일 수도 있습니다. 변태적인 생각? 좋은 소재죠. 평생, 어디서나, 돈 한 푼 안드는 취미가 생겼네요. 폼나는 배설구도 생겼구요. 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공상들을 하고 있을까... 나쁜 피가 있나? 왜 난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하게 살지 못할까...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드림컴트루 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다는 건데, 최소 컴퓨터 게임하는 거 보단 건설적이겠죠(김◯종).
"초짜도 적응만 하면 즐길 수 있는 수업"
역시 모든 일이 그렇듯이 끝나니까 '좀 더 열심히 할걸' 이란 생각이 들면서 아쉬운 게 많네요. 심산스쿨을 알았을 땐 이미 26기 수업이 진행 중이라 못할 거라고 생각 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흔쾌히 '괜찮아, 와와와' 해가지고 시작 한 게 끝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지독히 게으른 성품에도 불고하고 무결석과 무지각(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품 때문에 벌금이....)을 유지한건 저도 수업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초짜 중에 초짜라 글을 쓰기위한 이론수업들은 생소해서 그저 신기하고 재밌었고, 뒤풀이도 모두 저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이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적응한 후론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저도 매번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원래 보는 거 자체를 좋아해 와서 중요한 취미활동 정도로만 여기다가 글을 혹은 이야기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거지만 선생님에게도 다른 동기 분들에게도 시나리오든 다른 외적인 것 이든 많이 배워갑니다(◯박영).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선생님, 그동안 아메바와 광물들로 인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하구요. 특히 현실적인 말씀들, 깊이 새겨듣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글 쓰겟습니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때만 해도 시나리오를 거뜬히 써 내리라.. '난 원석이야' 라고 믿었지만, 아직 제 존재가 광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 시간 이었습니다. 제 존재를 깨달은것 만으로도 개인적으론 수확이라 생각하구요.. 저에게 부족한 그 무언가를 채울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저는 평소에 술이 들어가면 연상이 되는 장면이 있는데요. [비트]에서 민이가 술에 취해 태수에게 이런 말을 하죠. “나는 말이야...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어.” 민이의 이 대사는 한때 제 인생 신조이기도 했는데요. 12년 넘게 제 안 깊은 곳에 자리하다가 알콜을 만나면 제일 먼저 연상이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대사의 진정성에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민이의 말처럼 가늘고 길게 영화계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영화인이 되도록 노력하겟습니다(박◯호).
"수강생을 후배 작가로 대해주시는 선생님"
심산스쿨은 나에게 약간은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 누일수 있는 공간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심산선생님은 약간 아니 많이 괴짜같고 괴팍한듯 보이면서도 마음이 약하신 (..ㅎ)분이다. '노회하다'라는 표현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분이다. ㅋㅋ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을 미화시키거나 왜곡시켜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본 심산선생님은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이 직면한 현실 그대로를 말씀해 주셨다. 아마도 수강생들을 제자이자 시나리오 후배 작가로 생각하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김◯루).
"종강을 해도 숙제는 내야 한다"
작년에는 작가 교육원에서 드라마 작법 배웠었는데, 올해 영화 시나리오 배우면서 writing 에 대해 더 체계적으로 배워갑니다. 제가 이해력이 좀 더 좋았다면 더 많은 것을 배워서 하산했을 텐데, 아메바 및 광물의 상태라 제대로 흡수하고 가지는 못하네요. 그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종강을 했는데도 이렇게 제 마음이 무거운 것은...아마도 우리가 60평 자리 레지던스 호텔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고 포카를 배우던 그날, 제가 했던 실수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때, 제가 왜, 왜, 왜.. 시나리오를 30날까지 완성하겠다고 했을까요? 지금 후회막심입니다. 시나리오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아서 모니터만 보면 가슴이 옥-죄어 오는 것이 아주 깝깝합니다. 어찌나 좀이 쑤시는지, 아주 미칠 지경입니다. '아무리 유능한 작가도 자기 작품 쓸 때에는 좀이 쑤시고 하기 싫을 때도 많을 거야. 돈 받을 생각하고 한 줄 한 줄 쓸 거야...' 라고 내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한줄 한줄 써 내려가는데... 그래도 이것이 아직 끝날 줄을 모르네요. ㅋㅋㅋ(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