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반한 스님과 의사 한 명이 의기투합해 이 거대한 산맥을 한국으로 옮겨오고 있다. 경기 안성 도피안사 주지 송암(松菴·55) 스님과 방사선과 전문의 임현담(林玄潭·53)씨다.
임씨는 지난 1990년부터 히말라야에서 한 해 평균 두세 달씩 머물며 산맥의 구석구석을 훑고 있으며 송암 스님은 종이거울 출판사 대표로 임씨의 구도(求道)·수행경험을 담은 책을 꾸준히 발간해 오고 있다. 벌써 7년째다. 첫 책인 《히말라야 있거나 혹은 없거나》에서 시작해 《시킴 히말라야》 《가르왈 히말라야 1,2》에 이어 최근 《강린포체 1,2》까지 6권이 나왔다. 앞으로도 《펀잡 히말라야》《부탄 히말라야》《네팔 히말라야》《아쌈 히말라야》가 나올 예정이다.
두 사람이 히말라야에 반한 것은 이유가 각기 다르다. 중앙대 의대와 가톨릭대 대학원을 나와 개업한 임씨는 "어느 날 아무런 느낌도 없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암(癌)입니다'라고 말하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고, '내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떨까'를 생각하니 막막했다"며 "고민 끝에 인도를 여행하다 히말라야에서 어떤 해답을 발견한 후 매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송암 스님은 "히말라야의 카일라스 지역을 순례하다가 은사인 광덕 스님의 이마를 빼닮은 봉우리를 발견하고 묘한 인연을 느꼈다"며 "현실적으로는 영리할지 모르지만 삶의 깊이를 잃어가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여러 종교의 모태인 히말라야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암 스님은 임씨에게 책 출간을 권유했고, 히말라야 등반 안내서가 아닌 '히말라야 정신사 안내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최근 발간된 《강린포체 1,2》도 카일라스 지역에 대한 안내와 함께 티베트 불교사가 녹아있다. 임씨는 "히말라야에 가서 산봉우리만 보고 오면 3분의 1쯤만 보는 것"이라며 "1초 만에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병세를 판별하며 살던 내가 히말라야 산맥에서는 2~3일씩 한 자리의 똑같은 풍경 앞에서 명상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도, 네팔, 부탄, 파키스탄, 티베트 등에 걸쳐 있는 히말라야 산맥 이야기를 각 지역별로 나눠서 출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 관광이 아닌 수행과 체험이었기에 임씨는 힌두교 신자 '비베카('지혜'라는 뜻의 힌두어)'를 거쳐 최근엔 티베트 불교 신자 '툽텐랍쎌'('부처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티베트어)로 살고 있다. 두 사람의 여정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다만 임씨는 "환갑 때까지는 끝내야지요"라고 했고, 송암 스님은 "급할 것 없습니다. 제가 책을 잘 못 팔아서 문제이지요"라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조선일보] 2008년 5월 17일
임샘, 감사합니다! 찬찬히 야금야금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