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19-05-27 18:29:54 IP ADRESS: *.13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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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반 43(20191-5) 수강후기 발췌록

 

청량감 넘치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들"

 

유난히 춥던 어느 겨울 날. 후배의 권유로 보게 된 심산스쿨 수강후기들. 하나같이 선생님의 수업을 찬양하는 글들을 보고,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란 생각을 아주 잠시 했습니다. 심산빠들인가. 아님 신흥종교인가?

 

얼마 후 오리엔테이션과 첫 수업을 하면서....왜 심산빠들이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청량감 넘치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인가! 그보다도 영화에 대한, 아니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는 미달자가 수업을 들으면서 들려오는 다양한 정보와 영화 뒷이야기들은 오랜만에 방문한 신촌 뒷골목을 산책하며 느끼는 여유만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건방질 수 있지만 행복의 한 단초를 찾기 위해 심산반에 들어 왔었습니다. 물론, 그렇듯 정답을 이곳에서 똬악! 하고 찾을 순 없었지만 재미있는 수업내용과 정보, 그리고 여러 동기들의 이야기와 열정을 보면서 5개월이 흐뭇했으며, 무엇인가 길을 찾아 나설 때 작은 이정표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고 온 것보다 많은 것을 얻어가

 

너무 재밌게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베껴쓰기 등의 훈련할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 정말 절대적인 양이 중요하겠지요. 만 씬을 써야 작가가 된다! 평균 7년이 걸린다! 처음 기대하고 온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가서 기쁩니다. 두 번 못 온 수업이 너무 아쉽고요 모든 분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

 

언제 이렇게 많이 웃어봤던가

 

5년 사이에, 내가 이렇게 많이 웃었던 게 언제였더라...돌이켜 보았습니다. 글쎄요...아마도 제 기억엔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몰라도, 점점 굳어진 표정에 밥 먹듯 한숨 쉬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냈단 보람은커녕 때론 무료하고, 때론 숨 막히는 일상들로 찌들어가던 그때. 이제야 솔직히 말하면, 잠시 쉬어나 가자 싶어 심산스쿨에 등록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다른 분야의 글도 배우면서 꺼져가던 내 안의 에너지도 회복되길 내심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아직 2019년이 끝나려면 6개월이 넘게 남았지만, 올 한해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을 꼽으라면 이곳 심산스쿨에 온 것일 거라 확신합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어 간단 느낌에 모두에게 고맙고, 그래서 종강이 더욱 아쉽고 서운하네요...수업을 듣는 동안 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건 '잘 웃는 사람'이 됐다는 것...'그래, 진 너 원래는 이렇게 잘 웃었었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제 모습을 다시 만났습니다.. 물론, 이건 다 성격 좋고 매력 쩌는 동기들을 만난 덕분일 겁니다. 예상치 못했던 가장 큰 선물이기도 했고요.. ^^

 

헛된 꿈만 좇지 않길,,.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첫인상과는 달리 참 따뜻했던 심산 선생님. 어떨 땐 저보다도 통통 튀는 젊은 갬~성과 센스를 지닌 선생님을 보며 조금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부럽기도 했답니다. 사실 선생님의 불꽃 튀는 강의는 동영상으로 촬영해 개인소장하고 싶을 만큼 재밌고 흥미로웠답니다. 헤헤...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 것에 비해 그만큼 더 열심히 하지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초라한 결과물을 보여드린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마저 듭니다.

 

사실 전, 정말이지 시나리오의 a, b, c도 몰랐습니다. 근데...그래도 뭐 좀 배웠다고,,.영화가 정말 재밌어졌습니다!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할지, 영화의 매력이 무언지, 세상에는 얼마나 좋은 영화들이 많은지! 얼마나 좋은 영화인들이 많은지! 앞으로 봐야할 영화가 끝도 없이 많으니 사는 게 좀 더 재밌어지겠구나...생각도 들어요. 시나리오도 더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제 겨우 하나 쓴 걸로 시나리오를 써봤다고 말하기 민망하네요. 그래서!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꾸준히, 더 많이 써보려 합니다().

