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
[한겨레21]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의 힘'
15만장 기록과 3테라바이트 자료 추적·분석해 <세월호, 그날의 기록> 탄생
<한겨레21>이 입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2015년 5월 세월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세월호 기록팀을 구성했습니다. 진실의 힘 조용환, 송소연, 강용주 이사와 이사랑 간사가 기획·진행을 맡았고, 박다영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씨가 자료 분석과 집필을 맡았습니다. 정은주 기자는 <한겨레21>과 진실의 힘을 오가며 이 작업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기자상과 민주언론상을 받았습니다. 15만 장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를 추적·분석한 결실을 이제 세상에 공개합니다. 700쪽에 이르는 책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 펴냄)입니다.
<한겨레21>은 <세월호, 그날의 기록>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 앞으로 4주에 걸쳐 집중보도합니다. 2015년 4월부터 진행한 <한겨레21> 세월호 탐사보도의 마지막 매듭입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세월호 관련 119, 112, 122 신고 내용을 전부 담았다. 전남 119상황실에 접수된 신고가 가장 많았다. 2014년 5월 감사원 조사를 받을 때 전남 119상황실은 세월호 신고 건수가 23건이라고 밝혔다. 그중 7건은 통화 중이라 자동응답기(ARS)로 넘어갔고 3건은 바로 끊겼다. 13건이 연결돼 통화 기록에 남아 있다며 녹취록을 제출했다.
중복 신고가 있어서 신고자는 10명(1건 5명, 2건 2명, 4건 1명, 5건 2명)이었다. 오전 8시52분부터 쉼없이 신고 전화가 울렸다. “배가 기울었어요, 살려주세요” “빨리 좀 와주세요” 아우성이었다. 세월호 선내 상황도 속속 전해졌다.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기울어지면서 승객이 머리를 다쳐 피가 나고 다리가 부러졌다. “너무 아파요”라고 울고 “장난전화 하는 거 아니”라고 절규했다.
그런데 119 신고 전화와 관련해 의문점이 있다. 오전 10시 이후 “문이 잠겨 못 나오고 있다”는 단원고 학생의 신고가 119 녹취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과 국회에 제출한 119 신고 내용을 보면, 9시23분이 마지막 신고다.
10시10분서해해경청 상황실은 문자상황보고시스템으로 지시한다. “전남 119에서 박○○ 학생이 문이 잠겨서 못 나오고 있다는 사항, 연락처 010-9170-××××.” 문자상황보고시스템은 해경의 메신저로 위성통신망을 이용해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보고 및 지휘할 수 있다.
그 시각 세월호는 70도 이상 기울어져 바닷물이 배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10시17분 진도VTS가 123정 정장 김경일에게 전화해 해경 지휘부의 지시를 전했다. “문이 잠겨 있어서 문을 못 열어서 승객들이 탈출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지금 가셔서 문을 열어주라고 합니다.”10시29분서해해경청 상황실은 다시 문자상황보고시스템으로 묻는다. “여객선 갇힌 학생 구조되었는지 여부?”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승객들이 9시23분 이후에도 119에 신고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단원고 학생들은 10시17분까지 카카오톡 메시지를 가족들과 주고받았다. “배 안이야 아직 복도”(10시1분 신승희 학생) “저 지금 방 안에 살아 있어요”(10시4분 김시연 학생) “몰라요, 구조해준다는데”(10시13분 정예진 학생) “아직 객실이요”(10시15분 유예은 학생) “지금 더 기울어.”(10시17분 박영란 학생)
그러나 검찰과 감사원은 “객실에서 문이 잠겨서 못 나온 승객들 연락”이 담긴 신고 전화가 왜 전남 119 신고 내용에 없는지, 해경은 신고자 박○○ 학생 등을 구조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우성친 아이들의 신고 내용이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그것이 어디로 갔는지도 향후 규명해야 할 사항이다.
법률상 ‘현장책임자’는 면죄부
사고 당시 수난구호법상 ‘현장지휘자’는 서해해경청장 김수현과 목포해경서장 김문홍으로 드러났다. 9시10분 해경 본청 상황실이 중앙구조본부를 꾸리면서 현장지휘자로 명시했다. 해경청장 김석균은 해경 본청의 역할을 “상급 부서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현장 지휘는 서해해경청의 몫이라는 것이다.
감사원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대형 인명 사고의 경우 (해경)청장이 직접 현장 지휘를 하였어야 하는데도 서해해경청장과 목포해경서장에게 현장을 지휘하도록 한 이유를 말씀하여주십시오.
김석균 1차적으로 현장 지휘는 서장에게 있으며, 상황의 중요성에 따라 지방해경청이 직접 관여하여 현장 지휘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본청은 전체적인 지휘나 상급 부서에 보고하는 것이 중앙구조본부(본청)의 역할이라 생각됩니다.
