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독립영화 [비단구두] 씨네큐브 단관개봉
[img1][태양은 없다] 이후 꼬박 7년만에 스크린에서 저의 크레딧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뭐 하긴 그 동안 'special thanks to'나 '배우'로서의 크레딧을 가진 적도 있으니 '시나리오작가'로서의 크레딧이라고 한정지어 말해야 되겠네요...^^ 바로 6월 22일(목)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관 개봉(!)하는 여균동 감독의 신작 [비단구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펀딩과 캐스팅이 너무 힘들었고, 결국 돈이 모자라 촬영이 중단된 적도 있으며, 끝내 크랭크업을 한 다음에는 스탭 잔금을 지불하지 못해 감독 겸 제작자였던 여균동이 피소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그나마 어찌어찌하여 잔금을 치루고 단관 개봉이나마 하게 되었다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못 받은 잔금의 액수가 가장 큰 스탭? 바로 접니다. 하지만 여감독과 통화하면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형, 영화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진심입니다. 잔금은 커녕 계약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취재와 집필 과정에서는 제 개인의 돈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래 세대들이 보기에는 '미친 짓'이겠지요. 상관 없습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도 웃을 수 있는 '멍청한 놈들'은 저희 세대가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고마운 것은 민정기 화백입니다. 민화백, 한국의 80년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이 분의 산 그림,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흔히 민중미술작가라고 하면 괜히 한 수 접어주는 경향이 있는데 민화백의 작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술작품 그 자체로서 당대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그런 분이 기꺼이 주연을 맡아주시고, 개런티는 커녕 당신의 사비를 털어주셨고, 그 끔찍했던 촬영현장을 끝까지 지켜주셨다는 게...정말 눈시울이 붉어질만큼 고맙습니다.
흥행? 평가?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들끼리 없는 쌈지돈 털어놓고 만든 영화입니다. 관객들과 평단으로부터 싸늘한 반응 밖에 받지 못한다 해도...후회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영화 만드느라 고생한 사람들끼리 모여 시원한 맥주 한잔씩 들이키면 그뿐이지요. 다만 걱정이 있다면 단 하나,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만들 사람들이 있을까...이제 한국에서 저예산 독립영화라는 것은 아예 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그런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