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도대체 어디에 사용될까요? 단순히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위한 스토리텔링은 기본이고,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심지어 음식을 선보일 때(!)도 가장 핵심적인 뼈대를 이루는 것은 스토리텔링입니다(드라마 [식객]을 위한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이지요). 요즘엔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 과정 같은 것이 유행입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물론 스토리텔링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스토리텔링의 밑바닥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 기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시나리오작법(!)입니다.
요즘 들어 날로 커져가는 시나리오작법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제 시나리오작가를 찾는 것은 단지 영화감독이나 제작자뿐이 아닙니다. 방송국에서도 전화가 오고, 신문사에서도 찾고, 공연 연출자도 제발 시간 좀 내달라고 애원을 합니다. 그래서...본래 심산스쿨의 '네번째 사업'으로 설정했던 것이 '스토리텔링의 다각적 응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형으로 쓰인 것으로 충분히 미루어볼 수 있듯 현재에는 이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왜냐? 이유는 너무 단순해요. 제게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뿐입니다. 그래도 스토리텔링의 다각적 응용이라는 것은 여전히 우리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일종의 트렌드(!)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2004년 가을쯤인가요? 한 출판사에서 저를 찾았습니다. 그들의 제안을 듣자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어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을 위한 학습지 원고를 써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의 설명을 듣자 이해가 되더군요. "저희는 최고의 스토리텔러를 원합니다. 그건 아마도 시나리오작가겠지요." 그래서...그 일을 시작했습니다. 컨셉은 명쾌합니다. 수학(혹은 영어 혹은 과학...뭐 어떤 과목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을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한다.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영화처럼 읽혔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플롯이다...그것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 다소 도식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유하자면...[반지의 제왕]이나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형식으로 '수학'이라는 골치 아픈 학습대상을 풀어낼 수 있겠느냐는 거지요. 어때요? 재미있는 컨셉 아닙니까?
컨셉은 재미있지만 작업과정은 몹시도 힘겨웠습니다. 수학을 스토리텔링으로 녹여낸다...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게다가 언제나 그렇듯이 제게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왜냐? 놀아야 하니까요...^^...결국 저는 중도에 사의를 표명하고...모든 의무와 권리를 처음부터 함께 해온 후배작가에게 다 넘겨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1년 반이라는 세월이 흘러간 끝에 그 첫번째 책(모두 4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바로 강상균의 야심작(!)인 [오딧셈의 수학 대모험 1 무지막지단의 음모]입니다.
이 책을 만들어나갈 때 우리끼리 그런 농담을 했습니다. "이건 무조건 대박(!)이야. 이렇게 고생했는데 적어도 집 한 채 살만큼은 벌어야지!" 농담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학습지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이를테면 문학의 시장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심지어 영화 시장의 규모보다도 더 큽니다. [오딧셈의 수학 대모헙]은 과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차트로 진입했습니다. 이 작품의 스토리텔링기법...탄탄합니다. 캐릭터와 플롯 그리고 흥행의 공식...이 모든 요소들에다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시나리오작법을 완벽하게 구현했으니까요...^^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은 계속될 겁니다. 조만간 또 다른 후배작가가 쓴 [과학 대모험] 시리즈도 서점을 점령하기 시작할 겁니다. 모두 다 대박이 나서 남은 평생 돈 걱정 없이 작품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수학공부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제가 꼭 그랬답니다...^^)이 있다면 이 책 한번 사다가 안겨주세요. 무척이나 재미있어 할 겁니다. 그리고 시나리오작법을 배우거나 익힌 모든 분들께 권합니다. 배운 거 제대로 써먹으세요. 이 세상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답니다...^^
근데...언제 어떻게 써먹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