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를 아시지요? 막말 잘 하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 그런데 이 친구가 하는 막말들 중에는 가끔씩 귀담아 들을만한 말도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멋진 이야기들 중엔 이런 것도 있어요. "진정한 예술의 테마는 오직 하나뿐이다. 생명력과 체제의 싸움. 체제는 언제나 생명력을 억압하려 들고, 생명력은 언제나 체제를 전복하려 든다. 만약 이 싸움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뭐 글자 하나 안 틀리는 인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뜻이었지요...LIFE vs. SYSTEM!
얼마 전에 본 록뮤지컬 [WE WILL ROCK YOU]는 그런 뜻에서 '훌륭한 예술'이었습니다. 분출하는 삶의 욕망들을 억압하는 체제, 그리고 그 체제와의 전면전에 나선 인간들...물론 작품 속에서 이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무기는 바로 ROCK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ROCK 본연의 정신이지요. 드라마 속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 그 자체로서 이 모든 '혁명'을 총지휘한 사람은 프레디 머큐리였습니다. 그의 음악은 정말이지 멋져요. 걷잡을 수 없는 용암처럼 들끓어 오르는 생명력을 더 없이 다이내믹하게 표출해낸 사람이지요...그가 게이였고 결국에는 AIDS로 사망했다는 사실조차 더 없이 잘 어울립니다...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LONG LIVE FREDDIE MERCURY!!!^^
하지만...저는 [WE WILL ROCK YOU]를 보면서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록뮤지컬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그것은 아마도 '들국화'가 되리라. 사실 조금만 고민을 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들국화가 발표한 노래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하나의 스토리,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조만간 전인권 형을 만나면...이 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해볼까 합니다...^^
또 다른 생각. 내가 하고 있는 작업들은 과연 LIFE의 편인가 SYSTEM의 편인가? 슬프게도 SYSTEM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약간은 화가 났고, 다른 방식의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나 말고도 SYSTEM을 공고히 만들 사람들은 많다. 그러니 적어도 나만이라도 LIFE의 편에 서야되는 것이 아닐까? 체제에 굴복하거나 순응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것을 전복시키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되는 것이 아닐까? 질문은 쉽되, 대답은 어렵습니다.
[img2]마지막으로 가장 아이러니컬한 생각 하나. [WE WILL ROCK YOU]는 아주 강렬한 반(ANTI) 자본주의적 색채를 띕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SYSTEM을 비웃을 뿐 아니라 MICROSOFT와 BUSH를 상종도 못할 개망나니로 취급하지요. 보고 있는 동안에는 정말 통쾌합니다. 그런데...아니러니컬하게도 [WE WILL ROCK YOU]는 엄청난 자본주의적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마치 자본주의 최고의 문화적 FANCY 상품이 CHE GUEVARA가 된 것과 같은 이치죠...이거 웃어야 되는 겁니까 울어야 되는 겁니까? 언제나 그렇습니다. 질문은 쉽고, 답변은 어렵습니다.
제가 들국화의 최성원씨와 뮤지컬 작업 중인데 ..록뮤지컬 ...만드시라고 저도 얘기 드려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