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
2012년 7월 26일 전국 개봉
[심산반] 워크숍 기간 중 제가 늘 수강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너 이거 어떻게 캐스팅할래? 누가 제작해준대? 네가 직접 제작해라, 집 팔고 논 팔고 은행 대출 받아서!”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 무서운 실력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저 혼자 이를 악물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가서 기어코 사고를 치고야 맙니다. 다음 주에 전국 스크린을 통하여 개봉되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을 만든 이대희 감독이 바로 그런 친구입니다.
이대희 동문은 [심산반 15기]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에 심산스쿨에 다녔었죠. 당시의 워크숍 기간에 그는 장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제출했었는데 그게 바로 [파닥파닥]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그 시나리오가 영화로 완성되어 극장에 걸리게 되리라고는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대희 감독은 해냈습니다. 저 혼자 ‘기획-각본-감독-제작’을 모두 다 해내는 ‘원맨쇼’를 해치운 것이죠. 캐스팅이나 로케이션 같은 것은 필요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이니까요. 대신, 이대희 감독은 직접 그림까지 그렸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이대희 감독에게 직접 들은 바로는 [파닥파닥]의 순수제작비가 10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중 절반은 국가기관(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통하여 조달했고, 나머지 절반은 스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말 그대로 “집 팔고, 보증기금 통해 대출 받고, 아내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돈 꾸고...”해서 마련했다고 합니다. 순수제작비 이외에도 배급/마케팅 비용으로 다시 2억 5천만원이 더 들어갔습니다. 결국 [파닥파닥]은 제작비 12억 5천만원 짜리 영화가 되었습니다. 결론은? [파닥파닥]은 무조건 잘돼야 합니다! 심산스쿨을 찾아주시는 여러분, 다음 주에 [파닥파닥]이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으로 달려가 매표구에 돈을 들이밀어 넣어주셔야 합니다!
단순히 심산스쿨 동문이 만들었다고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엊그제 VIP 시사회가 있었는데 참석자들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거지요. 현재 [파닥파닥]의 예고편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어 있으니 한번씩들 찾아서 감상해보세요. 도전적인 주제의식과 놀라운 영상미를 보여줍니다. 부디 [파닥파닥]이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원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대희라는 ‘집념의 사나이’가 통쾌하게 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img2]“암울한 현실의 벽 뛰어넘는 용기 그렸어요.”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만든 이대희 감독
"현실은 암울하지만, 누군가 꿈을 꾸고 그걸 실행하기 위해 움직이면 세상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요? 최소한 옆에 있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순 있잖아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만든 이대희 감독은 이 작품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했다.
[파닥파닥]은 바닷가 근처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 한 마리가 탈출을 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수족관 속 고등어와 넙치 등 물고기들의 삶이나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은 결코 밝고 경쾌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기존에 동물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어두운 편이다. 최근 만난 이 감독은 "상업용으로 기획적인 접근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을 사는 우리 대부분이 뭔가 하려고 할 때 방해를 받고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살아가면서 그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고등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등어는 살려고 끝없이 발버둥치거든요. 그런 에너지가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또 고등어는 결국 넙치를 변화시켜 행동하게 만들어요. 현실은 암울하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행동을 하면 최소한 작은 변화라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얘기를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횟집에서 회를 뜨는 장면이나 횟집 손님으로 등장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자세히 묘사했다. 그러다 보니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도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좀더 유쾌하거나 예쁘게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판타지만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물고기들이 잡혀서 죽고 내장이 뽑히고 그런 부분을 더 적나라하게 그렸죠. 식당에 온 손님이 회 떠진 채 누워있는 물고기의 입에 담배를 물리며 장난치는 장면도 일부러 넣었어요."
이런 얘기 안에는 감독이 수년간의 직장 생활에서 느낀 답답함도 녹아있다. 미대를 졸업한 뒤 그는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하청 작업을 주로 하는 국내 회사에 몸담았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갇혀 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당시 회사와 집을 오가는 거리에 횟집이 하나 있었는데,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할 때면 물고기들이 더 불쌍하더라고요. 특히 고등어는 가을에만 들어오는데, 신기하게도 수족관 벽에 헤딩을 하더군요. 다른 물고기들은 잡혀오는 과정에서 굶고 지쳐 가만히 있는데, 고등어는 직진하는 성격이 있어서 그렇대요. 횟집 어항 속에 있는 고등어를 보면 코가 깨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고등어를 보면서 '나가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상상이 더해지면서 '파닥파닥'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품에 매달렸지만,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한 편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본을 쓰기 위해 6개월 동안 저녁엔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전엔 백화점 물류센터에서 일하기도 했다. 횟집에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얻은 이야기로 이듬해 초고를 냈고 필요한 인력을 뽑아 그림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일부 받았지만, 대부분의 제작비는 금융권에서 대출한 돈으로 충당했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3차원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들었다. 결국 작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완성해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고 'CGV무비꼴라쥬상'을 받았다. 그리고 CGV의 다양성영화 브랜드인 무비꼴라쥬의 배급·마케팅 지원으로 드디어 오는 26일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억눌린 세대들, 중·고등학생과 20-30대 성인들이 보고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2012년 7월 15일
이 영화를 만들고 개봉한다는 것 자체가 너의 승리다!
이대희 화이팅! [파닥파닥]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