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가 류주희
제3회 전주시나리오공모전 우수상,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공모전 최우수상에 이어
2013 한경 청년신춘문예 ‘시나리오/게임스토리’ 부문 당선
심산반 21기-박헌수반 9기-유대헌공모반 2기 출신의 류주희 동문이 올해의 연말연시를 아주 화려하게 장식하는군요? [거기로 가는 길]이라는 시나리오로 제3회 전주시나리오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더니, 곧이어 장은경 동문과 공동집필한 [흑나비소녀]라는 시나리오로 영화진흥위원회 애니메이션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경제신문]에서 주최한 2013 한경 청년신춘문예에서 [코스프레]라는 시나리오로 당선되었습니다. 명실공히 ‘올겨울의 3관왕’입니다. 류주희 작가의 [코스프레] 관련 기사와 인터뷰가 [한국경제] 2013년 1월 1일자에 대문짝만하게 실렸습니다.
“코스프레, 편견 없이 그려보고 싶었죠”
-당선작가 류주희 인터뷰
한경 청년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 당선자 류주희 씨(30·용인대 영화영상학과 졸업)는 당선 통보를 받고는 “[코스프레-압도적인 그들]이 맞나요? 확실한가요?”라며 얼떨떨해했다.
인터뷰에서 그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당선작 [코스프레-압도적인 그들]은 제가 쓴 시나리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작가들마다 집착하는 작품이 하나씩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이 작품으로 당선돼 정말 뿌듯합니다.”
이 작품의 초고를 쓰게 된 것은 3년 전 어느 날. 지하철 맞은편 의자에 앉은 20대 초반 여자 둘이 레이스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코스프레(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의 등장인물 등으로 분장하고 흉내내는 것, 코스튬플레이의 일본식 표현)를 하고 있었다.
“신기했어요. 왜 저런 일을 할까. 저 사람들의 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처음엔 굉장히 비판을 받았어요. ‘이상한 애들이나 하는 문화’라는 일반적인 시선으로 시나리오를 썼던 거죠.”
코스튬플레이어들을 인터뷰했지만 “당신도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들을 편견어린 시선으로 다룬 방송프로그램이 이미 많이 나간 터였다.
그는 코스프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영화로 만들면 누구나 ‘나도 한 번쯤 코스프레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도록 멋지게 그려보자고 했다. 코스프레를 ‘꿈’과 연결지었고 하이틴 무비로 만들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9년 작품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는 3년 동안 크게는 3번, 작게는 10번 이상 고쳤다. 그러면서 완성도를 높여갔다.
이 작품을 심사한 [도가니]를 연출한 영화감독 황동혁 씨와 영화평론가 강유정 씨는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호평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보는 내내 스크린 앞에서 울 것 같아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한국에 이런 틴에이저 무비가 없었어요. 꿈과 사랑, 우정이 다 들어가는 한국판 틴에이저 무비요. 10대, 20대, 학부모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요. 주연은 볼수록 정감가고 옆집 동생 같은 느낌이 드는 박보영 씨나 김고은 씨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어릴 때부터 TV드라마를 좋아했다는 그는 “옆집 흑백TV에 푹 빠져 매일 드나들다가 부모님이 컬러TV를 장만한 뒤로는 한 번도 안 갔다”며 멋쩍게 웃었다. 또 “영화는 중학생 때 브래드 피트에 빠지면서 좋아하게 됐는데 [가을의 전설]을 열 번 넘게 봤다”며 “지금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이선균을 가장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지만 ‘그림을 못 그려서’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인생의 목표를 찾은 느낌이었다.
“‘신춘문예’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희열이 있어요. 부모님도 입이 귀에 걸렸죠. 원래 설거지하라는 말을 많이 하셨는데 요즘엔 그런 말도 안해요. (웃음)”
최근 쓰고 있는 시나리오는 [고양이 탐정]이다. 고양이를 찾아주는 남자와 찾아달라고 의뢰한 여자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일곱번 '수술' 끝에 탄생한 작품 … 보람 느껴"
-류주희 작가 당선소감
몇 주 전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프린터 한 대를 사주겠노라 하셨습니다. 프린터 없이 몇 년을 지냈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딸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절할 수 없어 감사히 받기로 했습니다. 그 프린터로 가장 먼저 출력한 것이 바로 ‘한경 청년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시나리오입니다. 3년이라는 기간에 일곱 번의 수술을 거쳤던 이야기가 한 장 한 장 출력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로 부모님에게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식을 듣고 저보다도 더 기뻐하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새삼 감격스럽습니다. 시나리오 속의 주인공 보배가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도전해서 꿈을 이룬 것처럼,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보배의 이야기처럼 저의 이야기도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믿고 지지해 주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언니, 재간둥이 뭉치,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친구들과 홍군, 글 쓰는 게 힘들다고 투정부릴 때마다 다독여 주셨던 장은경 작가님과 시나리오 스쿨 동기들, 부족한 제자를 아껴주셨던 심산, 박헌수, 유대헌 선생님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세상을 보는 냉철한 시선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는 작가로 성장하겠습니다.
▷1983년 인천 출생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졸업
"참신한 소재 · 잘 짜여진 스토리 인상적"
-심사평
한경 청년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많은 작품이 몰렸다. 최근의 사회문화적 문제를 반영하듯 학교 폭력과 왕따, 자살 문제를 다룬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적 현상을 소재로 삼았을 뿐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은 드물었다.
심사는 시나리오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고 그 위에 참신한 주제 의식까지 덧보탠 작품들을 선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50편이 넘는 작품들 중에서 3편의 작품이 소재와 구성, 완성도에서 당선작에 뽑혀도 될 만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먼저 이인혜의 [아빠와 나, 그리고 멜로디]는 친부찾기와 가족 재구성이라는 소재를 최근 이슈인 음악과 표절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작품의 초중반부에 이미 결말이 짐작되는 조금은 뻔한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구혜미의 [침모]는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한 사건들과 존재감 있는 인물들, 정교한 대사들이 응모자의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역사극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허구적 요소로 꽉 짜여진 대사와 서사적 긴장도도 높았다. 하지만 장편 영화의 시나리오가 되기에는 형식이나 구성, 분량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류주희의 [코스프레]는 소재의 참신함에서 돋보였다. 코스프레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성장서사의 문법을 일보 경신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코스프레를 매개로 한 소녀의 성장담과 주변인물들의 사연들도 잘 짜여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응모작 중 가장 안정된 작품으로 판단돼 당선작으로 뽑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최종적으로 논의 대상이 되었으나 안타깝게 당선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작품에는 격려를 보낸다. 당선자의 이름이 영화계에서 자주 언급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황동혁·강유정
[한국경제] 2013년 1월 1일
네가 우리들의 2013년을 아주 멋지게 열어주는구나!
새해 선물로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