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스쿨 SM클럽 친구들은 아마도 기억할 겁니다. 2007년 10월의 아름다운 가을날, 우리는 경주 남산에 올랐습니다. 그때 멀리 포항에서 직접 달려와 우리들에게 경주 남산의 구석구석을 정겹게 보여주신 분이 계시지요. 바로 포항의 산악인 윤석홍 선생님입니다. 그 윤선생님이 새 시집을 내셨군요.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입니다. 시집 뒤에 저의 짧은 발문이 붙어 있습니다.
윤선생님, 시집 잘 받았습니다!
아주 정갈하고 아름다운 시집입니다.
시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
윤석홍 시집, 산악문화, 2010년
한 사내의 숙명적인 남산 사랑
언젠가 윤석홍과 더불어 경주 남산에 오른 적이 있다. 아니다, 남산은 ‘등산’보다는 ‘입산’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니, 올랐다고 하기보다는 들었다고 하는 게 옳겠다. 그와 함께 남산에 드는 일은 황홀한 체험이다. 윤석홍은 남산의 모든 골과 능선 그리고 모든 탑과 부처들을 제 손금처럼 훤히 꿰고 있는 사내다. 그가 낮으막하나 물기 젖은 목소리로 조분조분 들려주는 남산 이야기는 흡사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 같다. 마치 그의 목소리마저 남산의 일부인 듯 느껴진다.
여기 경주 남산을 사랑한 한 사내가 있다. 보름달이 떠오르는 밤이면 그 산의 이 골짜기 저 능선을 애무하듯 훑고 다니는 사내다. 비오는 아침에도 그는 그 산에 들었고 안개 자욱한 새벽에도 그는 그 산에 들었다. 모든 계절을 남산에서 보낸 사내는 마침내 그 산의 일부가 되어갔다. 어찌 기쁨만이 있었겠는가. 어찌 슬픔만이 있었겠는가. 생노병사와 희노애락 모두를 함께 하는 그런 사랑을 우리는 숙명이라 부른다. 이 시집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는 윤석홍의 숙명적인 사랑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남산의 모든 골짜기와 능선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그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남산의 모든 부처와 돌탑들이 내 가슴 위에 솟아난다. 등산을 했다면 우리는 하산해야 한다. 하지만 입산을 했다면 나올 필요 없다. 그곳에서 가뭇없이 사라질 뿐이다. 나는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에서 한 사내의 삶 전체를 본다. 다시 한번 그와 함께 남산에 들고 싶다.
-심산(산악문학작가, 심산스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