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세대의 마지막 꽃인 문재인 정부 할 일은
새 사고 갖춘 젊은 세대에 새 길 열어주는 것”
<네가 나라다> 출간한 ‘거리의 철학자’ 김상봉 교수
새 국가모습은 ‘사랑의 나라’
기성세대는 이미 고갈돼 젊은 세대에 길 비켜줘야
지난 몇 달 사이 한국 사회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고 묻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 새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촛불혁명의 주역이었던 대다수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 이상의 발본적 변화다. 한국 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국가의 모습은 무엇이어야 할까.
‘거리의 철학자’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57)는 최근 출간한 <네가 나라다>(도서출판 길)에서 그 국가는 ‘사랑의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전봉준이 꿈꾼 나라, 전태일이 꿈꾸었던 나라, 윤상원이 꿈꾸었던 나라를 알기 쉽게 이름하자면 사랑의 나라가 아니겠어요? 사랑이 단순히 가족이나 사사로운 인간관계의 원리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원리가 되는 세상 말입니다.”
<네가 나라다>는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거쳐 박근혜 탄핵이라는 성취에 도달했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무엇인지를 정리한 책이다. 책은 실제 대화와 질문을 토대로 가상 대화 형식으로 쓰였다.
김 교수는 지난 26일 통화에서 “세월호 세대를 위해 쓴 책”이라고 말했다. “광장의 촛불이 일회적 봉기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견인하는 출발점이 돼야 합니다. 그 주역은 기성세대가 아니라 ‘세월호 세대’인 20대입니다.”
김 교수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전쟁의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전쟁과 같은 경쟁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이행했다고 말한다. 분단의 혼란과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한국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삶의 원리가 죽음 앞의 생존에 대한 공포였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을 지배한 것은 경쟁에서의 낙오라는 또 다른 공포였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대신 스스로 주인으로 행세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경쟁을 조장했다. ‘박정희 신화’는 그러한 폭력적 국가 체제가 남긴 상흔의 다른 이름이었다.
한국인은 4·19, 부마항쟁, 광주항쟁, 6·10항쟁을 거쳐 최근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시민 저항을 통해 국가 폭력에 대항해왔다. 김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굴종을 박차고 일어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머슴이 아니라 주인이다, 노예가 아니라 자유로운 시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그 자각에 걸맞게 싸워온 역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싸움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폭력에 순종하고 국가 폭력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또다시 싸움에 나서는 끝없는 순환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촛불혁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제 한국인들의 절대다수에게 최소한 권력자의 개돼지로 살지는 않겠다는 분명한 자각과 의지가 일종의 지적 성격으로 확립되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일시적 후퇴는 겪을 수 있어도 원점으로 퇴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은 것은 ‘일상의 파시즘’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일상의 파시즘이란 일상의 영역에서 억압하는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에 대한 내면화된 굴종을 뜻한다. 그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남을 권력으로 억압하려 하지 않는 평등한 시민 의식과 부당한 억압에 대해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의 파시즘’을 극복하고 ‘사랑의 나라’의 청사진을 설계하는 과제는 기성세대의 몫이 아니다. “기성세대는 고갈됐어요. 기성세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젊은 세대를 위해 물러나주고 길을 비켜주는 겁니다. 아무런 새로운 것도 잉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면서 모든 일을 스스로 다 처리하고 해결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비극입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기성세대의 마지막 꽃”이라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썩어빠진 세대는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세대의 순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선의만으로 역사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상식의 회복이죠. 하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새 나라를 만들진 못해요. 새로운 사고를 갖춘 젊은 세대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들에게 새 길을 열어주는 게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경향신문] 2017년 5월 28일
정원식 기자
제가 좋아하는 김상봉 교수가 새 책을 냈군요?
매우 간단 명료한 진단이자 처방입니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사랑하고 일할 수 있는 나라
열심히 일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이른바 386 세대들...
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후딱 해야될 일들을 해치우고 후딱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서야 합니다
저도 386들이 지겹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