(2014년 9월29일 감사원 질문서)
반면 서해해경청장 김수현은 총지휘가 본청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9시10분경 중앙구조본부가 설치됨으로써 해양경찰청과 경비국장이 현장에서 총괄 지휘하였고” 해경청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해해경청장은 지휘 라인이 아니라 “스태프가 되었다”고 주장했다.(2014년 11월14일 법정 증인 진술)
그러나 지휘 부실에 따른 구조 실패 책임을 진 것은 총지휘를 맡은 해경청장 김석균도, 현장지휘자로 임명된 서해해경청장 김수현이나 목포해경서장 김문홍도 아니었다. 123정 정장 김경일만이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상 ‘현장지휘관(OSC)’으로 지목돼 구조 실패 책임을 홀로 떠안고 형사처벌을 받았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서해해경청장 및 목포해경서장에게 지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서류상 증거’(목포 여객선 ‘세월호’ 침수 관련 중앙구조본부 운영 계획)를 발굴했다. 이들의 책임을 다시 따지고, 총지휘 역할을 한 본청장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향후의 일로 남겨져 있다.
아울러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경 123정이 찍은 ‘인증 사진’ 3장을 처음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123정 정장 김경일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것들이다. 기울어진 세월호 선수를 바라보는 김경일의 뒷모습,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빠져나오는 모습, 구명뗏목을 터뜨리는 해경의 모습 등이다. 채증 사진과 달리 123정 조타실에서 찍은 사진으로 기념 사진과 비슷하다.
기울어진 배 안으로 뛰어들어 승객을 탈출시켜야 할 구조 세력이 왜 밖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는지, 그 사진들이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김경일은8시49분세월호가 기울어져서10시30분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에 8차례 접속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역시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승객들이 촬영한 동영상과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12차례의 선내 방송을 순서대로 복원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9시7분)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세요.”(9시14분) “해경이 오고 있으니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9시 35분경)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9시42분)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1시간여 동안 그렇게 많이, 그렇게 집요하게 되풀이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탈출하려는 승객들의 의지를 꺾고 주저앉히는 데 선내 방송이 한 역할과 책임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세월호가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멈춘 채 표류하던 시각에 해경의 AIS에는 세월호가 “이동 중”인 것으로 표시됐던 점도 드러났다. 목포해경 상황실뿐 아니라 해경 본청 상황실도 그랬다. 세월호 사고를 목격한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은 세월호 AIS가 꺼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AIS를 둘러싼 끝나지 않은 의문을 더 깊이 조사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세월호 안내 방송
오전 8시52~54분“승객 여러분께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동을 하시면 지금 위험하오니 안전봉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선내 승객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바랍니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봉을 잡고….”
“현재 계신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승객 여러분들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계신 위치에서~ 현재 계신 위치에서~ 현재 자리에서 이동하시면 위험하오니~.”8시56분“현재 계신 장소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주변에 잡을 수 있는 봉이나 물건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절대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9시6분“선내 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승객분들께서는~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착용 가능하신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구명동의를 착용하여주시고~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하여주시기 바랍니다.”9시7분“선내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손에 닿으시는 분들께서는 다른 승객들께 전달 전달하셔가지고 입으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고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구명동의가~ 한 곳에 있으신 분들께서는 전달, 다른 승객분들께 구명동의를 전달하셔서 다른 분께도 구명동의를 착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기 바랍니다.”9시14분“현재 위치에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세요.”9시26분“선내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해경 구조정 및 어선 접근 중, 10분 후 도착 예정입니다. ~하시고, ~서 기다리시기 바랍니다.”9시28분“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9시29~30분“~소리를 질러~ 권○○ 어린이! 권○○ 어린이 지금 3층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현재 위치에서~ 어선들이 접근 중에~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세요.”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안전하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해경 헬기가 본선 접근 중입니다.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9시35분경“해경이 오고 있으니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9시37분“선내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구명동의를 착용하신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매여 있는 끈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셔서 잘 묶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구명동의를 착용하시고 계신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에 매여 있는 끈이 잘 묶여 있는지 확인을 다시 한번 하시기 바랍니다.”9시42분“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마시고 안전하게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용어설명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선박의 위치, 속력 등을 자동 송수신
SSB(어선공동망): 어선이 주로 사용하는 무선통신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 해경 지휘부와 함정, 항공기가 교신하는 무선통신
VHF(초단파무선통신): 선박-육상 음성 통신 장치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선박 충돌, 좌초 등 위험을 감지하는 24시간 관제센터
문자상황보고시스템: 해경 메신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발췌·정리 정은주 기자ejung@hani.co.kr
http://pictorial.hani.co.kr/slide.hani?sec1=098&sec2=001&sec3=236&seq=0&_fr=mt4
[한겨레] 카드뉴스 '세월호 참사 진실 10가지' 요약입니다
이 책과 어제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면
누가, 왜, 어떻게 그 아이들을 죽도록 내버려두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책임을 물어야될 때가 된 거지요
[한겨레21]과 [진실의 힘]과 [그것이 알고싶다]를 오가며
이 모든 것을 낱낱히 밝히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정은주 기자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