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졸라 설쳐야 돼!"
비숍
시나리오 쓰는 법을 설명해주는 책들은 많다. 개중에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이 있을 만큼 이 분야의 책들이 등장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제든 오늘이든 간에 이런 분야의 책들을 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예시’들이 하나같이 외국의 경우라는 점이다. 훌륭한 외국 영화의 좋은 점을 설명해주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냐만 한국의 시나리오 지망생들이 나가야 할 곳은 일단은 한국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할리우드와 충무로가 엄연히 다르다. 그러다보니 갈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갈증 말이다.
<비트>와 <태양은 없다>의 시나리오 작가 심산은 사람들의 갈증을 알았던 것일까? 그의 작품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는 단번에 갈증을 씻어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시나리오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충무로 상황에 맞춰서 풀어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들로 채웠다는 이유만으로 이 작품이 눈에 띈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작품은 솔직하다.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언가 알려줄려는 듯 폼을 잡다가 이야기를 끝내버리는 작품들과 달리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의 내용은 막힘이 없고 일목요연하다.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는 철저하게 ‘상업영화’의 시나리오를 위한 책이다. 그렇기에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에 관객들에게 선택받는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과 흥행에 필요한 필수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상작가전문교육원 등에서 직접 학생들을 상대한 강의를 한 탓인지 초보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들이 언급되어 있는 등 이론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강의를 듣는 것처럼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요인이다. 한국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 나아가 한국 영화를 위해 만들었다는 심산의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이 분야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한국적인 배경 속에서 철저하게 상업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충분히 그 이상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알라딘] 독자서평 2005년 3월 11일