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무비 프로젝트는 전진한다
최예선 작가-박기형 감독 [수몰지구] 프리프로덕션 돌입
저희 심산스쿨은 무지필름과 더불어 ‘핑크무비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저간의 사정은 [여는글] 179번 [핑크무비 프로젝트 설명회]와 [방명록] 344번 [핑크무비 프로젝트 진행상황 중계]를 통하여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1번 타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심산반 12기-심산상급반 2기-박헌수반 5기 출신의 최예선 작가가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 [수몰지구]입니다.
최작가의 이 작품은 심산반 12기와 심산상급반 2기의 워크숍 때 쓰여진 작품입니다. 당시에도 저는 이 작품에 대하여 “완성도 측면에서는 거의 흠 잡을 데가 없다, 다만 상업성 혹은 대중성 측면에서 보자면 고민스러운 작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작품은 [심산스쿨 시나리오작품집 2006]에도 실려 있습니다. 당시의 제목은 [연애중독]이었는데, 저는 그 작품집의 서문에 이렇게 썼습니다.
“최예선의 [수몰지구](=연애중독)는 전형적인 ‘캐릭터 중심의 시나리오’로서 섬뜩한 연애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도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두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를 자기 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버리고, 격돌해가는 과정에서의 심리 묘사와 비주얼(visual)이 일품입니다. 어떤 뜻에서 이 시나리오에는 멜로와 스릴러와 호러가 혼융(fusion)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최예선은 오랫동안 소설을 써온 작가인데,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데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 작품이 이제 ‘임자’를 만났습니다. 그것이 바로 ‘핑크무비 프로젝트’입니다. 이 작품의 연출은 [여고괴담][비밀][아카시아][폭력써클] 등으로 유명한 박기형 감독이 맡았습니다. 박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내가 꼭 연출하고 싶다!”며 달라붙어 현재 각색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가장 매혹적이고도 효율적인 결합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수몰지구] 프로젝트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핑크무비 프로젝트의 명실상부한 1번 타자가 된 것입니다.
핑크무비 프로젝트는 시나리오작가와의 계약 부문에 있어서도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줍니다. 핑크무비 프로젝트에서 각본료는 1천만원입니다. 너무 적다고요? 전체 제작비 대비 각본료의 비율로 따져보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 프로젝트의 연출료 역시 2천만원을 넘지 않을 것입니다. 촬영이나 편집 혹은 녹음 파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우들의 출연료 역시 기존의 개런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그 대신, 핑크무비 프로젝트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경우, 그 이익을 모든 스태프 및 캐스트들과 나누어 갖습니다. 시나리오작가의 경우, 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조항을 명시합니다. “제작사의 이익이 6천만원을 넘길 경우, 1)흥행 보너스로 5백만원을 지급하든가, 2)이익의 5%를 지급하든가, 두 가지의 경우 중 작가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급한다.” 어떻습니까? 매우 합리적인 인센티브 조항이지요? 이런 계약서가 존재하는 한 막말로 "영화가 대박이 나도 시나리오작가는 1원 한푼 못 받는" 개 같은 경우 따위는 아예 원천봉쇄(!)되는 겁니다.
핑크무비 프로젝트는 궁여지책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영화제작풍토를 위한 야심찬 도전(!)이기도 합니다. 대중성 혹은 상업성에서 흡족한 전망을 제시해줄 수는 없어도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면 도전해볼 수 있는 것이 핑크무비 프로젝트입니다. 작가 혹은 감독의 숨겨놓았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해볼 수 있는 것이 핑크무비 프로젝트입니다. 모두들 각자의 개런티를 깎아 저예산으로 작품을 만드는 대신 흥행에 성공하면 그 이익을 모두가 함께 나누어 갖자는 것이 핑크무비 프로젝트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프로젝트 아닌가요?
[img2]지난 목요일(2009년 7월 16일) 최예선 작가가 와지트로 찾아왔습니다.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일시불로 각본료를 받았다면서 한 턱 쏘겠다(!)고 온 거지요. 아주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사실 심산스쿨을 만들고 시나리오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기분 좋은 일들은 바로 이런 일들입니다. 바로 위의 사진은 최작가 일행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입니다. 계약 완료를 축하하는 샴페인(이건 제가 샀습니다!ㅋㅋ)과 네 개의 샴페인 글래스! 왜 네 개일까요? 두 개는 최작가와 저를 위한 것이고, 나머지 두 개는 핑크무비 프로젝트의 다음 타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는 않은 상태여서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마도 핑크무비 프로젝트의 2번 타자는 유한옥 작가가 될듯 합니다. 유한옥은 심산반 6기-심산상급반 1기-최석환반 1기 출신의 작가입니다. 유작가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언더워터]가 현재 수정고 작업 중입니다. 연출을 맡기로 내정된 사람은 [반칙왕]의 프로듀서와 [버스, 정류장]의 감독이자 현재 영화진흥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미연 감독입니다. 3번 타자로는 심산반 20기-박헌수반 5기-이윤호인문반 1기의 경지숙 작가가 유력합니다. 경작가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붉은 벚꽃]도 현재 수정고 작업 중에 있습니다. 모두들 좋은 결실을 맺기만을 기원할 따름입니다.
핑크무비 프로젝트에는 마감시한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 스스로가 ‘누군가에게 보여줄만 하다’는 판단이 드시면 주저 없이 응모해 주십시오. 시나리오를 보내주실 주소 및 이메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968-2 화정아카데미 타워 804호 무지필름, 담당피디 이문형 이메일 moonlee9@naver.com. 나라의 정치 경제는 개판이고, 충무로는 어렵고, 비전은 보이지 않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새로운 작품을 쓰고 만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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