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국회연설에 대하여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 나서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국회연설을 함으로써 기존의 필리버스터 기록을 새로 갈아치웠습니다. 하지만 신기록 갱신 따위가 뭐 중요하겠습니까? 문제는 컨텐츠입니다. 저는 은수미 의원의 국회연설을 들으면서 ‘386세대의 자존심’ 같은 것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고마웠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386세대입니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의 인간. 이것이 ‘386세대’에 대한 최초의 정의입니다. 출생연대와 학번은 안 바뀌는 대신 나이만 먹어 이제는 ‘586세대’가 되어버렸지요. 저는 사실 저희보다 아랫세대들에 대하여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전혀 못하지 않은데, 심지어는 훨씬 더 뛰어난 스펙(!)을 갖고 있는데, 살아가기가 너무 힘듭니다. 저는 현재 그들의 삶이 이토록 힘겨운 이유들 중의 하나가 저희 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저희 세대는 한 마디로 ‘광주사태’와 ‘유월항쟁’을 겪은 세대입니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매우 통쾌하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고 나간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민주화운동세력’이라는 레이블을 달고 사회로 나아가 어느 새 ‘기득권’이 되어버렸습니다. 불편하다기 보다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단행본 몇 권으로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그 부끄러움의 일부를 은수미 의원이 메꾸어 주었습니다.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은수미 의원은 저와 조금은 각별한 사이입니다(저보다는 제 아내와 훨씬 더 각별한 사이입니다). 저와 아내는 1993년의 신혼여행으로 '동해안 순례'를 떠났는데, 최초의 방문지가 '강릉교도소'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은수미가 수감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 지면이 그다지 편안한 곳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는 오늘, 장장 10시간 18분 동안 지속된 은수미 의원의 국회연설을 보며,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조금은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실 정치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는 심산스쿨의 내규(?)를 깨고 여기에 은수미 의원 필리버스터 연설의 말미를 올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sA9oMdQQFs
은수미 의원 필리버스터 마무리 발언
은수미 의원 뿐만 아니라 그 뒤로 줄줄이 이어진
더민주와 정의당의 국회의원들 모두 매우 훌륭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여태껏 저런 의원들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소개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일반인들의 국회 방청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최후의 궁여지책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아이러니컬하다
궁즉통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ㅎ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