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은 첫껌 단물보다 달콤한 것
정광식에게 주는 박인식의 조시(弔詩)
정광식은 제가 좋아하는 산 선배입니다. 며칠 전 네팔에서 죽었습니다. 박인식 역시 제가 좋아하는 산 선배입니다. 정광식을 가장 아끼던 선배이기도 했습니다. 박인식 형이 정광식에게 주는 조시를 보내왔습니다. 대학산악연맹과 한국산서회를 통하여 발표했습니다. 그 시의 전문을 여기에 싣습니다.
정광식이 보여줬네
박인식/대학산악연맹 4기, 연세대OB
인생은 껌팔이 같은 것
산행은 첫껌 첫물보다 달콤한 것
추락하는 모든 인생이 밥벌이 껌통을 들고 있다면
추락하는 모든 산행은 첫사랑 첫껌 향기를 품었네
사람보다 산을 사랑한 벌
산쟁이 추락사 운명은 향기롭고 달콤할수록
외로운 법
결코 이룰 수 없는 첫사랑이었기에
아무리 사랑해도 산은 저 홀로 거기 있기에
클라이밍은 고독한 골짜기에서 일어나는 고독한 사건일뿐
먼 네팔 산골짜기에서 하늘길 오르는 톱자를 묶고
너는
추락사의 이름으로
영원한 첫사랑을 오르네
거기서 지구에는 없는 또 다른 영광의 북벽을
오르네
2018년 3월 19일
인식이 형의 시가 슬프고 아름다와서 몇 번이고 되뇌어 봅니다
산에 오르지 않는 인간들의 삶이 고작해야 껌팔이요 밥벌이 껌통이나 들고 있다면
비록 추락사의 운명을 타고난 산쟁이의 삶이라도 '첫사랑 첫껌 향기'를 품고 있으니
그나마 더 나은 삶이 아닐까...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광식형의 유골이 서울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는 형의 영정 앞에 소주 한잔 올리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