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반 51기(2024년 1월-4월) 수강후기 발췌록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심산스쿨 선배이신 감독님에게 추천을 받고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 개강 때 부득이하게 폐강되어 2주 정도의 강의만 듣고는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올해 수업을 들으며 그 생각이 확신으로 변해갔고,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간 홀로 고군분투하며 단 한편을 쓰기 위해 허송세월을 보냈던 제가 수업을 들으며 한달만에 장편시나리오 완성하게 되었습니다(물론 빵점짜리지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듯 "초고는 못쓰는 게 당연하다." 제 자신은 빨리 성장하고 싶지만 이번 수업을 통해 다시 깨닫습니다.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한 편을 다 쓰고 나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잘 쓰려면 빵점짜리 시나리오를 계속 쓰는 수 밖에요.
제일 큰 수확. 프로가 되기 위해선 빨리 써야하고, 빨리 쓰려면 일단 지금 당장 써야한다. 이 진리를 어렴풋이 알았지만, 수업을 통해 이제 어떻게 쓸지, 어떤 설계를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길을 잃지 않을지를 어느 정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하수의 자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편을 완성하고 나니 깨닫는 것이 이렇게 많은데 10고, 100고 뒤에는 어떤 깨달음이 올까요. 벌써부터 설렙니다. 상급반에서 또 뵙겠지만, 14주간 너무 설레는 시간이었고, 재밌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함◯원)
“조금 더 일찍 올 걸 그랬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많은 선배들이 제게 말했습니다. 아직 출발선에 서지도 못했다고. 사실이지만 쉽게 소화가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심산반을 수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나는 서 있기는커녕 머리 들기도 겨우 하고 있구나..
부모님이 쌍수 들고 좋아하시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때려쳤습니다. 그 후론 입시과외를 하며 보상심리로 돈버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본래의 목적은 영화였는데 말이죠. 몇해 전부터 제게 꾸준히 심산 강의를 추천해준 지인분이 계십니다. 저의 반골 기질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오게 되었네요. 조금 더 일찍 올 걸 그랬습니다.
선생님의 강의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다는 겁니다. 작법서를 읽으며 모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인지, 선생님 특유의 필터링 없는 말들이 제겐 마구마구 꽂히더라고요. 그 ‘와닿음’이 글을 쓰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적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업을 들으며 가장 큰 행운이었다 생각하는 점은 바로 51기 동기들을 만난 것입니다. 영화과를 졸업했지만 장편 시나리오까지 함께 쓸 수 있는 동료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산반이라는 이름이 있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생겨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오래가요 우리..!). 저는 동기분들과 같이 상급반에 가서 또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그러면 혼자 뒤집기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ㅎㅎ (박◯정)
“명랑하게 깊은 산으로!”
솔직히 심산반 등록에는 큰 갈등이 없었지만 과정을 마치는 데에는 많은 고민이 함께했던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심산스쿨을 막연히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던 사람에게 너무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업을 들으면 자신이 '진짜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제가 그랬거든요.
쉬운 숙제가 없습니다. 피칭, 베껴쓰기, 장편 시나리오 쓰기. 한 가지 과제라도 완성하지 못한다면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 영화판 창작자보다는 감상자를 하는 편이 더 즐거운 인생일 수 있습니다.
심산 선생님 수업은 영화판의 미니어처 같습니다. 상업적으로 (기간 내에) 고민해야 하고, 누구보다 (기간 내에) 잘 써야 하며, 남의 기획에 (기간 내에) 잘 귀기울여야 합니다. 미천한 결과물이 죽고 싶도록 부끄럽고 욕먹기도 싫다면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수업은 앞으로 천만 배 어려워질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관문일뿐 일 테니까요.
사실 귀동냥 수업을 들으러 왔다가 매주 두들겨 맞는 심정으로 다녔는데요. 저 같은 미천한 소생은 가슴에 피멍이 들어야 배우는 것이 있나 봅니다. 감상자로 남고 싶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던 마음이 언젠가부터 달라졌습니다. 선생님 수업을 통해 영화의 기본 이론이 어떻게 실전으로 이어지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십 년간의 경험들과 노하우들을 듣는 것도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배우고 나니 쓰고 싶고, 쓰고 싶으니 남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작가는 아니더라도 프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정초부터 폭풍처럼 몰아치는 과제 스케줄에 어질어질했지만 덕분에 벼려질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수업에서 이어지는 뒷풀이도 영화판의 뒷이야기와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또 선생님과 함께 같이 시간 보내준 동기들 넘 고마워요. ㅠㅠ 첫 시나리오를 마감 1분 전에 완성했을 때처럼 또 웁니다. 덕분에 또 성장하고 갑니다. 심화반 수업도 또 너무 기대되면서 역시나 너무 무섭지만, 또 이겨내볼 께요. 모두들 곧 뵈어요!! 또 갑니다, 명랑하게 깊은 산으로!! (정◯진)
“상업영화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여전히 전공 영화를 반복해서 시청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유명 감독의 이야기, 아침 일찍 일어나 규칙적으로 글을 쓴다는 헤밍웨이의 이야기, 결정적으로 부단히 글을 읽고 쓰고, 산을 타고, 매주 개봉작을 팔로우하는 선생님의 열정과 부지런함에, 시나리오 배우러 갔다가 허송세월 보낸 인생을 통째로 반성하게 된 뜻깊은 14주였습니다.
강의의 부수적 기대효과 중 하나였던 ‘상업영화 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진심으로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제작자와 관객을 고려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쓰려고 덤벼댔던 지난날의 무지함을 처절하게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 정신!’ 이 말이 참 좋았습니다.
강의는 시종일관 명쾌하고 유쾌합니다. 주인공, 3장이론과 플롯, 스토리의 세계 등 여러 작법서에서 본 흐릿한 문장들이 뚜렷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영화와 역사를 예시로 설명해 주시니, 머릿속에 쏙쏙 박힙니다(p.s. 연기력 엄청나심).
물론 빡셉니다. 피칭, 시놉시스, 베껴쓰기, 리뷰, 시나리오 제출 등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당연히 결과물에 대해 정신없이 얻어터지기도 합니다. 좌절의 시간이 옵니다. 그러나 동지가 있습니다. 그 동기들과 꾸역꾸역 해쳐나가는 맛이 또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앞으로 어떤 방법과 자세로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지 청사진을 그려 뵬 수 있습니다. 좌절의 시간만큼 희망의 시간도 옵니다. 값진 인생 수업 제대로 받고 갑니다. 허상에서 벗어나 일단 쓰겠습니다. 더 이상 삶을 낭비하지 않고,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에 ‘집중’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남◯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