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자니 산의 안자니 여신을 찾아서
인도네시아 롬북섬 린자니산 트레킹
2018년 3월 29일(목)~4월 5일(목)
인도네시아 제도의 롬북 섬에 있는 린자니(3726m)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롬북 섬 사람들은 이 산에 안자니 여신이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산신(山神)이지요. 당연히 산에 오르기 전에 산신을 먼저 알현하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안자니 여신의 눈물이라고 하는 베낭클람부 폭포에도 가고, 안자니 여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다는 나르마다 사원에도 들러 안전산행을 기원했습니다.
린자니 트레킹은 꼬박 2박 3일에 걸쳐서 이루어졌습니다. 주최 측에서 너무 무리한 산행스케줄을 잡아 놓았었는데, 제가 마구 우겨서 줄이고 줄인 결과입니다. 린자니 산의 풍광은 매우 근사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오르는 길은 결코 추천할만한 것이 못됩니다. 이번 트레킹에서 찍은 사진들을 몇 장 올립니다. 여러분들은 굳이 이 산에 오르지 마시고(ㅋㅋㅋ), 그냥 이 사진들이나 감상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첫날 인천-자카르타 국제선을 거쳐 자카르타-롬북 국내선으로 갈아탔습니다. 발리에서 약 200Km 쯤 떨어져 있는 섬입니다. 면적은 제주도의 2.5배, 인구는 약 300만 정도 됩니다.
산에 오르기 전에 들린 사삭마을에서 롬북 섬의 민속의상을 입어봤습니다. 집 안에 있는 두 사람이 산악인-호스트인데, 제 옆의 털보 친구가 산악인 후배 배성우(대학산악연맹, 한국등산사연구회)입니다. 집 밖에 있는 두 사람이 일반인-게스트인데, 사실은 연예인이라고 불러야 옳습니다. 여자분은 모델-배우인 임지민 양이고, 남자분 역시 모델-배우인 김정운 군입니다.
린자니 산 바로 밑에 있는 슴발룬 마을입니다. 해발 1200m의 고랭지인데 마을 사람들이 마늘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산행 시작 직전에 바라본 린자니 산입니다. 매우 목가적인 분위기지요? 실제로 올라보면 “욕이 절로 나옵니다.”(ㅋㅋㅋㅋ)
첫날 상행 도중 큰 비를 만났습니다. 단순한 스콜이 아니라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쏟아붓는 장대비였습니다. 비가 조금 그칠 즈음 다시 산행을 계속하다가 뜻밖에도 무지개를 만났습니다.
해발 2639m에 있는 팔라왕안 캠프입니다. 구름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아름다운 캠핑장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2박을 했습니다.
첫날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자정에 정상을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오직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올라야 하는 괴로운 구간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니 때마침 보름달이 훤하게 밝았습니다.
거의 5시간 넘게 “밟으면 뒤로 미끄러지는” 화산석 잔모래들과 씨름을 한 끝에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 붙었습니다. 다시 가라면 “차라리 나를 죽여라!”고 뒤로 자빠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6시 즈음이 되자 붉은 해가 떠오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감동스럽습니다.
해발 3726m의 린자니 산 정상입니다. 이번 트레킹에는 얼마 전 로체 남벽에 다녀온 김두영 촬영감독이 동참하였는데 거의 촬영 관련 원맨쇼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김감독의 의지와 열정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정상 부근을 지키고 있는 야생 원숭이입니다. 이 녀석은 “여기가 내 구역이야”라고 시위하듯 사람들이 다가가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정상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백두산 천지보다 약 1000m가 높은 지역입니다. 뿌듯한 기분으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정상에서 포토제닉한 임지민 양과 인증샷을 한컷 찍었습니다. 두 사람의 머리 크기가 비슷해 보이는 건 제가 뒤로 멀찍이 물러났기 때문입니다(ㅋㅋㅋㅋ).
산에서의 셋째날 아침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마지막으로 다시 드론 촬영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들이 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사라져 버린 드론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대략 시가 500만원 정도 하는 장비인데, 홈(Home)을 찾아오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사라져 버렸습니다(ㅠㅠ). 덕분에 하산이 늦어졌습니다. 그 지역의 포터들에게 현상금(!)을 걸어놓고 내려왔습니다.
가파른 하산길로 내려갑니다. 올라올 때는 캄캄하여 보지 못했던 린자니 산의 정수를 천천히 감상합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여 오른 산이라서 그럴까요? 막상 하산하려니 아쉬움이 자꾸 남습니다. 조금만 시야가 트인 지역이 나타나면 무조건 앉아서 쉽니다.
하산을 끝내기 전에 출연자 4명이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저와 배성우는 원래 산사람들이니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산행에 관한 한 거의 “쌩초보”였던 김정운 군과 임지민 양은 너무 고생이 많았습니다. 두 분의 게스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축복의 말씀을 건넵니다.
귀국하는 날 아침의 마지막 조찬입니다. 인도양이 코 앞에 펼쳐진 제법 괜찮은 호텔에서 저 홀로 조용히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와보니....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한 것까지는 좋으나, 너무 추운 날씨에 화들짝 놀랬습니다(ㅋㅋㅋㅋ).
위의 사진들은 함께 간 사람들(공식대원 7명)이 찍은 것들을 이것 저것 조합한 것입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절반이 조금 넘습니다
사실 이번 트레킹은 '트레킹'이 목적이 아니라 '촬영'이 목적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꿈꾸어 온 "매우 원대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는 챤스(!)를 잡았습니다
아직은 확정된 프로젝트가 아니어서 상세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이번 트레킹이 그 프로젝트를 위한 '첫 발자욱'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프로젝트가 확정되면 상세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나 저나...린자니 산에는 올라가지 마세요!
오죽하면 저희 대원들 사이에서 제일 심한 욕이자 저주가
"너 까불면 린자니 산에 다시 올려보낸다?"가 됐겠습니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