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코인로커걸]
오늘(2014년 10월 16일) 크랭크업
2015년 3월 개봉 예정
심산반 25기 출신의 한준희 동문이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을 찍고 있습니다. 한준희 감독은 [그해 여름](2006)의 현장 진행과 [바보](2008)의 연출부를 거친 다음 심산반 25기(2010년 6월~12월)에 들어왔지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20주 간 진행된 워크숍 기간 동안 자신의 시나리오를 무려 네 번이나 제출하여 기억에 특히 남는 친구였습니다.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파워가 대단하여 심산반 종강 이후 잠시 동안 저의 보조작가(작가부)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 [사이코메트리](2013)의 시나리오작가로 충무로에 이름을 알렸고, [시나리오 가이드](2013)라는 단편영화로 자신의 재능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오늘 제40회차의 촬영으로 크랭크업이 된 [코인로커걸]은 ‘한국 여자 버전 대부(The Godfather)’라고 불러도 좋을 멋진 누아르입니다. ‘엄마’역을 맡은 김혜수와 ‘일영’역을 맡은 김고은이 투톱을 맡고 있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두 여배우의 격돌이 매우 기대됩니다. 한감독은 크랭크인하기 전에 제게 [코인로커걸]의 시나리오를 주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매우 훌륭한 시나리오였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개봉 라인업들 중 가장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오늘 새벽 한감독이 저를 불러냈습니다. 단역이라기보다는 엑스트라에 가까운 역할이지만 한 장면에 출연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사실은 제가 탐낸 단역이 하나 있었는데 그만 놓쳐버렸습니다 ㅠㅠ). 차이나타운 환전소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인역입니다. 김고은과 같은 프레임에 잡히기는 하지만 대사도 없으니 편집에서 잘려나갈지도 모릅니다(ㅋㅋㅋ). 어찌되었건 덕분에 오랜만에 촬영현장에 나갔습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는 스태프들과 캐스트들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심산스쿨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가장 즐거운 경험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심산스쿨 동문들이 현장에 나아가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하는 것. 그들이 크랭크인 소식을 알려올 때마다 정말이지 하늘을 날 듯한 기분입니다. 내년 봄에 개봉될 [코인로커걸]로 우리는 또 한 명의 감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준희 감독이 몇 기였더라를 찾아보다가 아주 오래 전에 그가 남긴 수강후기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수강후기에서도 역시 파워와 기백이 느껴집니다. 충무로 입성이 코끼리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역시 ‘해낼 놈은 해내는 법’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심산반 25기에서는 한준희 이외에도 감독 데뷔를 코 앞에 둔 동문이 두 명이나 더 있습니다.
http://www.simsanschool.com/board_irjM20/101566
어떤 이들은 제가 시나리오 워크숍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마도 수업시간에 수강생들을 들들 볶어대니까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종류의 인간이 절대로 아닙니다. 즐겁습니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커다란 보람도 느낍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오늘 새벽 6시에는 심산반 25기 한준희 감독의 촬영현장에 다녀왔고, 잠시 후 밤 7시 30분에는 [심산반 34기]가 개강합니다. 또 어떤 새로운 친구들이 왔을까 몹시도 궁금하고 설레입니다. 이들도 조만간 짤막한 수강후기를 남기고 제 갈 길을 찾아가겠지요. 그들이 “두려움에 떨지도 않고, 물들지도 않으면서, 이 비열한 거리를 통과"(레이몬드 챈들러)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김고은을 직접 코 앞에서 보며 깨달은 것 하나:
김고은을 오래 쳐다보면 안되겠다
금세 사랑에 빠져들 것 같다...ㅋㅋㅋ
나의 영원한 처녀
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