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24-12-31 12:44:13 IP ADRESS: *.38.164.118

댓글

0

조회 수

7

심산반 53(20249-12) 수강후기 발췌록

 

영상보다 글이 우선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맛있는 커피와 선생님의 재치 섞인 시나리오 수업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저의 삶 전체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저에게 있어선 앞으로 새롭게 살아갈 날들 중 봄과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전 영상매체에 지쳐있던 몇 년의 시간들이 있었고 최대한 많은 영상매체를 자제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언니가 함께 이 수업을 듣자고 했을 때는 어떤 기대나 설렘보다는 운명의 떠밀림같이 방문하게 되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별 기대 없이 무사히 마무리하자 하는 마음으로요.

 

하지만 수업을 거듭하며 영상매체가 영상이 먼저 가 아닌 글이 먼저라는 생각이 저의 사고의 전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시 영상매체와 가까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영상매체를 보지 않고도 선생님이 직접 해주시는 연기와 상황 설명들이 모두 재밌게 다가왔던 건 나 스스로는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셨거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

 

심산반 수업을 들으면서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낼 수 있었습니다. 장편영화를 언젠가는 써야지, 라고 나이브하게 살아왔는데 여기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선생님의 저주(?) 같은 말이 듣기 무서워서 호다닥 해버렸더니..퀄리티는 그렇다쳐도 어쨌든 시놉시스부터 시나리오까지 하나를 썼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정도입니다. 이제 그걸 다시 주워담아서 수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지만, 그래도 지난 몇 개월 동안 정성을 다해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을 듣기 전에 저는 그냥 영화 인생이 흐지부지하다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야할 건 많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어떻게든 시나리오를 쓰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듣고 나니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 기분입니다.

 

9월에 많은 일을 새로 시작하게 되어서, 정말 바빴었고 때문에 뒷풀이를 많이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53기 동기들과도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다들 연말 잘 보내시고 내년 계획 잘 세우셔서 다음에는 꼭 필드에서 보기를 희망합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현직 배우에게도 도움이 되었던 시나리오 수업

 

심산반에서 수업 받기 전에 다른 곳에서 잠깐 시나리오 창작 수업 들으면서 몇 편의 시놉시스 정도는 써놓은 상태에서, 첫날 수업에 들어갔을 때 처음은 과거에 내가 알았던 꼰대 감독 스타일과 심산 선생님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조금 아찔하고 긴장되었지만, 수업이 진행되면서 한국영화계 현실을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내가 쓰려고 하는 시나리오가 독립영화가 아니라 상업영화 시나리오이니 현실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계속 수업이 진행될수록 개념적 설명이 아니라 형상화 묘사 설명을 잘하시는 심산 선생님의 액션과 표정이 잘 들어간 수업과 오랜 경험과 연륜 내공이 포함된 설명이 들어간 수업이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글고 여러가지 이유로 창작 시나리오는 제출하지 못했지만, 원래 배우인 나는 베껴쓰기 과제를 하면서 타자속도가 느린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쓰면서 시간이 많이 걸려 좀 힘들었지만, 이미 몇 번 봤던 영화를 또 몇 번 보고난 다음 커트 커트마다 다시 세밀히 지문과 대사를 베껴쓰기하면서, 시나리오 작법뿐만 아니라 카메라 각도 화면구성 등을 보면서 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또한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과 액팅을 꼼꼼히 보면서 베껴쓰기는 이 모든 것에 다 도움이 되는 참 좋은 공부라 깨달았습니다().

 

현직 감독이 들은 시나리오 수업

 

오늘 제 영화가 개봉하는 날인데...개봉 3일 전까지 예매창이 열리지 않아 불안했습니다. 급하게 정해진 개봉일로 배급사와 극장들이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 한 이유 하나, [하얼빈]이라는 강력한 영화와 같은 시기 개봉하는 이유 둘. 그 두 가지 이유로 개봉일 서울에서 군자 메가박스, 강동 메가박스 한 타임씩 개봉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하게 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결국 배급사에게서 영화의 모든 자료들을 받아 직접 상영관 제안서 PPT를 만들어 30군데가 넘는 독립예술영화관들에 일일이 메일까지 보내고 나니...지금 이 시간이 되어버렸네요.

 

언땅에 씨앗을 뿌리고 척박한 곳에서 민들레꽃 한 송이가 피기를 간절이 기다리다가 심산스쿨에서 심기일전하고자 왔었습니다. 사실 여기는 제가 20대 영화과는 안 나왔지만 영화가 간절히 하고 싶었던 시절 너무나 가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력이 닿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었지요. 친구들이 갔던 20대 후반에 나도 여기 왔다면 어땠을까 잠깐 상상해 보기도 했답니다 ㅎㅎ 돌아돌아 이제야 여기에 왔지만, 정말 안 왔으면 어쩔뻔했나 싶습니다.

 

회사와 계약서를 쓰고도 완성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장편시나리오를 구멍이 숭숭 났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그것도 쓰면서 나름 재밌어하면서 써낸 것은 제게는 트라우마 극복이고, 기적에 가깝습니다. 이 모든 것은 심산 선생님의 26년의 노하우가 쌓인 산파기술과 이 수업에서 만난 동료들 덕분입니다. 그저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그럼 상급반 수업때 또 뵙겠습니다!! ()

 

퀄리티는 둘째 치고 뭐가 됐든 써내라

 

장편 시나리오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었지만, 퀄리티는 둘째 치고 뭐가 됐든 있기라도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에 학교와 인턴과 시나리오를 병행하며 어떻게든 꾸역꾸역 써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수확이었습니다. 투박해도 맞는 말만 하시는 심산 선생님의 매콤하고 중독성 있는 조언들 덕분에 많이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배웠던 내용 잊지 않고 어떻게든 이 바닥에서 버텨보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강좌엿보기/후배들에게 드리는 조언 file 관리자 2005-12-20 3730
» 심산반 53기(2024년 9월-12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4-12-31 7
37 심산반 52기(2024년 5월-8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4-08-25 66
36 심산반 51기(2024년 1월-4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4-04-10 124
35 심산반 50기(2023년 5월-8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3-08-24 212
34 심산반 49기(2023년 1월-4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3-04-21 163
33 심산반 48기(2022년 1월–5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2-05-31 423
32 심산반 46기(2020년 9월-2021년 2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1-02-28 686
31 심산반 45기(2020년 2월-6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20-08-03 703
30 심산반 44기(2019년 5월-8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9-09-12 818
29 심산반 43기(2019년 1월-5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9-05-27 681
28 심산반 41기(2018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8-07-28 986
27 심산반 40기(2017년 8월~2018년 1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8-02-06 994
26 심산반 39기(2017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file 심산 2017-07-21 1341
25 심산반 38기(2016년 8월~2017년 1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7-01-25 1246
24 심산반 37기(2016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6-08-04 1583
23 심산반 36기(2015년 9월~2016년 2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6-02-12 2155
22 심산반 35기(2015년 4월~8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5-09-11 1930
21 심산반 34기(2014년 10월~2015년 4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5-04-16 2018
20 심산반 33기(2014년 5월~10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4-10-17 3838
19 심산반 32기(2013년 11월~2014년 4월) 수강후기 발췌록 심산 2014-05-08 3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