 

즐거움도 행복함도 없다 그러나 계속 한다

 

오랜 방황의 끝에 내가 행복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그것을 다시 찾아 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 왔다. 욕 나오고 거지 같았지만 그래도 내가 행복했던 것은 '영화'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난 행복하다. 하지만 아직 그 행복이 내가 바라는 완벽한 행복은 아니다. 어쩌면 '행복'이라는 말보다 지금은 '즐거움'이 맞는 것 같다.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내게 있어 '시나리오'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어찌됐든 수업을 들으면서 영화 현장도 생각나고 재미있었고 좋았다. 처음 수업을 듣기 시작 전부터 시나리오에 관련된 이론 책들을 봤기에 이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론이, 지식이 과연 그렇게 중요할까? 머리에 많은 지식만 있으면 뭐하나...그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지. 누군가가 무엇을 개발해 세상에 내놨는데 마치 "그거 내가 먼저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혹은 "내가 너한테 전에 이야기 해 줬던 거잖아?!"와 같은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이곳에서는 그 이론들을 활용하든 안하든 적어도 한 번쯤은 내놓게 만들어 줬다. 그리고 현재 그 과정들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만 같다. 무엇을 한다는 거. 개인적으로 그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민을 하는 시간과 결심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하게 만들어 줬다. 사실 만들어 줬다라는 표현 보다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시스템이 조성이 되어 있다는 것이 맞겠다. 결국 내가 선택하고, 내가 몸을 움직인 것 아닌가...누구 강압적으로 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것이, 어떤 글을 쓸까라고 고민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냐고? 아니다.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즐겁고 재밌고 희열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런 감정이 없다. 마치 아주 오래된 연인을 처음의 설레임이란 없이 그냥 삶의 일부가 되어 만나는 것처럼...평범한 회사원이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하는 것이 아무런 느낌 없는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처럼...그냥 무덤덤하게 매일 아침에 일어나 11시에 커피숍에 출근해 필요한 자료를 보든, 영화를 보든, 노트북의 깜빡이는 커셔를 보든...오후 5시에 끝마치고 돌아 오는 길이 내 삶의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이런 말들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 오늘 하나도 못했네... 뭐 했냐? 병신아. 답답하다~"

"오늘도 하루 일과 맞쳤네 이제 운동가야지~"

"(고개를 끄덕이고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이런 자료는 어디 없을까? 한번 찾아 봐야 겠다."

 

한때 영화를 보면서 "! 내가 왜 영화를 컷이 어떻고, 촬영이 어떻고 이러면서 보고 있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난 영화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왜 즐겁지가 않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현장을 떠나기도 했지만 이젠 인정하려 한다. 내게 있어 영화는 마냥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하지만 동시에 영화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도 한다는 것을...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안 써질 줄 알았는데 그래도 써지긴 써지네 ()

 

수강료가 저렴하다고 느끼게 하는 마법

 

심산 쌤의 머리카락을 훔치고 싶어!’ 이제와 말이지만, 수업을 하며 늘 든 생각이었다. 굽실굽실하고 흰머리만 가득한 그 머리가 왜 그렇게 갖고 싶던지! 심산쌤과 눈을 마주치며, 때로는 극중 그의 연인이 되기도 하며...맨 앞줄에서 참 많이도 감탄했다. 마지막 날 쌤이 머리를 자르고 오셨는데, 삼손처럼 행여나 그 안의 지식들이 날아가진 않았을까 염려까지 됐었다(쌤은 머리 긴 게 더 어울려욧!!).

 

이 수업은 누구나 들어도 좋을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많은 만학도에겐 소싯적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배움에 허덕이는 대학생에게도 구체적인 꿈을 설계해준다. [비트] 포함, 영화를 좋아하는 광팬에게도 추천한다. 수업 시간에 듣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끝내준다. 오랜 기간 업계에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정말 에피소드들이 무궁무진하다. 작가 지망생에게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만약 데뷔에 성공한다면, 내 작가 인생은 심산반을 듣기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시나리오에 대해 많이 알았고, 유익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수업료 또한 아깝지 않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비싸서 망설이게 했던 금액이 수업 후에는 저렴하다고 느끼게 하는 마법을 보여주신다. 순간순간 심산쌤이 러블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늘 말미엔 씨발을 달고 사시는 분인데도 말이다(심산 매직!!). 예를 들면, 팔꿈치에 패브릭이 덧대진 양털 옷을 입고 오시거나, 영화의 한 장면을 연기하실 때?? , 양털 옷을 입고 오셔도 안의 옷은 늘 한결같다(스티브잡스도 역시 똑같은 옷을 입었다. 쌤은 천재인가...). 심산스쿨을 몇 번씩 재수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분들은 어쩌면 쌤을...인간(이성?)적으로 사랑해서가 아닐까. . 그 정도로 인간적인 매력과 영화인다운 면모를 모두 갖추신 분이다.

