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그란 파라디소 트레킹 5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해발 2,285m에 위치해 있는 베네볼로 산장(Rifugio Federico Benevolo)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여름 알프스의 해는 깁니다
숱한 와인병들을 눕히며 저녁식사를 만끽한 다음에도 산장 밖은 훤했습니다
일행과 떨어져 홀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뜻밖에도 이 녀석을 만났습니다
알프스 여우입니다
거 왜 우리 옛말에 "여우에게 홀린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 말은 글자 그대로 진실이었습니다
영특하게 생긴 눈매를 빛내며 아름다운 긴 꼬리를 살살 흔들며
제 주위에서 거의 10분 이상을 맴돌던 녀석에게 어찌 홀리지 않겠습니까?
녀석이 윙크라도 한번 해주고 천천히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그 녀석에게 홀려 어디라도 따라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올 여름에는 뜻밖에도 멋진 야생동물(Wild Life)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얼마 전 수락산에서 만났던 수리부엉이와 더불어
이번에 이태리 알프스에서 만났던 이 여우라는 녀석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녀석의 아름다운 자태들을 조금 더 감상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