 

종국에는 쌤과 나의 삶이 포개져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의 사후엔, 누가 이런 역할을 해줄 것인가. 누가 영화라는 허망한 꿈을 좇는 한낱 미물들에게 욕을 해줄 것인가. ㅋㅋㅋ 이 정도면 진정 대체불능의 캐릭터다. 그가 살아있고, 아직도 시나리오를 쓰며, 심산스쿨을 운영하고 있음에 감사한다.(쌤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세요!!!ㅋㅋㅋ)()

 

고독한 항해의 동반자를 만나다

 

고독한 항해

 

-김동률 -

 

함께 배를 띄웠던 친구들은 사라져가고

고향을 떠나온 세월도 메아리 없는 바다 뒤편에 묻어둔 채

불타는 태양과 거센 바람이 버거워도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그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단 믿음으로

난 날 부르는 그 어느 곳에도 닻을 내릴 순 없었지

부질없는 꿈 헛된 미련 주인을 잃고 파도에 실려 떠나갔지

 

난 또 어제처럼 넘실거리는 순풍에 돛을 올리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날 지켜주던 저 하늘의 별 벗 삼아서

난 또 홀로 외로이 키를 잡고 바다의 노랠 부르며

끝없이 멀어지는 수평선 그 언젠가는 닿을 수 있단 믿음으로

 

고독하게 키를 잡고 항해하지 않도록 곁에서 도와주신 심산 선생님과 동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장의 생생함과 경험을 통한 통찰

 

시나리오 쓰기에 욕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노력을 게을리 했다. 작법공부에 시간을 할애할 용기도 없어 단과형식의 시나리오 수업, 영화제작수업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봤지만 우리 세대에 맞춘 것 같은 주입식에 형식적인 과정이 지겨웠고 마치 공식을 대입해서 푸는 수학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시나리오에도 공식이 있을 테고 수업은 당연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갖출 수밖에 없지만 마치 가르쳐준 공식에 대입만 시킨다면 답이 나온다라는 태도들과 단계에 따라 과정들을 분리 해놓은 것들이 무의미하단 느낌이 들었고 그저 '시나리오 작법 수업'이라는 사업을 하는듯한 인상을 다른 학원들에게서 느꼈다.

 

물론 개인 차는 있겠고 위의 학원들이 잘 맞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좀 더 현장의 생생함과 경험을 통한 통찰 같은 것에 관심이 갔던 나는 여기저기서 들어왔던 심산스쿨이 적합하단 생각이 들었고 이제서야 기초반 수강을 마쳤다. 내 생각은 맞았고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동안 솔직히 이왕 포기할거면 빨리 포기해버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업은 프롤로그에 불과하겠지만 수업 자체만으로 두고 보자면 칼 같은 지각비 걷기와 기초반에도 불구하고 100씬에 가까운 시나리오 베껴쓰기와 쓰기과제 그리고 벌금, 내가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건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 머리가 나빠서 진부한 비유를 꺼내들겠다. 바로 '마라톤'이다. 오래 달리는 게 좋아, 혹은 재능이 있는 거 같아서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를 해볼까 싶다. 먼저 마라톤에 대한 이론을 습득한다, 그리고 마라톤 장비를 알아보고 가격, 성능을 비교해보고 구입한다. 마라톤 대회, 코스를 알아본다. 코스 앞에 선다. 포기한다. 허무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시나리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지금 포기한다는 것에 대한 내 느낌이 이렇다. 숨이 차고, 다리가 저려보고, 발에 물집이 생기면서 뛰어봤는데 골이 안 보인다면 난 일찌감치 포기하고 택시나 타겠다. 하지만 아직 출발선이라면? 그건 무언가를 도전해봤고 포기했다고 할 순 없다. 그냥 아무것도 안한 거지.

 

대회 참가비는 80만원 정도였고 안내인은 아쉽게도 이쁘거나 멋지진 않았고 성격 안 좋아 보이는 영감님이었다. 하지만 이 영감님이 왕년에도 좀 달리셨고 요즘에도 가끔 달리신다고 한다. 코스도 꿰고 있고 이것저것 알려주시더라.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코스에 들어오려던 내가 그럭저럭 어떻게 첫발을 띄어야할지 알겠더라. 내가 완주나 할 수 있을지, 선수가 될 수나 있을지, 등수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뛰어나 봐야겠다. 출발선에 서기 전 만난 이가 심산이라는 영감님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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